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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질(虎叱) - 후기: 호질에 대한 연암의 총평 본문

문집/열하일기

호질(虎叱) - 후기: 호질에 대한 연암의 총평

건방진방랑자 2020. 11. 1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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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 호질에 대한 연암의 총평

 

박지원(朴趾源)

 

 

燕岩氏曰: “篇雖無作者姓名, 而盖近世華人悲憤之作也.

世運入於長夜, 而夷狄之禍甚於猛獸, 士之無恥者, 綴拾章句, 以狐媚當世, 豈非發塚之儒, 而豺狼之所不食者乎? 今讀其文, 言多悖理, 胠篋」「盜跖同旨. 然天下有志之士, 豈可一日而忘中國哉? 之御宇纔四世, 而莫不文武壽考, 昇平百年, 四海寧謐, 此漢唐之所無也, 觀其全安扶植之意, 殆亦上天所置之命吏也.

昔人甞疑於諄諄之天, 而有質於聖人者. 聖人丁寧體天之意曰: ‘天不言, 以行與事示之.’ 小子甞讀之, 至此其惑滋甚, 敢問: ‘以行與事示之, 用夷變夏, 天下之大辱也, 百姓之寃酷如何? 馨香腥膻, 各類其德, 百神之所饗何臭? 故自人所處而視之, 則華夏夷狄, 誠有分焉; 自天所命而視之, 則殷冔周冕, 各從時制, 何必獨疑於淸人之紅帽哉?’

於是天定人衆之說, 行於其間, 而人天相與之理, 乃反退聽於氣. 驗之前聖之言而不符, 則輒曰: ‘天地之氣數如此.’ 嗚呼! 是豈眞氣數然耶? ! 明之王澤已渴矣, 中州之士自循其髮於百年之久, 而寤寐摽擗, 輒思明室者何也? 所以不忍忘中國也. 淸之自爲謀亦踈矣, 前代胡主之末效華而衰者, 勒鐵碑埋之箭亭. 其言未甞不自恥其衣帽, 而猶復眷眷於强弱之勢, 何其愚也? 文謨武烈, 尙不能救末主之陵夷, 况區區自强於衣帽之末哉? 衣帽誠便於用武, 則北狄西戎, 獨非用武之衣帽耶? 力能使西北之他胡, 反襲中州舊俗, 然後始能獨强於天下也. 囿天下於僇辱之地, 而號之曰: ‘姑忍汝羞恥, 而從我爲强.’ 吾未知其强也. 未必新市綠林之間, 赤其眉黃其巾以自異也. 假令愚民一脫其帽而抵之地, 淸皇帝已坐失其天下矣.

篇本無題, 今取篇中有虎叱二字爲目, 以竢中州之淸焉.”

 

 

 

 

해석

燕岩氏曰: “篇雖無作者姓名, 而盖近世華人悲憤之作也.

연암씨가 말했다. “글이 비록 지은 이의 이름이 없으니 아마도 근대 중국사람이 비분강개(悲憤慷慨)하며 지은 것이리라.

 

世運入於長夜, 而夷狄之禍甚於猛獸, 士之無恥者, 綴拾章句, 以狐媚當世, 豈非發塚之儒, 而豺狼之所不食者乎?

세상의 운이 긴 어둠에 파묻혀 이적의 화가 맹수보다 심한데 선비 중에 부끄럼이 없는 이들이 문장과 글귀를 긁어 모아 당대에 아양을 떨어대니호미(狐媚): 여우의 눈썹이라는 뜻으로, 알씬거리어 아양을 떨고 아첨(阿諂). 어찌 무덤을 파는 선비가 승냥이와 이리도 먹지 않는 사람이란 게 아니겠는가?

 

今讀其文, 言多悖理, 胠篋」「盜跖同旨. 然天下有志之士, 豈可一日而忘中國哉?

이제 이 글을 읽으면 말은 대체로 이치에서 어긋나 장자(莊子)거협(胠篋)도척(盜跖)과 같은 뜻이지만 천하의 뜻 있는 선비라면 어찌 하루라도 중국을 잊겠는가?

 

之御宇纔四世, 而莫不文武壽考, 昇平百年, 四海寧謐, 此漢唐之所無也, 觀其全安扶植之意, 殆亦上天所置之命吏也.

이제 청나라가 실권을 차지한 지 겨우 4년인데 문과 무가 수명이 길지수고(壽考): 수명이 긴 것. 수고에서 고()는 노()의 의미임. 않음이 없어 태평성대한 지 100년이고 전국이 편안하고도 고요하니 이것은 한나라나 당나라에 없던 것으로 모두 편안하고 도와 서게 한 뜻을 보노라면 아마도 또한 하느님께서 명 받은 관리를 둔 까닭이리라.

