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천지란 살아있는 생명체이자 항상성을 지닌 유기체다
『중용(中庸)』을 읽어보면 쉽게 터득할 수 있지만, 『중용(中庸)』이라는 책은 바로 이러한 천지 코스몰로지(T'ien-ti Cosmology)의 체계적 틀이 완성되면서 성립한 철학서이다. 『중용(中庸)』의 저자가 말하는 천지는 근세 물리학이 말하는 죽은 자연이 아니다. 천지는 살아있는 생명체요, 천지 그 자체가 하나의 호미오스타시스(Homeostasis, 中庸)를 갖는 유기체(Organism)인 것이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동양인들은 생명을 불(火)과 물(水)로 생각했다. 물은 생명의 질(質)이요, 불은 생명의 힘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요, 불은 생명을 잉태시키는 생명력이다. 불은 하늘이요, 물은 땅이다. 하늘과 땅의 합침이 생명이요, 불과 물의 합침이 생명이다. 우리의 몸이 싸늘하면 죽는다. 나의 몸의 온기는 불이다. 그것은 나의 몸의 생명력이요, 나의 몸의 에너지요, 나의 몸의 신이요, 나의 몸의 태양이요, 하늘이다. 그러나 불은 물이 없으면 그 생명력을 발휘할 수 없다. 땅은 물이요, 내 몸의 피요, 내 몸의 액이요, 내 몸을 지탱하는 모든 세포의 터전이다. 이 땅의 물에 불이 쬐일 때 기화(氣化)가 일어나며 생명의 활동이 일어난다.
하늘(天) | 불(火) | 기(氣) | 혼(魂) | 몸 |
땅(地) | 물(水) | 혈(血) | 백(魄) |
저 하늘 밖은 다행스럽게 쇳덩어리처럼 차가운 대기의 막으로 둘러싸여 있어 수분의 증발이 차단된다. 이 지구를 둘러싸는 그러한 장치가 없으면 이 지구의 바다는 금방 증발되어 흩어져 버리고 말 것이다. 물의 순환이야말로 이 천지생명의 신진대사의 기본 틀이다. 땅의 물이 하늘로 기화(氣化, 陽化)되어 올라가면 다시 음우(陰雨)로 결(結)되어 땅으로 떨어진다. 땅은 또 다시 이 음우를 받아온 생명을 잉태시킨다. 이러한 신진대사의 틀을 인간에 비유하면 하늘의 음우가 남자의 사정(射精)으로 상징되는 남성적 행위(masculine act)가 될 것이요, 땅은 곧 그 정액을 받아들이는 여인의 성스러운 자궁이 될 것이다. 그 자궁에 태반이 형성되고 생명은 잉태되는 것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생겨난 모든 생명을 ‘만물(萬物)’이라 부르니, 만물의 애비는 하늘이요[乾稱父], 만물의 에미는 땅이다[坤稱母], 하늘은 만물을 덮는 것(覆)이요, 땅은 만물을 싣는 것(載)이다. 엄마는 우리를 업어 주시고, 아버지는 우리를 덮어 주시지 아니하였던가?
자아! 동양의 ‘하늘과 땅’에 관하여 이만큼 얘기를 들었으면 조금 어렴풋이나마 동양인의 세계관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단순한 원시적 사유라고 깔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 이 배후에는 여러분들이 상상키 어려운 심오하고 정확한 과학적 사고(scientific thinking)가 숨어 있다. 신화적 상상력(mythical imagination)은 단지 그 거대한 통찰을 표현하기 위한 지극히 소략한 단초에 불과하다. 『노자』를 우습게 알다가는 큰 코 다친다. 『노자』야말로 21세기 인류과학의 새로운 비젼이다! 물리학과 생물학과 화학, 이러한 자연과학적 성과의 어떤 소중한 측면들이 21세기에는 『노자』와 결합되지 않을 수 없는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게 될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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