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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한글역주, 위정 제이 - 13. 자공아, 말보단 행동으로 보이라 본문

고전/논어

논어한글역주, 위정 제이 - 13. 자공아, 말보단 행동으로 보이라

건방진방랑자 2021. 5.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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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자공아, 말보단 행동으로 보이라

 

 

2-13. 자공이 군자에 관하여 여쭈었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먼저 실행하라. 말은 실행한 후 그 행동을 따르게 하라.”
2-13. 子貢問君子. 子曰: “先行其言而後從之.”

 

보통 이 장은 먼저 그 말을 실천에 옮기고, 그 후에 따르게 한다[선행기언(先行其言), 이후종지(而後從之)]’로 끊어 읽는 것이 상례이지만, 내가 다르게 끊은 방식과 내용에 있어서는 하등의 차이가 없다. 오히려 내가 끊는 방식이 그 의미를 명확하게 해준다.

 

자공(子貢)앞서 말했듯이 비교적 연소한 제자로서 탁월한 외교관이요, 비지니스맨이었다. 선진(先進)편의 사과십철(四科十哲)에 자공(子貢)은 재아(宰我)와 함께 언어(言語)에 능한 자로서 분류되어 있다. 범순부(范淳夫, 1041~1089)가 이러한 자공의 특성을 고려하여 그 맥락에서 공자의 말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지적한 것은 일리가 있다.

 

 

범씨가 말하였다: “자공의 병통은 말함의 어려움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실행함의 어려움에 있었다. 그래서 공자께서 이것으로 일러주신 것이다.”

范氏曰: “子貢之患, 非言之艱, 而行之艱. 故告之以此.”

 

 

자공이 공자에게, “군자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질문에 공자는 군자 란……하고 군자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논리에 대한 논리는 매우 피상적인 것이다. 공자는 자공이 군자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이면의 감정이나 동기나 소기하는 바를 깨달으신 것이다. 군자(君子)는 영원히 그 자체로서 정의 내려질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소크라테스의 문답법과 공자의 논어의 거대한 차이를 발견한다. 소크라테스는 근원적으로 정의할 수 없는 언어적 개념을 정의하려고 노력하고, 공자는 애초부터 그러한 동기를 유발시키는 언어의 유희를 좌절시킨다.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변증법적 점수(漸修)라고 한다면 공자의 논어는 일침견혈(一針見血)의 돈오(頓悟)의 경지다. 공자 가 만약 자공의 질문에 대하여 군자란 이러이러한 것이다라고 말을 시작하였다면 이미 그것은 논어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자공이 군자에 대하여 질문을 했다는 사실은 바로 자기가 군자가 되고 싶다는 어떤 갈망, 삶의 비젼을 표현한 것이다. 공자는 그 비젼을 추상적 개념으로서,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그러한 바보짓을 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자의 삶의 맥락에서 그가 가장 결여하고 있는 측면을 지적하여 부단히 군자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는 그의 삶의 자세에 한 지침을 제시하고자 했을 뿐이다. 여기에 바로 공자의 째즈가 있다.

 

자공은 말의 명수였다. 말로써 제후들을 설득시키고 말로써 재화를 벌어들이는 탁월한 재주꾼이었다. 이러한 자공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선행(先行)’ 그 한마디였던 것이다. 먼저 행()하라! 말인즉슨 그 행함을 뒤따라가게 하면 족하다.

 

우리 동양인의 교육방법으로 가장 잘 쓰는 말이 솔선수범(率先垂範)’이라는 말이다. 남에게 말로써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써 모범을 보인다는 말이다. 솔선수범이야말로 만고에 양보할 수 없는 보편적 진리인 것이다. 오늘 우리사회가 혼란과 무기력증세를 보이는 것도 바로 우리사회의 리더들이, 말만을 앞세울 뿐, 후학들이 진심으로 따를 수 있는 행동의 모범을 보이고 있질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모두가 교언영색(巧言令色) 선의인(鮮矣仁)!’이라는 학이(學而)편의 사상과 같은 맥락이며, 뒤의 이인(里仁)편에 나오는 고자언지불출(古者言之不出), 치궁지불체야(恥躬之不逮也).’라든가 군자욕눌어언이민어행(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이라는 말이 모두 같은 계열의 일관된 자사상을 표현한 말들이다.

 

 

주씨가 말하였다: “‘선행기언(先行其言)’이라는 것은 말하기도 전에 실행하는 것이요, ‘이후종지(而後從之)’는 이미 실행한 후에 말하는 것이다.”

周氏曰: “先行其言者, 行之於未言之前; 而後從之者, 言之於旣行之後.”

 

범씨가 말하였다: “자공의 병통은 말함의 어려움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실행함의 어려움에 있었다. 그래서 공자께서 이것으로 일러주신 것이다.”

范氏曰: “子貢之患, 非言之艱而行之艱, 故告之以此.”

 

 

주씨는 주부선(周孚先, 저우 후우시엔, Zhou Fu-xian)이다. 북송의 사람인데 생졸연도가 미상이다. 자가 백침(伯忱)이다. 진릉(晋陵) 출신이다. 동생 공선(恭先)과 더불어 정이천에게 직접 배웠다. 정이천은 두 형제의 기질이 순명(純明)하여 도에 들어갈 만하다고 평하였다. 송원학안(宋元學案)』 「유리제유학안(劉李諸儒學案)에 간략히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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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전문

공자 철학 / 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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