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단을 위한 준비물을 갖추다
집이 빠르면 4월 5~6일에 이사를 갈 수도 있단다. 그렇게만 된다면 난 9일에 떠날 거라고 엄포를 놓았다. 어머니는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며 종단을 반대하시기 때문에 강하게 말고 나가야만 했다.
삶의 쉼표를 찍을 때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반응
종단을 계획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종단을 하겠다고 꺼냈다. 그런데 이 계획에 대한 반응들도 가지각색이다. 헛생각이라 치부하며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고 생각 같아선 같이 떠나고 싶은데 혼자서 떠난다며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드디어 하늘나라에 가실려구 그러냐?”라고 그 특유의 반어적인 표현으로 비꼬았다. 평소 보수적인 생각으로 접점을 찾기 힘들었던 탓인지라 그런 반응이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또 다른 친구는 “강원도 근처에 오면 연락해. 내가 고기로 몸보신 시켜줄 테니까~”라며 부럽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하긴 나보다 더욱 진취적인 녀석이다. 자기가 돈을 벌어 해외로 나가기도 하고 평소 놀이터가 지리산이라고 하는 친구이니 말이다. 어머니는 보수적이시진 않은데 이런 고생에 대해서는 달가워하지 않으신다. 그냥 평범하게 공부하다가 교사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거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어느 부모님이라고 자식이 고생을 한다는 데 좋아하겠는가?
생에 슬픔이 없다면 기쁨도 없고 기쁨이 없다면 슬픔도 없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이걸 고생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는 데 있다. 이건 나 자신과의 찐한(?) 데이트이며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맘껏 걷고 내가 살아가는 한국을 알아가면서 내 자신과 화해하는 것일 뿐이다. 힘들기도 할 것이고 그 안에 기쁠 일도 있겠지. ‘생(生)에 슬픔이 없으면 기쁨도 없고 기쁨이 없으면 슬픔도 없다’는 차라투스트라의 그 말에 공감한다. 그저 삶의 한복판을 느끼며 가고 싶을 뿐이다. 그 안에서 어떤 삶의 줄기를 엮어갈 수 있을까?? 이런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떠나는 거다. 고로 사서 고생한다는 그 말엔 공감하기 힘들다. 우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역시 이런 일을 겪을 때면 오히려 썰(?)만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막상 실천해보지도 못했으면서도 꼭 엄청난 일을 하는 것처럼 무수한 생각과 이야기들만 난무하는 거다. 이렇게 말만 많아서야. 조금 말을 줄여야겠다. 이젠 나의 계획을 맘껏 실천해야 할 때이니 말이다.
배낭과 트래킹화를 구입하며 느끼는 행복
그래서 지금은 코스를 정하고 있고 그 준비를 하나하나 갖추고 있다. 오늘 구입한 것은 배낭과 트래킹화다.
배낭은 어택 40L+10L라는 배낭이다. 최대한 짐을 줄일 생각이긴 하지만, 한 달 이상 다닐 생각이라 좀 큼지막한 것으로 샀다. 한 달간의 나의 살림살이들이 가득 들어찰 것이다. 막상 들어보니 무겁다. 꼭 군대에서 군장을 짊어진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여러 장치들이 있어 무게를 분산시켜주니 좋다. 이럴 땐 군대에 다녀왔다는 사실이 좋다. 전혀 편함을 생각하지 않고 만든 군장을 짊어지고 수킬로미터를 행군했는데 이렇게 사람을 생각하며 만든 배낭을 짊어지고 힘들다고 한다면 그게 오버이리라.
트래킹화는 임팩트 고어택스다. 여러 신발을 한참이나 찾아봤지만 요놈이 가장 좋은 거 같다. 발목까지 잡아주고 통풍도 잘 되어 꽤 쾌적한 보행이 가능하다. 거기에 방수까지 된다고 하니, 이 정도면 거금을 투자한 보람이 있다.
그러고 보면 이 녀석을 구입하면서 사고방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예전에 친구가 엄청 비싼 신발을 사는 걸 본 적이 있다. 운동을 좋아하던 녀석이라 좋은 운동화를 신고 운동하고 싶었을 거다. 하지만 그땐 운동화는 그저 발만을 보호하는 것이란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가장 싼 신발을 신으면 된다고 생각하던 때였다. 그랬으니 그 친구가 이해될 리 없었다. 그런데 내가 막상 장거리를 걸을 생각을 하니, 편하며 기능이 좋은 신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그러고 보면 누군가를 비난한다는 건 참 어이없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자신이 직접 그런 상황에 닥쳐보지 않았으니 그런 비난이 가능할 뿐이지, 막상 닥쳐보면 그러지 말란 보장은 없으니 말이다. 고로 뭐든 많이 경험해본 사람이 이해심이 넓어지는 것이리라.
국토종단을 계획하면서 참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러 가지를 준비하면서 참 많은 걸 느끼고 삶이 얼마나 알차고 행복한지도 맘껏 느끼고 있다. 이렇게 즐거운 삶을 왜 지금껏 답답하게 살아왔나 그런 후회도 되고, 지금이라도 그런 기쁨을 알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암튼 나 자신이 좀 더 멋져졌다는 건 확실한 거 같다. 근자감(?)일지라도 이 상황과 이 순간이 좋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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