 

昔人甞疑於諄諄之天, 而有質於聖人者. 聖人丁寧體天之意曰: ‘天不言, 以行與事示之.’

옛날 사람이 일찍이 간곡하기만 한 하늘을 의심해 성인 맹자께 물은 이가 있었는데 성인은 간곡히 하늘의 뜻을 체득하여 하늘은 말하지 않고 행실과 사건으로 보여줄 뿐이다.’라고 말해줬다.

 

小子甞讀之, 至此其惑滋甚, 敢問: ‘以行與事示之, 用夷變夏, 天下之大辱也, 百姓之寃酷如何? 馨香腥膻, 各類其德, 百神之所饗何臭?

나는 일찍이 그걸 읽고서 여기에 이르면 미혹됨이 더욱 심해져서 감히 행실과 사건으로 보여준다면 오랑캐를 써서 중국을 변화시킴은 천하의 큰 모욕인데 백성들의 원통함과 아픔은 어찌하나? 향기와 비린내는 각각 그 덕에 유사한 것으로 온갖 신들이 흠향하는 건 어떤 냄새인가?’라고 묻곤 했다.

 

故自人所處而視之, 則華夏夷狄, 誠有分焉; 自天所命而視之, 則殷冔周冕, 各從時制, 何必獨疑於淸人之紅帽哉?’

그러므로 사람이 처한 것으로 보면 중화와 이적은 진실로 나눔이 있지만 하늘이 명한 것으로 보면 은나라의 면류관이나 주나라의 모자든 각각 당시 체제를 따르는 것이니 하필 유독 청나라 사람의 붉은 모자만을 의심하리오?’

 

於是天定人衆之說, 行於其間, 而人天相與之理, 乃反退聽於氣. 驗之前聖之言而不符, 則輒曰: ‘天地之氣數如此.’

이에 하늘이 정해준다’ ‘사람이 많아 이긴다천정역능승인(天定亦能勝人): 악인들이 너무 강하여 일시적으로 득세할지라도 천도가 순환하여 반드시 화가 미침. (운명론) / 인중자승천(人衆者勝天): 사람이 많아 세력이 강하면 하늘도 이김. 惡運이 세어서 천벌도 받지 않음. (개척론)는 말이 그 사이에 횡행하지만 사람과 하늘이 서로 리()를 줬지만 도리어 기에 물러나 순종하니, 앞 성인의 말에 증험해보아 부합되지 않으면 대번에 천지의 기와 운수가 이와 같다.’고 말한다.

 

嗚呼! 是豈眞氣數然耶?

! 어찌 참된 기와 운수가 그러한 것일까?

 

! 明之王澤已渴矣, 中州之士自循其髮於百年之久, 而寤寐摽擗, 輒思明室者何也? 所以不忍忘中國也.

! 현명한 임금의 은택이 이미 고갈되어 중국의 선비들이 스스로 100년 오래도록 머리를 땋았지만 자다가 가슴을 치며 문득 명나라를 생각함은 왜인가? 차마 중국을 잊질 못하기 때문이다.

 

淸之自爲謀亦踈矣, 前代胡主之末效華而衰者, 勒鐵碑埋之箭亭. 其言未甞不自恥其衣帽, 而猶復眷眷於强弱之勢, 何其愚也?

청나라는 스스로 도모하기가 또한 엉성해 앞 세대의 오랑캐 임금이 끝내 중국을 본받아 쇠퇴해짐을 징계하며 늑철비(勒鐵碑)매달거나 끌어올리는 데 쓰이는 고리처럼 된 쇠로 만든 비석를 파수를 보는 곳[箭亭]에 묻게 하니 그 말은 일찍이 스스로 명나라의 옷과 모자를 부끄러워하지 않음이 없다라는 것이지만 오히려 다시 강하고 약한 형세에 마음을 두니 얼마나 어리석은가?

 

文謨武烈, 尙不能救末主之陵夷, 况區區自强於衣帽之末哉?

문왕의 꾀와 무왕의 열정으로도 오히려 은나라 말기 주왕(紂王)의 융성하다가 쇠퇴함능이(陵夷): ()은 구릉을, ()는 평하(平下)를 뜻함. 처음에는 성()하다가 나중에는 점차 쇠퇴(衰頹)함을 뜻함.을 구할 수 없었는데 더군다나 구구하게 옷과 모자의 말단에만 힘쓰니 오죽할까.

