23. 우리말로만 시를 쓸 필욘 없다
詩僧元湛謂予云: “今之士大夫作詩, 遠託異域人物地名, 以爲本朝事實, 可笑.
如文順公「南遊」曰: ‘秋霜染盡吳中樹, 暮雨昏來楚外山.’ 雖造語淸遠, 吳ㆍ楚非我地也.
未若前輩「松京早發」云: ‘初行馬坂人烟動, 反過駝橋野意生.’ 非特辭新趣勝, 言辭甚的.”
予答曰: “凡詩人用事, 不必泥其本. 但寓意而已. 況復天下一家, 翰墨同文, 胡彼此之有間.”
僧服之.
해석
詩僧元湛謂予云: “今之士大夫作詩,
시승 원담이 나에게 말했다. “지금의 사대부들이 시를 지을 적에
遠託異域人物地名,
멀리 다른 지역의 인물과 지명에 의탁하는 것을
以爲本朝事實, 可笑.
고려의 사실로 여기는데 가소로운 일이다.
如文順公「南遊」曰: ‘秋霜染盡吳中樹, 暮雨昏來楚外山.’
예를 들면 문순공 이규보의 「부황려시이계재(復黃驪示李季才)」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秋霜染盡吳中樹 | 가을 서리는 오나라 나무를 모두 물들였고 |
暮雨昏來楚外山 | 저녁 비는 초나라 산에 와서 어둡게 했네. |
雖造語淸遠, 吳ㆍ楚非我地也.
비록 조어가 맑고도 원대하지만 오나라와 초나라는 고려의 지명은 아니다.
未若前輩「松京早發」云: ‘初行馬坂人烟動, 反過駝橋野意生.’
선배의 「송경조발(松京早發)」이라는 시는 다음과 같으니,
初行馬坂人烟動 | 처음 마전판에서 출발하니 사람과 연기가 움직이고, |
反過駝橋野意生 | 돌아와 낙타교를 지나니 시골 정취가 생겨나네. |
非特辭新趣勝, 言辭甚的.”
표현이 새롭고 뜻이 우뚝할 뿐만 아니라, 말이 매우 적절한 것만 못하다.”
予答曰: “凡詩人用事, 不必泥其本.
내가 대답했다. “모든 시인의 용사는 반드시 글을 쓴 근본을 더럽힐 필욘 없네.
但寓意而已.
다만 뜻을 붙인 것일 뿐이니 말이네.
況復天下一家, 翰墨同文,
하물며 다시 천하는 일가로 글을 쓰는데 문법을 같이 하니,
胡彼此之有間.”
어찌 피차에 틀린 게 있겠는가.”
僧服之.
스님은 그 말을 받아들였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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