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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사, 조선후기의 황량과 조선시의 자각 - 3. 기속시인의 낭만(홍양호) 본문

책/한시(漢詩)

한시사, 조선후기의 황량과 조선시의 자각 - 3. 기속시인의 낭만(홍양호)

건방진방랑자 2021. 12. 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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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양호(洪良浩, 1724 영조1 ~1802 순조2, 漢師, 耳谿)는 소론 명문가 출신으로 영정(英正) 양조(兩廟)의 인정을 받아 노론 정권 속에서도 벼슬길이 비교적 순탄하여 양관(兩館) 대제학(大提學)의 영직(榮職)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그는 관풍(觀風)의 의지가 남다른 바 있어 여항인의 시선집인 풍요속선(風謠續選)천기론(天機論)을 개진하는 서문을 쓰기도 하였고, 또 시조를 한역하여 청구단곡(靑丘短曲)을 짓는가 하면, 민요를 채집하여 홍주풍요시십장(洪州風謠詩十章)을 짓기도 하였다. 이로써 보면 이계(耳谿)의 문학적 관심은 정통의 한시 뿐 아니라 여염의 민요에까지 매우 폭넓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계(耳谿) 한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국문시가와 민요의 수용양상이라 하겠다.

 

이계(耳谿)의 한시 가운데서 민요를 한시로 옮겨오는 데 상당한 진전을 보인 것으로 그의 북새잡요(北塞雜謠)질우(叱牛)와 같은 작품을 들 수 있다.

 

叱牛上山去 소를 몰고 산으로 올라가자.
山高逕仄牛喘息 높은 산 비탈길이라 소가 허덕이는구나.
把犂將墢土 보습을 잡고 땅을 갈려 드니,
土硬人汗犂不入 땅이 굳어 땀만 흐르고 보습은 들어가지 않네.
牛兮努力莫退㥘 소야 힘을 내고 물러나지 말아라.
爾喘我汗亦奈何 너는 헐떡이고 나는 땀을 흘려도 어찌하랴.
今也不畊時不及 지금 갈지 않으면 철이 늦으리.

 

북새잡요는 농민생활의 보람과 괴로움을 나타내는 연작이다. 그가운데 질우(叱牛)는 산골지방에서 밭갈이를 하면서 소에게 하는 말로 이어지는 사설로 민요다운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이처럼 민요에 접근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으로 막식묘(莫食苗), 이맥죽(耳麥粥)등을 더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북새잡요의 나머지 대부분은 경흥부사로서의 자신을 문면에 숨기고 북새지방 일반 민중의 목소리를 빌어 북방의 풍속과 생활상을 단순한 필치로 읊고 있거나, 자신을 노출시키는 경우도 목민관인 수령으로서가 아니라 한 이향인(異鄕人)으로 느끼는 심회를 읊고 있어 민요와는 거리가 멀다. 다만 북새잡요는 형식에 일정한 제약이 없고 압운도 자유로운 잡언형식을 취하고 있고, 그 언어구사에 있어 감정을 노출시키는 감탄사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대화체를 사용하고 있어 민요와 가까운 거리에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토속쇄사(土俗瑣事)를 친근하게 표현하는 죽지사(竹枝詞)의 한 특징이라 할 것이다. 북방인의 생활상을 반영한 홍양호(洪良浩)효기(曉起)를 보기로 한다.

 

曉起排戶視 夜來雪數丈 새벽에 일어나 문열고 보니 밤에 몇 길이나 눈이 내렸네.
門逕高沒頂 隣里塞來往 문 앞 길은 정수리까지 덮여 이웃 마을과 내왕이 막혔네.
引索通汲路 穴裏人相呼 줄을 끌어 급로(汲路)를 통하게 하여 구멍 속에서 서로 부르네.
縱然得水來 其奈薪米無 설령 물은 얻을 수 있다지만 땔나무 식량 없으니 어떻게 하리.

 

오언시(五言詩)의 형식만 빌리고 있을 뿐, 격률(格律)과 같은 것은 전혀 돌보지 않고 있다. 특히 산문적인 구법(句法)을 하고 있어 직설적인 진술이 도리어 힘을 느끼게 한다.

 

이계(耳谿)북새잡요와 함께 또 삭방풍요(朔方風謠)를 남기고 있는데, 삭방풍요역시 이계(耳谿)가 경흥부사로 간 겨울부터 3년 뒤 해관되어 고향 이계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과 견문, 감회를 읊은 56수를 묶은 것이다. 이처럼 기행문학적 성격과 향토문학적 성격을 함께 담고 있는 이계(耳谿)의 북새문학은 결국 조선후기 한시의 조선풍’, ‘조선시의 발견 바로 그것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 주변의 풍속 내지 세태를 핍진하게 그려내는 죽지사(竹枝詞)야말로 가장 조선적인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용

목차 / 略史

우리 한시 / 서사한시

한시미학 / 고려ㆍ조선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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