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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사, 조선전기의 다양한 전개 - 5. 당시 성향의 대두(정희량) 본문

책/한시(漢詩)

한시사, 조선전기의 다양한 전개 - 5. 당시 성향의 대두(정희량)

건방진방랑자 2021. 12. 2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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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량(鄭希良)압강춘망(鴨江春望)은 다음과 같다.

 

邊城事事動傷神 변방에선 일마다 마음이 상하는데,
海上狂歌異隱倫 바닷가의 미친 노래는 은자의 것이 아니라네.
春不見花猶見雪 봄에도 꽃은 보이지 않고 아직도 눈만 보이며,
地無來雁況來人 이곳에는 기러기도 오지 않거니 하물며 올 사람 있으랴?
輕陰漠漠雨連曉 봄 기운이 스산하여 비는 새벽까지 이어지고,
細草萋萋風滿津 가는 풀이 무성한데 바람이 나루에 찼네.
惆悵芳時長作客 슬프다, 좋은 시절에 항상 나그네 되었으니,
可堪垂淚更添巾 흐르는 눈물이 또 수건 적심을 어이하랴?

 

이 작품은 의주(義州) 유배지에서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봄 풍경을 읊조리고 있지만 시인에게 있어서는 봄같지 않다는 것이 주지다. 정희량(鄭希良)의 시가 황진(黃陳)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일컫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의 시세계는 결코 한 시대의 속상(俗尙)에만 치우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시에 보여준 미련(尾聯)의 기법은 오히려 두보(杜甫)의 풍기(風氣)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으로 선택한 은둔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반복하여 고백하고 있는 것이 이 시의 높은 곳이다. 율시(律詩)의 틀을 빌리지 않았다면 이러한 가작(佳作)의 제조는 가능할 수 없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다음의 차계문운(次季文韻)을 보게 되면, 그 역시 황진(黃陳)을 추수(追隨)하던 당시의 풍상(風尙)과 가까운 거리에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過眼如雲事事新 구름처럼 눈을 스치는 일은 일마다 새로운데,
狂歌獨立路岐塵 어지러운 세상에서 미친 노래 부르며 홀로 우노라.
百年三萬六千日 백년 삼만육천일을,
四海東西南北人 사방 동서남북 떠도는 신세라네.
宋玉怨騷悲落木 송옥의 원통한 노래는 낙엽 때문 아니었고,
謫仙哀賦惜餘春 이태백의 슬픈 가락은 남은 봄을 애석해 한 것이라.
醉鄕倘有閒田地 취향에 한가한 땅이 남아 있다면,
乞與劉伶且卜隣 유령에게 이웃하자 청하고 싶구나.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송시학(宋詩學)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고려중기 임춘(林春)차우인운(次友人韻)을 다시 보는 듯하다. 1구의 과안여운사사신(過眼如雲事事新)’에서와 같이 수사 기교가 직설적이며, 전편에 정감(情感)의 유로(流露)가 과다하여 기호의활(氣豪意豁)송시(宋詩)의 장처(長處)를 잘 드러내는 데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 뜻이 깊은 골짜기를 지나는 듯한 긴장을 느끼게 하기에는 모자람이 있다.

 

이 밖에도 지봉유설(芝峯類說)동시(東詩) 72 등에서 정희량의 작품이라 단정한 제원벽(題院壁)은 많은 시화서(詩話書)에 일화를 남기고 있으나 국조시산(國朝詩刪)과 같은 선발책자에는 무명씨작(無名氏作)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것이 정희량의 작품인지 그 여부는 확언하기 어렵다

 

 

 

 

인용

목차 / 略史

우리 한시 / 서사한시

한시미학 / 고려ㆍ조선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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