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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눌(李安訥)의 시작(詩作) 중에서도 임진왜란(壬辰倭亂)의 참상을 생생하게 그린 「사월십오일(四月十五日)」은 그가 후일 동래부사로 부임했을 때 동래성의 함락으로 빚어진 당시의 처참한 상황과 부사 송상현(宋象賢)의 애국충절을 기린 작품으로 이호민(李好閔)의 「용만행재 문하삼도병진공한성(龍灣行在 聞下三道兵進攻漢城)」시와 병칭되고 있으며, 「당사탄(當死歎)」은 죽음보다 못한 전쟁의 상황에서 자신의 신세를 울부짖으며 임금을 위해서 죽음도 아끼지 않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아래의 「등총군정(登統軍亭)」은 멀리 만주벌판을 바라보며 물 위에 떠있는 마름과도 같은 조그마한 나라의 운명을 우회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六月龍灣積雨晴 | 유월의 용만에 장마비 개어 |
平明獨上統軍亭 | 새벽에 홀로 통군정에 올랐네. |
茫茫大野浮天氣 | 아득한 넓은 들에 하늘 기운 떠 있고 |
曲曲長江裂地形 | 구비구비 긴 강은 땅 모양 갈라놓았네. |
宇宙百年人似螘 | 우주의 백년 세월에 인생은 개미같고 |
山河萬里國如萍 | 만리 산하에 나라는 부평초와 같네. |
忽看白鶴西飛去 | 문득 흰 학이 서쪽으로 날아가는 걸 보니 |
疑是遼東舊姓丁 | 옛날 요동의 정령위 아닌가 하네. |
동악(東岳)은 칠율(七律)에 특장을 보였는데 이 시는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오래동안 계속되던 장마비가 갠 후 통군정에 올라 광대무변한 대지를 바라보면서 조국의 땅덩어리가 마치 물 위에 떠있는 마름만큼이나 작은 것을 자탄하면서도 웅대한 그의 호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양경우(梁慶遇)와 조성기(趙聖期)는 이 시를 대가(大家)의 풍도가 있는 작품으로 품평하였는데, 이는 동악(東岳)의 시상이 웅혼함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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