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곧 죽어도 체면
박지원(朴趾源)
北郭先生離席俯伏, 逡巡再拜, 頓首頓首曰: “傳有之, 雖有惡人, 齋戒沐浴, 則可以事上帝, 下土賤臣, 敢在下風.”
屛息潛聽, 久無所命, 誠惶誠恐, 拜手稽首, 仰而視之, 東方明矣, 虎則已去.
農夫有朝菑者, 問“先生何早敬於野?” 北郭先生曰: “吾聞之, 謂天蓋高, 不敢不局; 謂地蓋厚, 不敢不蹐.”
해석
北郭先生離席俯伏, 逡巡再拜, 頓首頓首曰:
북곽선생은 자리를 옮겨 부복(俯伏)해서 머리를 새삼 조아리고 아뢰었다.
“傳有之, 雖有惡人, 齋戒沐浴, 則可以事上帝,
“맹자(孟子)가 말했다. ‘비록 악인(惡人)이라도 목욕 재계(齋戒)하면 상제(上帝)를 섬길 수 있다.’
下土賤臣, 敢在下風.”
하토의 천신은 감히 아랫바람에 서옵니다.”
屛息潛聽, 久無所命,
북곽선생이 숨을 죽이고 명령을 기다렸으나 오랫동안 아무 동정이 없기에
誠惶誠恐, 拜手稽首, 仰而視之,
참으로 황공해서 절하고 조아리다가 머리를 들어 우러러보니,
東方明矣, 虎則已去.
이미 먼동이 터 주위가 밝아오는데 범은 간 곳이 없었다.
農夫有朝菑者, 問“先生何早敬於野?”
농부가 아침에 밭갈러 가며 물었다. “선생님, 이른 새벽에 들판에서 무슨 기도를 드리고 계십니까?”
北郭先生曰: “吾聞之, 謂天蓋高, 不敢不局;
북곽선생은 말했다. “성현(聖賢)의 말씀에 ‘하늘이 높다 해도 머리를 아니 굽힐 수 없고,
땅이 두텁다 해도 조심스럽게 딛지 않을 수 없다【『詩經』「小雅」 ‘正月’의 일부이다. 謂天蓋高, 不敢不局. 謂地蓋厚, 不敢不蹐. 維號斯言, 有倫有脊. 哀今之人, 胡爲虺蜴. (하늘이 높다고 하나, 감히 몸을 굽히지 않을 수 없으며, 땅이 두텁다고 하나, 발자국을 조심스레 떼지 않을 수 없노라. 길게 부르짓는 이 말이, 차례가 있고 이치가 있거늘. 슬프다 지금 사람들은, 어찌하여 독충의 행위를 하는고)】.”
인용
짓게 된 계기: 호질을 짓게 된 계기
3화: 귀신들과 저녁 식사 토론
6화: 북곽선생과 동리자에 대해
7화: 과부 곁에 청렴한 선비가
8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10화: 인간의 자연의 섭리를 고려하지 않는 폭식에 대해
11화: 인간은 세상에서의 해악
12화: 인간이 서로를 잡아먹다
13화: 범이 사람보다 나은 이유
14화: 인간들의 여러 그물과 최강병기 붓
15화: 곧 죽어도 체면
후기: 호질에 대한 연암의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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