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덕이 있다면 친구가 생긴다
子曰: “德不孤, 必有鄰.”
鄰, 猶親也. 德不孤立, 必以類應. 故有德者, 必有其類從之, 如居之有鄰也.
해석
子曰: “德不孤, 必有鄰.”
공자께서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으니 말이다【『주역』 「계사」상에 “존재의 방향은 겉은 유로써 모아지고, 다양한 사물은 같은 무리로써 나누어진다[方以類聚, 物以羣分].”라 한 것이나, 「건괘문언」에 “모든 소리는 배음관계에 있는 소리들이 항상 같이 울리게 마련이며, 모든 기는 상통하는 기들끼리 서로 구하게 마련이다[同聲相應 同氣相求].”라 한 것이 모두 이 ‘덕불고(德不孤)’에 대한 주해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곤괘문언」에 “선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남아넘치는 경사가 있으며, 불선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남아넘치는 재앙이 있다[積善之家必有餘慶,積不善之家必有餘殃].”라고 한 것은 ‘필유린(必有隣)’을 강조하는 중국인의 정서를 잘 대변해준다. -『논어한글역주』2권, 205쪽】.”라고 말씀하셨다.
鄰, 猶親也.
린(鄰)은 친구와 같다.
德不孤立, 必以類應.
덕이 고립되어 서있는 게 아니라 반드시 같은 부류가 응한다.
故有德者, 必有其類從之,
그러므로 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같은 부류가 따르니,
如居之有鄰也.
거주지에 이웃이 있는 것과 같다.
○ 주자의 주석이 절묘하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하면 무조건 로칼리티(locality)의 문제로 생각하는 상투적 좁은 관념을 벗어나 보이지 않는 추상적 인적 네트워크로 그 함의를 넓힌 것이다. 조그만 동네에서 유덕자로서 이웃과 더불어 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덕이 고립되지 않으면 자연히 주변으로 뜻을 같이 하는 휴먼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곧 문화고 사람이 사는 소이연이다. 공자는 평생을 조그만 울타리에서 꼰대노릇을 하고 산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한 울타리를 항상 깨뜨리면서 방황한 사람이었다. 『도마복음서』 제42장에 이런 말이 있다: “방황하는 자들이 되라(Be wanderers).” 방황하는 자가 된다 할지라도 뜻이 있고 덕이 있으면 주변에 사람은 모여들게 마련이다. 그것이 공자의 학단이다. 공자의 덕이 불고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제자그룹이었던 것이다. -『논어한글역주』2권, 206쪽
○ ‘논어’ 이인(里仁)편의 이 장은 음미할수록 새 희망을 갖게 한다. 덕을 닦는 사람은 같은 뜻을 지닌 사람과 연대하기에 결코 외롭지 않을 수 있다고 일러주기 때문이다.
(孤)는 외롭다는 뜻이니 고립(孤立), 고독(孤獨)이란 말이 모두 이 글자를 사용한다. 불고(不孤)는 외롭지 않다는 말이다. 필(必)은 ‘반드시 ∼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이 글자는 본래 창날을 자루에 장착하는 부분을 나타냈다. 지금은 목(木)부에 필(必)자를 쓰는 글자가 따로 있다. 필(必)을 ‘반드시’의 뜻으로 사용하는 것은 가차(假借)의 용법이다. 유(有)는 ‘∼이 있다’는 말이다. 린(隣)은 본래는 신성한 장소를 나타냈으나 이웃이란 뜻으로 바뀌었다. (린,인)으로도 적지만 뒷날 만들어진 글자다.
학이(學而)편에서 공자는 “벗이 먼 곳으로부터 오니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라고 말했다. 또 옛 성인 순(舜)은 한곳에 정착하길 세 해 만에 도읍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주역(周易)’ 건괘(乾卦) 문언전(文言傳)에 “같은 소리는 서로 응하고, 기질이 같은 사람은 서로 찾는다”는 뜻의 ‘동성상응(同聲相應), 동기상구(同氣相求)’라는 구절이 있다. 같은 덕의 사람은 서로 응한다는 동덕상응(同德相應)의 사실을 말한다. ‘사기(史記)’ 백이열전(伯夷列傳)에서 司馬遷(사마천)은 이념 때문에 외롭게 죽어간 백이와 숙제를 조문하면서 그 점을 강조했다.
한편 ‘주역(周易)’ 곤괘(坤卦) ‘문언전’에 “군자는 경(敬)으로써 안(마음)을 곧게 하고 의(義)로써 바깥(일)을 바르게 하므로 경(敬)과 의(義)가 확립되어 덕(德)이 외롭지 않다”라고 해서 역시 ‘덕불고(德不孤)’가 나온다. 어떤 사람은 이것이 경(敬)과 의(義)의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음을 뜻하므로 이인(里仁)편과 다르다고 했다. 정약용은 경(敬)과 의(義)를 확립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이웃이 있다고 풀이해서 둘이 통한다고 보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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