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의 묘청 일파를 정벌하기 위한 군막에서 느꺼움이 있어
정서군막유감(征西軍幕有感)
김부식(金富軾)
山西留滯思愔愔 不覺東風散老陰
倦客拂衣江岸靜 行人催渡野洲深
鶯溪里巷三更夢 鳳闕樓臺一片心
峴首風流吾敢望 閑吟時復遣幽襟 『東文選』卷之十二
해석
山西留滯思愔愔 산서류체사음음 | 관서인 평양에서 머무니 생각은 어릿어릿하여【음음[愔愔] 평화롭고 안락한 모양, 화락한 모양, 깊숙하고 조용한 모양, 침묵을 지키는 모양】. |
不覺東風散老陰 불각동풍산로음 | 봄바람이 짙은 그늘을 흩어버리는 걸 모를 지경. |
倦客拂衣江岸靜 권객불의강안정 | 지친 나그네는 강가 고요한 곳에서 옷을 털어대고 |
行人催渡野洲深 행인최도야주심 | 행인은 들판 물가 깊은 곳에서 건너길 재촉하네. |
鶯溪里巷三更夢 앵계리항삼경몽 | 앵계【앵계(鶯溪): 서쪽의 오공산과 남쪽의 용수산에서 발원하여 동쪽으로 흘러 내려오는 개성의 물줄기】의 마을은 삼경의 꿈이고 |
鳳闕樓臺一片心 봉궐루대일편심 | 궁궐【봉궐(鳳闕): 원래 한나라의 궁궐 이름이었는데, 후대에는 궁궐의 대명사로 쓰였다.】의 누대는 일편단심이라네. |
峴首風流吾敢望 현수풍류오감망 | 현산【현산(峴山): 지금 호북성양양현(襄陽縣) 남쪽에 있는 산인데, 진(晉)나라 양호(羊祜)가 오(吳)나라의 접경인 양양을 진수(鎭守)할 때 이 산에 올라 놀았는데, 그가 죽자 사람들이 그 자리에 비를 세우니 보는 자가 모두 슬프게 울어 타루비(墮淚碑)라 하였다.】의 풍류를 내가 감히 바라겠는가? |
閑吟時復遣幽襟 한음시부견유금 | 한가롭게 읊조리며 이따금 다시 그윽한 심금을 푸는 것을. |
해설
이 시는 인종(仁宗) 13년(1135) 묘청(妙淸)이 서경(西京)에서 난을 일으키자, 이것을 진압하러 가서 평양 근방에 진을 친 뒤에 군막에서 지은 시이다.
묘청의 반란군과 평양에서 서로 대치하느라 겨울을 보내니, 마음이 답답하였는데 마침 봄이 되어 바람이 불어와 찌든 날씨가 확 풀렸다. 나그네들은 봄이 되어 겨울 내내 묵은 옷에 먼지를 털고 있고 행인은 얼음이 녹은 강을 배로 건너가고 있다. 밤이면 고향 앵계에서 노니는 꿈을 꾸며 향수(鄕愁)에 괴롭지만 임금을 향한 충성심은 궁궐로 향하고 있다. 양호처럼 선정(善政)을 베풀어 백성들이 비석을 세워 주는 것은 바랄 수 없지만, 난을 평정하고 한가로이 시를 읊조리며 회포를 풀어야겠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89~90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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