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타인을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의 조건
4-3.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오로지 인(仁)한 자래야 사람을 좋아할 수 있으며, 또 사람을 미워할 수 있는 것이다.” 4-3. 子曰: “唯仁者能好人, 能惡人.” |
나 도올은 『논어』의 이 구절을 심히 사랑한다. 동양적 세계관에서는 선(善, the Good)과 악(惡, the Evil)은 대립적 가치로서 나타나지 않는다. 선(善)의 대립적 개념은 불선(不善)일 뿐이요, 악(惡)이 아니다. 악(惡)이란 본시 인간의 호오(好惡)의 일측면일 뿐이다. 모든 악(惡)은 나의 감정의 오(惡: 미움)로서 해석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만으로 인격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을 사랑한다고 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나 증오감을 동시에 포섭하는 것이라야 정당한 것이다. 그러나 인간을 미워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인한 자래야 가능한 것이다. 인은 인간에 대한 아부가 아니다. 인은 감정이 메말라버린 이지적 도덕성이 아니다. 끊임없이 좋아하고 또 끊임없이 미워할 줄 아는 풍부한 감정의 세계 속에서 상황적으로, 역동적으로 형성되어 가는 심미적 감수성이다. 인간을 참으로 미워할 줄 아는 자만이 참으로 인간을 좋아할 수 있는 것이다.
‘호(好)’와 ‘오(惡)’는 모두 거성이다. ○ ‘유(唯)’의 말 됨은 ‘독(獨, 오직)’이다. 대저 사심(私心)이 없은 후에나 좋아하고 미워함이 리(理)에 맞을 수 있는 것이니, 정이천 선생이 말한 바, 그 공정함(公正)을 얻는다 함이 바로 이것이다.
好, 惡, 皆去聲. ○ 唯之爲言獨也. 蓋無私心, 然後好惡當於理, 程子所謂: “得其公正” 是也.
유정부(채산선생)가 말하였다: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는 것은 천하사람들의 똑같은 감정이다. 그러나 사람이 매번 그 정도를 잃게 되는 것이 마음이 얽매이는 바가 있어서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직 인한 자라야 사심이 없으니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이 자재로울 수 있는 것이다.”
○ 游氏曰: “好善而惡惡, 天下之同情, 然人每失其正者, 心有所繫而不能自克也. 惟仁者無私心, 所以能好惡也.”
채산이 말하는 바, ‘심유소계(心有所繫)’라 하는 것도 불가에서 말하는 집착(執着, abhiniveśa, grāha)과 대차가 없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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