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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논어한글역주, 위정 제이 - 15. 배우되 생각하고, 생각하되 배우라 본문

고전/논어

논어한글역주, 위정 제이 - 15. 배우되 생각하고, 생각하되 배우라

건방진방랑자 2021. 5. 27.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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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배우되 생각하고, 생각하되 배우라

 

 

2-15.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치 않으면 맹목적으로 되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2-15. 子曰: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칸트는 감성(Sinnlichkeit)과 오성(Verstand), 인식성립에 있어서의 상 보적 관계를 다음과 같이 논하고 있다.

 

 

내용이 없는 사고는 공허하고, 개념이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Gedanken ohne Inhalt sind leer, Anschauungen ohne Begriffe sind blind. (Kritik der Reinen Vernunft, B75).

 

 

우리의 심성이 그 어떠한 방식에서 촉발되는 한에서 표상을 받아들이는 심성의 수용성을 감성이라고 한다면, 이와 반대로 표상 자신을 산출하는 능력 즉 인식의 자발성이 오성이다. 직관은 감성적일 수밖에 없다. 감성적 직관의 대상을 생각하는 능력이 오성이다. 이 두 가지 성질은 우열이 없다. 감성이 없으면 대상은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오성이 없으면 대상은 도무지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Ohne Sinnlichkeit würde uns kein Gegenstand gegeben, und ohne Verstand keiner gedacht werden.)

 

여기 공자의 논의를 깊게 생각해보면 이러한 칸트의 논의와 상통하는 것이다. 여기 칸트가 말하는 내용이 없는 사고직관이 없는 개념으로 바꾸어 말해도 좋다. 물론 개념이 없는 직관사고가 없는 내용으로 바꾸어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주자(朱子)는 망()혼이무득(昏而無得)’이라 주하고, ()위이불안(危而不安)’이라 했는데, 대체적으로 고주(古注)보다 그 취한 뜻이 명료하다. 고주는 태()위태롭다로 보지 않고, ‘피곤하다[使人精神疲殆也]’로 보았는데 별로 좋은 주석이 아니다.

 

공자가 말하는 ()’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나의 의식의 장으로 새로움(novelty)’이 유입(流入)되는 것을 의미한다. 배움이란 물음이요, 탐구요, 독서다. 그것은 미지의 세계로의 모험이다. 따라서 새로움의 유입이 없는 독서는 독서가 아니다. 맨 똑같은 소리를 반복하는 신문이나 만화나 통속소설을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별 의미 없이 떠오르는 컴퓨터의 채팅이나 리플의 언어를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우리는 그것을 독서라 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나의 인식의 지평의 확대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은 반드시 사()로써 질서 지워져야 한다. ()는 새로운 경험적 사실의 유입(流入)은 없지만, 그러한 사실들을 반추하고 서로의 관계를 정연하게 심화시키는 과정이다. ()는 나 홀로 의식의 자내적 반추과정(反芻過程)이다. 그런데 학()만 있고 사()가 없으면 망()하여진다. ()이란 멍청해진다는 말인데, 칸트의 표현을 빌리면 맹목적(blind)이란 뜻이다. 즉 배움만 있고 사유가 없으면 맹목적 혼란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그것은 소음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사유만 있고 배움이 없으면 태()하여진다. 여기서 태()란 칸트의 표현대로 공허하다(leer)는 뜻이다. 생각만을 깊게 하고 새로움의 유입이 없는 체험의 세계는 공적한 것이다. 그것은 선방만을 유랑하는 선승들이 자칫 잘못 빠지기 쉬운 유폐와도 같은 것이다. 과거의 훌륭한 선승(禪僧)들은 결코 학()을 게을리한 사람들이 아니다. ()에 집착하지 말라는 선()은 있을 수 있어도, ()을 무시하라는 선()은 있을 수 없다.

 

나는 고려대학교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항상 죠크를 다음과 같이 말하곤 했다: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岡)이란 공자가 이공계 학생들에게 한 말이고,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란 문과계 학생들에게 한 말이다.”

 

 

배운 것을 마음에 구하지 않으면 혼미하여져서 얻음이 없고, 생각한 것을 실사 물에 즉하여 익히지 않으면 위태로워져 불안한 것이다.

不求諸心, 故昏而無得. 不習其事, 故危而不安.

 

정자가 말하였다: “박학ㆍ심문ㆍ신사ㆍ명변ㆍ독행, 이 다섯 가지 중에 하나만 폐하여도 그것은 배움이라고 할 수 없다.”

程子曰: “博學, 審問, 愼思, 明辨, 篤行五者, 廢其一, 非學也.”

 

 

여기 정자는 정이천이다. 박학ㆍ심문ㆍ신사ㆍ명변ㆍ독행은 중용(中庸)20에 나오는 말이다. 맥락적으로는 성론(誠論)과 관련되어 있다.

 

 

 

 

인용

목차 / 전문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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