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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 - 궁촌사(窮村詞)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성현 - 궁촌사(窮村詞)

건방진방랑자 2021. 4. 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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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사는 시골의 노래

궁촌사(窮村詞)

 

성현(成俔)

 

 

玄雲承空朔風怒 彩鴷喙喙溪邊樹

山下茅廬小縮蝸 三男兩老同家住

一男荷斧撏薪蒸 一男跡兔踰丘陵

最少一男啼索飯 姑坐補襪翁陶繩

土榻微溫煙火足 瓦釜瀜瀜泣豆粥

牛鳴齕萁鷄在榤 人物凶年生理拙

兒牽翁衣翁撫頂 出門同看滿山雪 虛白堂詩集卷之二

 

 

 

 

해석

玄雲承空朔風怒
현운승공삭풍로
검은 구름이 하늘에 이어지고 북방 바람이 세차지만
彩鴷喙喙溪邊樹
채렬훼훼계변수
화려한 딱따구리 시냇가 나무를 쪼아대네.
山下茅廬小縮蝸
산하모려소축와
산 밑 초가집은 조그맣고 움츠러든 달팽이집인 듯
三男兩老同家住
삼남량로동가주
세 명 아들 두 노인이 한 집에 사네.
一男荷斧撏薪蒸
일남하부잠신증
한 아들 도끼 메고 땔나무[薪蒸]로 따러 갔고
一男跡兔踰丘陵
일남적토유구능
한 아들은 토끼 자취따라 언덕을 넘었네.
最少一男啼索飯
최소일남제색반
가장 어린 아들은 밥을 찾다 울어대다
姑坐補襪翁陶繩
고좌보말옹도승
짐짓 앉아 양말을 기우고 노인은 새끼 꼬네.
土榻微溫煙火足
토탑미온연화족
구들은 조금 따뜻할 정도로 불 땐 연기 넉넉하고
瓦釜瀜瀜泣豆粥
와부융융읍두죽
질가마는 펄펄 끓으며 팥죽 소리내네.
牛鳴齕萁鷄在榤
우명흘기계재걸
소는 울며 콩깍지 깨물고 닭은 홰에 있지만
人物凶年生理拙
인물흉년생리졸
사람과 동물은 흉년에 삶 방도가 형편없네.
兒牽翁衣翁撫頂
아견옹의옹무정
아이는 노인의 옷을 끄니 노인은 머리 어루만지며
出門同看滿山雪
출문동간만산설
문을 나서 함께 산 가득한 눈을 보네. 虛白堂詩集卷之二

 

 

해설

이 시는 전가사(田家詞)와 마찬가지로, 농촌의 궁벽한 삶을 노래한 사회시(社會詩)이다.

 

성현(成俔)풍요궤범서(風騷軌範序)에서, “대저 시는 물과 나무에 비유하면 원류와 뿌리이고, 율시는 가지와 지류이다. 시 삼백 편은 요원하니 더할 나위가 없는 것이고, 한나라 소무(蘇武)이릉(李陵)은 처음으로 오언시를 지었다. ……이 뒤로부터 작자가 잇달아 나와 위ㆍ진ㆍ송ㆍ제ㆍ수ㆍ당에 이르러 극성하니, 이때에는 옛날과도 그다지 멀지 않아 원기가 아직 온전하였다. 그러므로 그 말이 웅혼 아건하고 법도에 힘쓰지 않아도 저절로 법도가 있었다. 당나라에 이르러 또 율시를 짓게 되자 황색과 흰색을 짝지우고 병렬과 대우로 법도를 다투니, 화려한 수식은 성대하되 구법은 성기고 단련은 정밀하되 성정은 달아나고 기국이 좁아 음절이 촉급하니, 순박함을 어지럽히고 원기를 깎아 내어 날로 위축되어 갔다. 대저 고시로부터 율시를 배우기는 쉽지만 율시로부터 고시를 배우기는 어려우니, 마치 가지나 잎이 뿌리를 비호할 수 없고 지류가 원류를 당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에 시도(詩道)가 대성하여 대대로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다 율시만을 알고 고시를 알지 못한다. 그 사이에 혹 아는 자가 있더라도 대우의 병폐를 면하지 못했고 자유자재로 운용하는 기상이 없었으니, 추녀인 모모(嫫母)의 자질로 미인이 서시(西施)의 찌푸림을 본받는 격이라 실로 오늘날의 고질이지만 치료할 수 없다[譬之水木, 則根本淵源也, 而律乃柯條支派也. 詩三百篇, 邈乎不可尙已, 漢蘇子卿李少卿, 始製五字. …… 自是厥後, 作者繼出, 歷魏晉宋齊隋唐極矣, 當是時也, 去古未遠, 元氣尙全. 故其詞雄渾雅健, 不務規矱, 而自有規矱. 至唐又製律詩, 媲黃配白, 倂儷對偶競趨繩尺, 華藻盛而句律疏, 鍛鍊精而性情逸, 氣局狹而音節促, 淆淳散朴, 斲喪元氣, 而日趨乎萎薾. 大抵自古而學律易, 自律而學古難, 如枝葉不能庇本根, 支派不能當源流也. 我國詩道大成而代不乏人, 然皆知律而不知古. 其間雖有能知者, 未免有對偶之病, 而無縱橫捭闔之氣, 以嫫母之資, 而效西子之顰, 實今日之痼疾, 而不能醫者也.].”라고 하여, 당대 시단의 문제점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시(古詩)를 창작할 것을 주장한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형인 성간(成侃)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 132~133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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