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계기: 호질을 짓게 된 계기
박지원(朴趾源)
壁上懸一篇奇文, 鷺紙細書. 爲格子塗之橫, 竟一壁. 筆又精工, 就壁一讀, 可謂‘絶世奇文’.
余因還座, 問“壁上所揭誰人所作?” 主人曰: “不知誰人所作也” 鄭君問“此似是近世文, 無乃主人先生所題耶?” 沈由朋曰: “主人不解文字, 旣無作者姓名, ‘不知有漢, 何論魏ㆍ晉?’”
余曰: “然則何從得此?” 沈曰: “曩於薊州市日收買.” 余曰: “可許謄去否?” 沈首肯曰: “不妨” 約持紙更來.
飯後與鄭君更往, 堂中已點兩燭矣. 余就壁欲解下格子, 沈招侍者, 捧下.
余復問“此先生所作否?” 沈掉頭曰: “有如明燭, 俺長齋奉佛, 懺誡譫妄.”
余囑鄭君, 自中間起筆, 余從頭寫下. 沈問“先生謄此何爲?” 余曰: “歸令國人一讀, 當捧腹軒渠, 嗢噱絶倒, 噴飯如飛蜂, 絶纓如拉朽.”
及還寓, 點燈閱視, 鄭之所謄, 無數誤書, 漏落字句, 全不成文理. 故略以己意點綴爲篇焉.
해석
열하로 가는 여행 중 벽에 걸린 기이한 글을 발견하다
壁上懸一篇奇文, 鷺紙細書.
벽 위에 한 편의 기이한 문장이 걸려 있는데 백로지에 작은 글씨로 쓰여 있었다.
爲格子塗之橫, 竟一壁.
격자틀로 만들어 가로로 칠해져 한 벽에 걸려 있었다.
筆又精工, 就壁一讀,
글씨체가 또한 정밀하고도 공교로워 벽에 다가가 한 번 읽어보니
可謂‘絶世奇文’.
‘뛰어난 기이한 문장’이라 할 만했다.
余因還座, 問: “壁上所揭誰人所作?”
나는 자리를 돌려 물었다. “벽 위에 걸린 저것은 누가 지은 거요?”
主人曰: “不知誰人所作也”
주인이 말했다. “누가 지은 것인지 모르겠소.”
鄭君問“此似是近世文,
그러자 정군이 물었다. “이것은 근세의 문장인 듯한데
無乃主人先生所題耶?”
주인장이 지은 게요?”
沈由朋曰: “主人不解文字,
주인장 심유붕이 대답했다. “저는 문자를 이해하질 못하고
旣無作者姓名,
이미 작자의 성명도 없으니,
‘不知有漢, 何論魏ㆍ晉?’”
이것이 ‘한나라가 있는 줄도 모르는데 어찌 위나라나 진나라를 논하겠오?’라는 것입니다.”
余曰: “然則何從得此?”
내가 말했다. “그렇다면 어디서 이걸 얻은 거요?”
沈曰: “曩於薊州市日收買.”
주인장이 말했다. “예전에 계주의 장날에 산 것입니다.”
余曰: “可許謄去否?”
내가 말했다. “베껴 가도 괜찮겠소?”
沈首肯曰: “不妨”
그러니 주인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소.”라고 하여,
約持紙更來.
종이를 가지고 다시 오겠다고 약조했다.
飯後與鄭君更往, 堂中已點兩燭矣.
밥 먹은 후에 정군과 다시 가니 집 중앙엔 이미 두 개의 초가 켜져 있었다.
余就壁欲解下格子, 沈招侍者, 捧下.
나는 벽으로 다가가 격자틀을 내리려 하니, 주인장이 하인을 불러 부축하고서 내리게 했다.
余復問“此先生所作否?”
내가 다시 “선생이 지은 거 아뇨?”라고 물으니,
沈掉頭曰: “有如明燭,
주인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거짓이 없는 마음은 밝은 촛불과 같소.
俺長齋奉佛, 懺誡譫妄.”
저는 길이 재계하며 부처를 받들어 왔기 때문에, 헛소리와 망언을 조심하고 신실로 합니다.”
벽에 걸린 글을 열나게 베끼는 이유
余囑鄭君, 自中間起筆, 余從頭寫下.
나는 정군을 불러 중반부터 붓으로 쓰라고 했고 나는 첫 부분부터 베껴 내려갔다.
沈問“先生謄此何爲?”
주인장이 물었다. “선생은 이걸 베껴서 무얼 하려오?”
余曰: “歸令國人一讀,
나는 말했다. “귀국하여 나라 사람들에게 한 번 읽게 하면
當捧腹軒渠, 嗢噱絶倒,
마땅히 배를 움켜잡고 한바탕 웃어재끼며 포복절도할 것이오.
噴飯如飛蜂, 絶纓如拉朽.”
그러면 밥톨이 벌떼처럼 뿜어져 나올 것이고 갓끈이 썩은 새끼 끊어지듯 끊어질 것이오.”
及還寓, 點燈閱視, 鄭之所謄, 無數誤書,
돌아와서 촛불을 비추고 보니 정군이 베낀 곳은 무수한 곳이 잘못 써졌고
漏落字句, 全不成文理.
누락된 자구(字句)가 있어 온전히 문맥이 통하질 않았다.
故略以己意點綴爲篇焉.
그래서 나의 뜻을 곳곳에 넣어 한 편을 완성했다.
인용
짓게 된 계기: 호질을 짓게 된 계기
3화: 귀신들과 저녁 식사 토론
6화: 북곽선생과 동리자에 대해
7화: 과부 곁에 청렴한 선비가
8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10화: 인간의 자연의 섭리를 고려하지 않는 폭식에 대해
11화: 인간은 세상에서의 해악
12화: 인간이 서로를 잡아먹다
13화: 범이 사람보다 나은 이유
14화: 인간들의 여러 그물과 최강병기 붓
15화: 곧 죽어도 체면
후기: 호질에 대한 연암의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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