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코로나가 바꾼 것과 전공시험
드디어 전공시험만을 남겨둔 시간이 되었다. 2018년에 처음으로 임용시험을 봤을 때는 ‘어떤 문제들이 나왔을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처음으로 시험을 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나의 실력이 발전했는지 보고 싶었고 과연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며 풀어갈 수 있을지 궁금했었다. 그에 비하면 작년에 임용시험을 볼 땐 ‘문제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라는 두려움이 컸다. 2년이나 공부한 만큼 더 나은 실력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두 번의 시험 동안 기분은 제각각이었다.
코로나가 바꾼 공부방식
올핸 임용시험 D-1일에 ‘이제 집대성을 보일 차례’라는 글도 썼다시피 2018년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과연 어떤 문제들이 나올지 궁금했고 그래서 얼른 시험지를 펼쳐들고 싶을 정도였다.
올핸 초유의 코로나19로 인해 공부의 패턴이 바뀌어야만 했다. 원래 같았으면 당연히 임고반에 들어가 공부를 했을 테지만, 코로나로 대중이 모이는 도서관, 임고반 등이 문을 닫으며 공부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사라졌다. 그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집에서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초반엔 ‘집에서 과연 공부가 잘 될까?’ 의아하기도 했다. 집은 너무도 편안한 공간이라 공부를 하기보다 조금 무얼 할 맘이 있다가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딴짓을 하거나 자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걱정했지만 의외로 집은 공부하기 정말 좋은 장소였다. 이곳에선 컴퓨터를 맘껏 활용하고 타이핑하며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라가고 내려오는 시간도 아낀 채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게 크나큰 장점이었다. 그래서 늘 맘만 먹고 있었던 ‘비슷한 것은 가짜다’와 ‘고문진보’, ‘고사성어’ 등을 정리할 수 있었다. 아마 임고반에 올라가서 공부를 했다면 이런 것들을 한 번에 정리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날 그날 조선 산문, 고문진보, 비슷한 것은 가짜다를 조금씩 공부하는 방향으로 공부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권을 제대로 마무리 짓기보다 한 편씩 해나갔겠지. 그에 반해 집에서 공부를 하면서는 아예 다른 것은 염두에 두지 않고 하나만을 완전히 정리하는 방식으로 하니씩 마무리해나갈 수 있었다. 그러니 일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선 끝내놓은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게 된 것이다.
▲ 상반기엔 임고반이 열지 않아 집에서 공부했고 하반기엔 임고반을 활용했다.
교과교육학을 암기하라
그렇게 정리해놓은 것들이 오롯이 나의 실력이 되었다곤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해묵은 과제를 끝낸 마냥 기뻤고 나름의 자부심이 되었다고는 생각한다. 이렇게 나름 자신감을 얻은 상태에서 보게 되는 시험이니 어떻게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작년 1차 시험의 패인(敗因)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교과 교육학을 제대로 암기하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다. 2018년도 시험 때는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았지만 작년부터 전공 논술이 사라지면서 교과 교육학 문제의 비중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교과 교육학의 내용체계나 교수학습을 제대로 암기한 사람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지만 나처럼 얼렁뚱땅 외운 경우엔 거의 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례로 작년 B형 시험 문제 중 4번 문제의 경우 ㉠에 적용된 교수․학습 방법으로 ‘그림ㆍ만화 활용하기’라는 답을 써야 하지만, 나는 ‘네컷 만화 그리기’로 쓸 정도로 교과교육학을 설렁설렁 보기만 했지만 하나하나 암기하려 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 그런 전례가 있기 때문에 올핸 교과교육학 암기에 사활을 걸 정도였다. 특히 내용체계와 교수학습 방법은 아예 백지를 놓고 날마다 테스트할 정도로 달달 외웠다. 이런 정도는 공부를 해서 시험을 봐야 마음이 그래도 놓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비대면으로 인해 핸드폰도 그냥 내지 않고 지퍼백에 내야 했다. 코로나가 바꾼 풍경.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교과교육학
예년 같았으면 전공A형과 전공B형을 각각 나누어 소감을 적었을 테지만 올핸 그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전공A형과 전공B형의 문제 출제방식이 거의 동일했기 때문이고, A형이나 B형 할 것 없이 교과교육학 내용이 정말 많이 출제되었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교과교육학의 출제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올핸 그 정점을 찍은 것만 같을 정도로 대부분의 문제들이 교과교육학을 수업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를 묻고 있었다.
다행히도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작년에 교과교육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 정답을 제대로 쓰지 못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올핸 열심히 외웠고 그걸 적용하여 여러 문제를 풀어낼 수 있었다. 물론 그게 정답인지는 확실히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작년에 비해 얼렁뚱땅 쓰는 답안의 비율이 현격히 떨어졌다는 것에 만족할 뿐이다. 그리고 운이 좋았던지 한문소설은 기존에 봤었던 「김현감호(金現感虎)」에서 출제되어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열심히 공부했던 서사한시나 고문진보에선 한 문제도 나오지 않아 아쉽더라. 시험을 보기 전까지 이 두 분야의 글들을 다시 보며 내용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완전히 방향이 어긋났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걸 공부한 것들은 켜켜이 나의 한문실력으로 쌓였겠지.
기대가 됐던 전공시험도 모두 다 끝이 났다. 생각보다 더 많이 교과교육학이 출제되어 황당하긴 했지만 작년보다 더 열심히 외운 덕에 아예 백지상태로 접근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역시나 과거의 실패는 훗날의 디딤돌이 되는 게 분명하다. 그만큼 올핸 그 실수를 만회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시험이 끝나고 나올 때의 기온은 평상시의 기온을 회복한 후였다. 쌀쌀하게 느껴지던 기온은 어디에도 없이 포근하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과연 나는 이번 시험에서 집대성을 보인 것일까? 그 여부에 대해 자신할 수 없지만 딱 하나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후회 없이 시험을 보고 왔노라는 사실을 말이다.
▲ 열심히 시험을 보고 나가는 이들,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는 이들. 다들 애썼습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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