 

衣帽誠便於用武, 則北狄西戎, 獨非用武之衣帽耶?

옷과 모자는 진실로 전쟁에 편하다면 북적(北狄)이나 서융(西戎)이 홀로 전쟁의 옷과 모자를 쓰지 않겠는가?

 

力能使西北之他胡, 反襲中州舊俗, 然後始能獨强於天下也.

힘껏 서북의 다른 오랑캐에게 도리어 중국의 옛 습속을 익히게 한 후에 비로소 홀로 천하에 강하게 할 수 있다.

 

囿天下於僇辱之地, 而號之曰: ‘姑忍汝羞恥, 而從我爲强.’ 吾未知其强也.

천하를 치욕스런 지경에 밀어넣고서 그들에게 짐짓 너의 부끄러움을 참고 나를 따르면 강해지리라.’라고 호령하니 나는 그 강함을 모르겠다.

 

未必新市綠林之間, 赤其眉黃其巾以自異也.

신나라 저자[新市]와 녹림(綠林)녹림(綠林): 푸른 숲이란 뜻으로, 도둑 떼의 소굴을 일컫는 말의 고사성어다. 전한(前漢) 말기에 대사마(大司馬) 왕망(王莽)이 왕위를 찬탈하여 천자(天子)가 되고, 국호를 신()이라 고친 다음 모든 제도를 개혁하였다. 그러나 개혁정책이 너무 급격하여 혼란만 빚었고, 백성은 극도의 생활고에 빠져 새 왕조를 원망하게 되었다. 왕광(王匡왕봉(王鳳) 일당이 이들 난민을 모아 녹림산(綠林山)에서 반기를 들었는데, 그 무리가 수백 명이었다. 그러자 관군에 쫓긴 마무(馬武왕상(王常성단(成丹) 등이 몰려와 함께 녹림산에 근거지를 차리고 마을을 공략하였는데, 이들의 세력이 몇 달 사이에 8천여 명으로 불어났다. 그 후 이들은 형주자사(荊州刺使)가 이끈 관군 2만명과 싸워 크게 이기고, 세력이 커져 5만명이 되었을 때 유수(劉秀:光武帝)와 유현(劉玄)이 군사를 일으키자 이들과 합류하여 왕망을 위협하는 큰 세력을 이루었다. 녹림은 원래 산 이름이지만, 왕광의 무리가 굶주린 백성을 모아 이곳을 근거지로 도둑질을 하였기 때문에 이후부터 도둑의 소굴을 녹림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사이에서 눈썹을 붉게 물들이고 수건을 누렇게 한 이들과 스스로 다를 것이 없다.

 

假令愚民一脫其帽而抵之地, 淸皇帝已坐失其天下矣.

가령 어리석은 백성이 일제히 그 모자를 벗어 땅에 던졌다면 청나라 황제는 이미 앉아서 천하를 잃었으리라.

 

向之所以自恃而爲强者, 乃反救亡之不暇也, 其埋碑垂訓於後, 豈非過歟?

일전에 스스로 믿고 강하다고 여기던 것들이 도리어 망함을 구할 겨를조차 없게 한 셈이니 비를 묻어 후대에 가르침을 드리운 것이 어찌 잘못이 아니리오?

 

篇本無題, 今取篇中有虎叱二字爲目, 以竢中州之淸焉.”

이 글은 원래 제목이 없었지만 지금 글 중에 있는 호질(虎叱)’ 두 글자로 제목을 삼았고 중국이 맑아지길 기다린다.”

 

 

인용

작가 / 지도

목차 / 전문

웃음과 역설의 시공간

짓게 된 계기: 호질을 짓게 된 계기

1: 범의 특징과 범이 무서워하는 것들

2: 범이 사람을 잡아먹으면 생기는 귀신들

3: 귀신들과 저녁 식사 토론

4: 의원은 의()이고, 무당은 무()

5: 유자(儒者)를 알려주자 범이 평가하다

6: 북곽선생과 동리자에 대해

7: 과부 곁에 청렴한 선비가

8: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9: 구밀복검(口蜜腹劍)하기에 인간은 범보다 못하다

10: 인간의 자연의 섭리를 고려하지 않는 폭식에 대해

11: 인간은 세상에서의 해악

12: 인간이 서로를 잡아먹다

13: 범이 사람보다 나은 이유

14: 인간들의 여러 그물과 최강병기 붓

15: 곧 죽어도 체면

후기: 호질에 대한 연암의 총평

줄거리 /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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