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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사, 조선전기의 다양한 전개 - 5. 당시 성향의 대두(강혼) 본문

책/한시(漢詩)

한시사, 조선전기의 다양한 전개 - 5. 당시 성향의 대두(강혼)

건방진방랑자 2021. 12. 20.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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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혼(姜渾, 1464 세조10~1519 중종14, 士浩, 木溪)김종직(金宗直)의 문인이지만, 젊은 시절 연산군의 근신(近臣)으로 총애를 받았기 때문에 무오(戊午)갑자사옥(甲子史獄)에도 신명(身命)을 보전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종직(金宗直)의 문하에는 이름 높은 학자ㆍ문인들이 다수 배출되었거니와 특히 강혼(姜渾)ㆍ이주(李胄)정희량(鄭希良) 등은 시로써 이름을 얻었다. 대부분의 문인들이 무오(戊午)갑자사옥(甲子史獄)에 연루되어 목숨을 보전하지 못했지만, 강혼과 신용개(申用漑)는 원유(遠流)되었다가 풀려나 중종반정(中宗反正)으로 후일 대제학의 영직(榮職)에 올랐다. 그러나 강혼은 시문(詩文)이 온전하게 전하지 않아 그의 목계일고(木溪逸稿)에는 겨우 19~20여수(餘首)의 시편이 전하고 있을 뿐이다.

 

그는 타고난 천성이 호방불기(豪放不羈)한 것으로 알려져 있거니와, 시 또한 옛스럽고 아치(雅致)가 있다. 그의 시작(詩作)으로는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는 응제(應製)(七律)를 비롯하여 제사인사연정(題舍人司蓮亭)(七絶), 임풍루(臨風樓)(七律), 해운대차운(海雲臺次韻)(七律) 등이 선발책자에 뽑히고 있으나, 그의 문집에도 있지 않은 기성주기(寄星州妓)(七律) 같은 작품은 후대의 시화서(詩話書)에 빈번하게 화제가 되었다.

 

 

강혼(姜渾)응제(應製)는 다음과 같다.

 

淸明御柳鎖寒煙 청명날 궁궐의 버들은 찬 안개에 잠겨 있는데,
料峭東風曉更顚 스산한 봄바람은 새벽에 더욱 거세어지네.
不禁落花紅櫬地 꽃잎이 대지를 붉게 물들임을 어찌할 수 없어,
更敎飛絮白漫天 다시 버들개지로 하늘을 하얗게 덮게 하였네.
高樓隔水褰珠箔 연못 건너 높은 누각에선 주렴이 걷히고,
細馬尋芳躍錦韉 꽃구경 가는 준마는 비단 안장이 휘황하네.
醉盡金樽歸別院 좋은 술에 실컷 취하여 별채로 돌아가니,
綵繩搖曳畫欄邊 아름다운 난간 가에 그네줄이 출렁이네.

 

이 시는 폐조응제(廢朝應製)또는 폐조응제어제 한식동림삼월근 낙화풍우오경한(廢朝應製御題寒食園林三月近, 落花風雨五更寒”)으로 시선집에 전하고 있거니와 강혼이 연산군의 근신(近臣)으로 있을 때, 어제시(御製詩) ‘한식동림삼월근 낙화풍우오경한(寒食園林三月近, 落花風雨五更寒)’을 보고 이에 붙인 것이다.

 

() 한굉(韓翃)한식(寒食)시에 춘성무처불비화 한식동풍어유사(春城無處不飛花, 寒食東風御柳斜)’의 구가 있는 것을 보면 청명과 한식 사이에는 바람이 세게 불고 비가 흩뿌려 매우 을씨년한 풍경을 드러낸다. 이 시의 수련과 함련은 그러한 궁궐의 청명 한식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으며 이것은 연산군이 내어준 시제에 잘 맞아 떨어지는 표현이다.

 

특히, 미련에서 을씨년하고 처량해지기 쉬운 시제(詩題)를 가지고 응제시 특유의 화려하고 밝은 분위기로 이끌어 가고 있어 그의 시재(詩才)를 과시하고 있다.

 

 

다음은 강혼(姜渾)기성주기(寄星州妓)이다.

 

扶桑館裏一場懽 부상관 속엔 한바탕 즐거운 사랑,
宿客無衾燭燼殘 자는 객은 이불 없고 촛불도 가물가물.
十二巫山迷曉夢 열두봉 무산(巫山)에서 새벽꿈에 미혹되어
驛樓春夜不知寒 역루의 봄밤이 찬 줄도 몰랐네.

 

이 시는 강혼이 영남감사(嶺南監司)로 내려갔을 때 성주(星州) 기생 은대선(銀臺仙)을 사랑하여 부상역(扶桑驛)에서 하루밤을 같이 지낸 체험적인 사실을 시화(詩化)한 것이다.

 

우리나라 한시에서 염정시(艷情詩)는 대체로 악부제(樂府題)를 빌리거나, 아니면 3인칭 시점의 관망자(觀望者) 처지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체험적인 사랑의 사연을 작자의 직접적인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어 전통시대 염정문학으로서는 소중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호방한 그의 개성과도 물론 무관한 것이 아니다.

 

 

 

 

인용

목차 / 略史

우리 한시 / 서사한시

한시미학 / 고려ㆍ조선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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