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인간은 세상에서의 해악
박지원(朴趾源)
夫非其有而取之, 謂之‘盜’ 殘生而害物者, 謂之‘賊’ 汝之所以日夜遑遑, 揚臂努目, 挐攫而不恥. 甚者, 呼錢爲兄, 求將殺妻, 則不可復論於倫常之道矣.
乃復攘食於蝗, 奪衣於蚕, 禦蜂而剽甘. 甚者, 醢蟻之子, 以羞其祖考, 其殘忍薄行, 孰甚於汝乎?
汝談理論性, 動輒稱天, 自天所命而視之, 則虎與人, 乃物之一也.
自天地生物之仁而論之, 則虎與蝗蚕蜂蟻與人並畜, 而不可相悖也. 自其善惡而辨之, 則公行剽刦於蠭蟻之室者, 獨不爲天地之巨盜乎? 肆然攘竊於蝗蚕之資者, 獨不爲仁義之大賊乎?
해석
夫非其有而取之, 謂之‘盜’
대체 제 것이 아닌데 취하는 것을 도(盜)라 하고,
殘生而害物者, 謂之‘賊’
생(生)을 빼앗고 물(物)을 해치는 것을 적(賊)이라 하나니,
汝之所以日夜遑遑, 揚臂努目,
너희가 밤낮으로 쏘다니며 팔을 걷어붙이고 눈을 부릅뜨고
挐攫而不恥.
노략질하면서 부끄러운 줄 모른다.
甚者, 呼錢爲兄, 求將殺妻,
심한 놈은 돈을 불러 형님【중국 고서에 옛날 돈에는 보통 네모난 구멍이 뚫렸으므로, ‘돈’이 이름이면 자를 ‘孔方’이라 했고 친한 사람을 ‘형’이라고 하여, 돈을 ‘孔方兄’이라 한다고 쓰여 있다.】이라 부르고, 장수가 되기 위해서 제 아내를 살해하였으니【吳起者, 衛人也, 好用兵. 嘗學於曾子, 事魯君. 齊人攻魯, 魯欲將吳起, 吳起取齊女爲妻, 而魯疑之. 吳起於是欲就名, 遂殺其妻, 以明不與齊也. 魯卒以爲將. 將而攻齊, 大破之. 『史記』「孫子吳起列傳」】,
則不可復論於倫常之道矣.
다시 윤리 도덕을 논할 수도 없다.
乃復攘食於蝗, 奪衣於蚕,
그뿐 아니라 메뚜기에게서 먹이를 빼앗아 먹고, 누에에게서 옷을 빼앗아 입고,
禦蜂而剽甘. 甚者, 醢蟻之子,
벌을 막고 꿀을 따며, 심한 놈은 개미 새끼를 젖 담아서【『禮記』「內則」에 ‘腶修蚳醢’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여기서 ‘腶修’는 생강, 계피 따위를 섞어서 두들겨 말린 고기를 말하고, ‘蚳醢’는 왕개미 알로 담근 젓을 말했다. 제수로 ‘단수’를 쓸 때 왕개미 알로 담근 젓갈을 섰다.】
以羞其祖考, 其殘忍薄行,
조상에게 바치니 잔인무도한 것이
孰甚於汝乎?
무엇이 너희보다 더 하겠느냐?
汝談理論性, 動輒稱天,
너희가 리(理)를 말하고 성(性)을 논할 적에 걸핏하면 하늘을 들먹이지만,
自天所命而視之,
하늘의 소명(所命)으로 보자면
則虎與人, 乃物之一也.
범이나 사람이나 다 같이 만물 중의 하나이다.
自天地生物之仁而論之,
천지가 만물을 낳은 인(仁)으로 논하자면
則虎與蝗蚕蜂蟻與人並畜, 而不可相悖也.
범과 메뚜기·누에·벌·개미 및 사람이 다 같이 땅에서 길러지는 것으로 서로 해칠 수 없는 것이다.
自其善惡而辨之,
그 선악을 분별해 보자면
則公行剽刦於蠭蟻之室者,
벌과 개미의 집을 공공연히 노략질하는 것은
獨不爲天地之巨盜乎?
홀로 천지간의 거대한 도둑이 되지 않겠는가?
肆然攘竊於蝗蚕之資者,
메뚜기와 누에의 밑천을 약탈하는 것은
獨不爲仁義之大賊乎?
홀로 인의(仁義)의 대적(大賊)이 아니겠는가?
인용
짓게 된 계기: 호질을 짓게 된 계기
3화: 귀신들과 저녁 식사 토론
6화: 북곽선생과 동리자에 대해
7화: 과부 곁에 청렴한 선비가
8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10화: 인간의 자연의 섭리를 고려하지 않는 폭식에 대해
11화: 인간은 세상에서의 해악
12화: 인간이 서로를 잡아먹다
13화: 범이 사람보다 나은 이유
14화: 인간들의 여러 그물과 최강병기 붓
15화: 곧 죽어도 체면
후기: 호질에 대한 연암의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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