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방의 기녀거 포곡가를 부르는 걸 듣고 느꺼움이 있어
문교방기창포곡가유감(聞敎坊妓唱布穀歌有感)
김부식(金富軾)
佳人猶唱舊歌詞 布穀飛來櫪樹稀
還似霓裳羽衣曲 開元遺老淚霑衣
睿王喜聽此曲.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
佳人猶唱舊歌詞 가인유창구가사 | 기생이 아직도 옛 노랫가사 부르며 |
布穀飛來櫪樹稀 포곡비래력수희 | ‘뻐꾹이 날아 상수리 나무에 오는 게 드물어요’라고 하는데 |
還似霓裳羽衣曲 환사예상우의곡 | 도리어 ‘「예상우의곡」【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 당(唐) 나라 현종이 꿈에 천궁(天宮)에 가서 선녀(仙女)들이 무지개치마 깃 옷(霓裳羽衣)으로 춤추며 음악하는 것을 보고 깨어난 뒤에 그것을 기억하여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을 만들어서 양귀비(楊貴妃)와 향락(享樂)하였더니, 그 뒤 안녹산(安祿山)의 난(亂)이 끝난 뒤에 개원(開元 현종의 처음 연호) 시대의 태평 세월을 보던 늙은이들이 어떤 사람이 부르는 예상우의곡을 들으며 추억의 눈물을 흘렸다.】의 |
開元遺老淚霑衣 개원유로루점의 | 개원의 남은 늙은이가 눈물로 옷을 적시는 것과 같구나. |
睿王喜聽此曲. 『東文選』 卷之十九
예종이 이 노래를 기쁘게 들었다.
해설
『동문선(東文選)』에는 제목 아래 주(註)에 “예종이 이 노래를 즐겨 들었다[睿宗喜聽此曲].”라고 되어 있다.
예종(睿宗)은 자기 잘못이나 정치의 득실을 알고자 해서 언로(言路)를 크게 열었으나 신하들이 두려워 말을 하지 않자, 「유구곡(維鳩曲)」을 지어 신하들을 풍자했다고 한다.
옛적 모시던 임금은 돌아가셨는데, 그 곡조는 남아 기생들이 생각 없이 불러대고 있다. 그런데 그 노래 가사에 “뻐꾸기가 도토리나무에 날아오는 것이 드물다.”는 것은 충간(忠諫)해 줄 신하가 많지 않다는 예종의 탄식으로, 그 탄식이 선하게 생각난다.
그러므로 예종 사후에까지 전해진 이 노래를 듣고 바로 김부식(金富軾)은 신하로서 당 현종 때 안녹산의 난 속에서 살아남은 유로(遺老)들이 「예상우의곡」을 들으며 현종을 추모하며 눈물을 흘리듯이, 자신도 훌륭했던 예종을 추모하고 잘 보필하지 못한 자신의 회한(悔恨)을 그리고 있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84~85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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