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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사람여행 - 14. 사람이 걸어서 지나갈 수 없는 터널이 있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1년 사람여행 - 14. 사람이 걸어서 지나갈 수 없는 터널이 있다

건방진방랑자 2021. 2. 15.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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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걸어서 지나갈 수 없는 터널이 있다

 

 

영주터널은 쉽게 찾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부산터널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잘못 찾아왔나 싶어 들어갈까 말까 고민했다. 하지만 위치상으로 봤을 때, 맞겠다 싶어 그냥 그곳으로 갔다.

 

 

▲ 언덕에도 빼곡히 들어선 고층 건물들. 위태위태해 보인다.

 

 

 

영주터널과 부산터널 그 간격에 대해

 

나중에 알고 보니, 정식 명칭은 부산터널이었고, 영주동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불렀던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정식 명칭과 관습 명칭이 다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전주에도 이런 경우가 있다. 평화동과 남부시장을 잇는 다리를 사람들은 전주교라고 하지만 정식 명칭은 싸전다리이며 중앙시장에서부터 오거리를 지나 남부시장까지 잇는 길을 사람들은 관통로라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팔달로인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정식 명칭은 공공기관이 정한 것이기에 공신력을 가지지만, 실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쓰는 명칭이 오히려 그 지역의 특색을 제대로 반영한 말일 수밖에 없다. 물론 하나의 산을 두고 한국에선 백두산(白頭山)’으로, 중국에선 장백산(長白山)’으로 부르는 것처럼 혼선을 빚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통일을 기할 필요는 있지만, 그런 식으로 명칭이 달라져 문제가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자주 쓰는 명칭을 정식명칭으로 정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 산이 많은 곳 답게 터널도 많다.

 

 

 

사람이 출입할 수 없는 터널, 구덕터널

 

다행히도 터널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구덕터널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오더라. 영주터널은 부산의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한 곳이었다. 터널 위로 건물이 빼곡히 솟아 있었기 때문이다. 부산을 지나다니며 느낀 것인데, 부산은 느낌이 서울 같으면서도 좀 다른 면이 있었다. 그건 산등성이나 언덕에 높은 건물들이 솟아 있기 때문이다. 지형적으로도 평지가 적을 뿐만 아니라 바닷가 마을의 좁은 공간에 인구밀도도 높다 보니 이와 같은 도시 형태가 되었을 것이다. 여기엔 역사적인 사실도 관련되어 있다.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이남인 부산만이 인민군의 수중에 들어가지 않게 되면서 남한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부산으로 모여 들었다. 문제는 이들이 살 만한 곳은 직접 만들어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산등성이든, 도시 외곽이든 사람이 없는 곳이 보이면 판잣집을 만들어 살게 되었다. 이런 역사 때문에 부산은 여기저기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언덕에 솟아 있는 고층 건물을 보면서 위태하다고 느낀 건 나뿐이려나? 멀리까지 볼 수 있는 조망권을 얻는다는 이점 말고는 사람이 살기에 그다지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 구덕터널이 보인다. 국토종단을 하며 터널을 여러 번 지나봤는데, 설마 인도가 없는 터널이 있겠어?

 

 

그런데 이러한 도시 이미지 외에 더욱 충격적인 상황을 겪고 나선 할 말마저 잊고 말았다. 아침에 찜질방에서 아저씨들이 위치를 알려줄 때 구덕터널에 대해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있었다. 요지는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네, 없네 하는 것이었는데, 국토종단을 했던 경험으로 돌아볼 때 터널엔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은 늘 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터널 또한 보수를 해야 하는 곳이고, 언제 어떠한 돌발상황이 생길지 모르는 곳이기에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은 당연히 있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저씨들의 노파심은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터널 입구에 도착하니, 사람이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아예 없는 게 아닌가. 그래도 혹시나 하여 길옆에 나무를 해치며 입구에 다가섰는데, 아예 빨간 표지판으로 보행자 출입금지라고 경고 문구가 쓰여 있더라.

사람의 길이 지워진, 자동차만을 위한 길. 부산이란 도시가 누구에게 편하도록 기획된 도시인 줄 이처럼 분명하게 알려주는 예가 또 있을까.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순 없었다. 언덕을 넘어가는 길이 있을 거라 생각하여 언덕을 힘들게 올라가 찾아봤는데도 길은 보이지 않더라. 지나가는 시민에게 물어보니, 글쎄 넘어가는 길이 없단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한참이나 멍하니 서 있었다. 여행 첫날부터 된통 꼬인 느낌에 하늘만 쳐다보며 있었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다른 루트를 찾아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터널을 건너가기로 했다. 그 덕에 부산버스도 타보게 되는 것이니, 꼭 나쁘지만은 않은 거라고 위로를 던지며 말이다.

 

 

▲ 사람이 통과할 수 없는 터널이 있다니.. 정말로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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