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과부 곁에 청렴한 선비가
박지원(朴趾源)
五子相謂曰: “水北鷄鳴, 水南明星, 室中有聲, 何其甚似北郭先生也?” 兄弟五人, 迭窺戶隙,
東里子請於北郭先生曰: “久慕先生之德, 今夜願聞先生讀書之聲.”
北郭先生, 整襟危坐而爲詩曰: “䲶鴦在屛, 耿耿流螢, 維鬵維錡, 云誰之型? 興也”
五子相謂曰: “禮不入寡婦之門, 北郭先生賢者也.” “吾聞鄭之城門壞而狐穴焉” “吾聞狐老千年, 能幻而像人, 是其像北郭先生乎.”
相與謀曰: “吾聞得狐之冠者, 家致千金之富; 得狐之履者, 能匿影於白日; 得狐之尾者, 善媚而人悅之, 何不殺是狐而分之?” 於是五子共圍而擊之, 北郭先生大驚遁逃.
해석
五子相謂曰:
어느 날 밤, 다섯 놈의 아들들이 서로 말했다.
“水北鷄鳴, 水南明星,
“강 건너 마을에서 닭이 울고 강 저편 하늘에 샛별이 반짝이는데,
室中有聲, 何其甚似北郭先生也?”
방안에서 흘러나오는 말소리는 어찌도 그리 북곽선생의 목청을 닮았을까.”
兄弟五人, 迭窺戶隙,
다섯 놈이 차례로 문틈으로 들여다보는데
東里子請於北郭先生曰:
동리자가 북곽선생에게 간청했다.
“久慕先生之德, 今夜願聞先生讀書之聲.”
“오랫동안 선생님의 덕을 사모했는데, 오늘밤은 선생님 글 읽는 소리를 듣고자 하옵니다.”
北郭先生, 整襟危坐而爲詩曰: “䲶鴦在屛, 耿耿流螢, 維鬵維錡, 云誰之型? 興也”
북곽선생은 옷깃을 바로 잡고 점잖게 앉아서 시(詩)를 읊는 것이 아닌가.
䲶鴦在屛 耿耿流螢 | 원앙새는 병풍에 그려 있고, 반딧불이 흐르는데 잠 못 이뤄 |
維鬵維錡 云誰之型 | 저기 저 가마솥 세 발 솥은 무엇을 본떠서 만들었나. |
興也 | 흥이라. |
五子相謂曰: “禮不入寡婦之門, 北郭先生賢者也.”
다섯 놈이 서로 소곤댄다. “북곽선생과 같은 점잖은 어른이 과부의 방에 들어올 리가 있겠나?”
“吾聞鄭之城門壞而狐穴焉”
“우리 고을의 성문이 무너져서 여우 구멍이 생겼대.”
“吾聞狐老千年, 能幻而像人,
“내가 들으니 여우란 놈은 천 년을 묵으면 사람 모양으로 둔갑할 수 있대.
是其像北郭先生乎.”
저건 틀림없이 그 여우란 놈이 북곽선생으로 둔갑한 것이다.”
相與謀曰: “吾聞得狐之冠者, 家致千金之富;
함께 의논했다. “들으니 여우의 갓을 얻으면 큰 부자가 될 수 있고,
得狐之履者, 能匿影於白日;
여우의 신발을 얻으면 대낮에 그림자를 감출 수 있고,
得狐之尾者, 善媚而人悅之,
여우의 꼬리를 얻으면 애교를 잘 부려서 남의 꾐을 받을 수 있다더라.
何不殺是狐而分之?”
우리 저 놈의 여우를 때려잡아서 나눠 갖도록 하자.”
於是五子共圍而擊之,
다섯 놈들이 방을 둘러싸고 우루루 쳐들어가니
北郭先生大驚遁逃.
북곽선생은 크게 당황하여 도망쳤다.
인용
짓게 된 계기: 호질을 짓게 된 계기
3화: 귀신들과 저녁 식사 토론
6화: 북곽선생과 동리자에 대해
7화: 과부 곁에 청렴한 선비가
8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10화: 인간의 자연의 섭리를 고려하지 않는 폭식에 대해
11화: 인간은 세상에서의 해악
12화: 인간이 서로를 잡아먹다
13화: 범이 사람보다 나은 이유
14화: 인간들의 여러 그물과 최강병기 붓
15화: 곧 죽어도 체면
후기: 호질에 대한 연암의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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