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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한글역주, 이인 제사 - 편해 본문

고전/논어

논어한글역주, 이인 제사 - 편해

건방진방랑자 2021. 5. 2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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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 제사(里仁 第四)

 

 

편해(篇解)

 

 

많은 사람들이 이 이인(里仁)편이야말로 논어의 진정한 시작일 것이라는 가설을 심정적으로 동의하는데 주저치 않는다. 논어의 편제가 이인(里仁)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공자의 로기온자료 모음 중에서 이 이인의 자료야말로 최고층(最古層)을 형성한다고 보는 것이다. 웨일리(Arthur Waley)는 원래 논어는 제3편에서 제9편까지로만 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1~2, 10~20편은 그 뒤로 증보된 것인데 어떤 일관된 성격을 찾을 수 없는 잡다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인편의 느낌은 소박하고 원시적이며 함축적인 공자의 언사를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공자의 원래적 사유를 담아내고 있다. 물론 이인이라는 편명은 관례대로 첫 장 첫 문구의 두 글자를 따온 것이지만, 공자의 가장 오리지날한 사상이라고 여겨지는 ()’이라는 주제를 펼쳐나가고 있다는 의미에서는 편명도 결코 우발적인 것이라고만 간주할 수는 없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 편에서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문장의 양식(Form)이다. 1526을 제외하면(이 두 장은 후대의 삽입), 전편이 자왈(子曰)’이라는 간결한 형식으로 일관되어 있으며, 그 왈()의 내용도 지극히 간결한 경구적인 잠언의 성격으로 되어있다. 우리가 신약 복음서의 가장 오리지날한 형태도 도마복음서와 같이 내래이션이 없는 예수의 간결한 말씀의 모음집이었으리라고 예상되는 것이다. 현재 나그 함마디 문서(The Nag Hammadi Library)에 포함되어 있는 콥틱 도마복음서114개장의 짧은 예수말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3이 예수와 제자들간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인(里仁)15의 형식과 비슷을 제외하면, 모두 한결같이 이인편의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자왈子曰]’와 같은 양식인 예수께서 말씀하시었다(Jesus said, 야소왈耶蘇曰)’로 시작되고 있다. 현존하는 콥틱어 도마복음서는 희랍어 도마복음서에서 번역된 것이며, 그 원전 희랍어 도마복음서20세기 초에 그 불완전한 파피루스 파편이 나일강변 도시 옥시린쿠스에서 발견되어 소개되었던 것인데, 그 정체가 나그 함마디 문서의 발견으로 확실하게 인증되기에 이르렀다. 이 두 문서를 비교해보면 동일 계열의 문헌의 다른 버전들임이 확실하다. 희랍어문서 자체가 보다 오리지날한 아람어문서의 번역인지 아닌지는 확정지을 수 없지만 그러한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도마복음서가 바로 20세기 성서문헌비평의 성과로 상정되었던 큐자료(Quelle)마가자료 이외의 마태누가의 공통자료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 제기되어왔다. 요번에(1970년대 중반경에나 그 전모가 드러남) 발굴된 콥틱문서의 연구성과로 인하여 도마복음서와 큐자료가 비슷한 성격의 원시기독교 로기온모음집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큐자료도 확고한 실체성을 가지는 복음서로서 격상되기에 이르렀다. 현재 세계신학계에서는 큐복음서라는 말을 사용한다. 도마복음서의 예수말씀은 큐복음서보다는 보다 광범위한 신약성서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요한, 마가, 고린도전서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더 결정적인 사실은 큐복음서에는 아포칼립틱한 성격인자의 재림을 전제로 해서 재림의 그 날에 대해 이야기함이 비쳐지고 있는데, 도마복음서에는 전혀 그러한 성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큐복음서는 천국(Kingdom of God)의 도래에 대한 종말론적 기대를 부분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반하여 도마복음서아버지의 왕국(Kingdom of the Father)’을 이 지상에서의 지혜의 발견과 동일시하며, 그것은 예수의 말씀에 촉발되어 자신 속에 내재하는 온전한 신성을 각성함으로써 달성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러한 사상은 요한복음로고스기독론과도 다른 것이다. 예수가 전혀 메시아로서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나의 구원은 오로지 나의 과제상황일 뿐이며 예수에 대한 믿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도마복음서에는 타력사상이 배제되어 있다. 그리고 시간의 관념이 묵시론적 미래지향성이 아니라, 분별의 세계에서 무분별의 하나 된 세계를 동경하는 원시반본(原始返本)의 원초지향성을 축으로 하고 있다.

 

벤자민 슈왈츠(Benjamin I. Schwartz)는 도가에서 말하는 언표할 수 없는 도(the Ineffable Tao)가 궁극적으로 신비주의적 그노시스(mystical gnosis)와 상통한다고 했는데 도마복음서의 천국사상은 오히려 도가적 성격을 내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에 대해서 절대적 타자(the Other)를 설정한다면, 그 타자는 언표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언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 그 절대성은 잡다하지 않은 일자(the One)가 될 수밖에 없다. 그 일자를 도마는 천국이라 표현했고, 노자는 ()’라 표현했고, 공자는 ()’이라 표현했는데, 이 모든 신비주의적 요소들이 어떤 공통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하여튼 큐복음서도마복음서나 그 성립시기에 관하여 제설이 분분하지만 양자가 다 사복음서 중 최초로 성립한 마가복음서보다 빠르다. AD 50년에서 AD 65년 사이에 성립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것은 이미 초기기독교 교단의 성립 이전에 다양한 예수운동의 발전단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도마복음서에 천국의 초월적 의미가 입세간(入世間)적으로 현실화되어 있다는 사실은 분명이 문헌의 시대적 선후를 분별케 만드는 어떤 확정적 기준은 될 수가 없다해도, 기독론적 케리그마의 성립 이전에 이미 다양한 패러다임의 사상운동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추리는 매우 재미있는 것이다. 공자의 말씀을 기록하고 해석하는데 있어서도, 여러 갈래의 패러다임이 공자사후의 시대에도 엇갈려 있었다는 것을 추론케 해주는 것이다.

 

이인(里仁)편의 공자말씀에 공통된 사실은 효()라든가 천()과 같은 인위적 개념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와 같은 제도적 복속이라든가, ()과 같은 초월적 주재, 다시 말해서 공자의 실존적 삶의 체험을 벗어나는 어떤 후대의 조작적 구성에 물들여져 있질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조직화된 학파(an organized school)의 존재가 전제되어 있질 않다는 사실도 주목되어야 할 측면이다. 브룩스는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이 이인(里仁)편을 18 이전과 이후로 나누고, 18장 이후의 파편은 오리지날한 이인편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18장 이후는 너무도 효()에 대한 관념이 이념화된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히려 위정(爲政)편의 문효(問孝)’ 장들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서 시대적으로 제13편인 자로(子路)뒤에 오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나는 이인편이 15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1장부터 14장까지의 로기온은 그야말로 논어의 시작이며 매우 오리지날한 파편들이다. 그러나 15장부터는 증자의 학파에서 윤색된 후기 로기온 모읍집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니까 15~25장까지는 증자의 후학들에 의하여 구성되었거나 초기전송을 수집하였거나 한 것이다. 그리고 26은 자유의 말이지만 공자의 교훈을 전하는 것으로서(안연23과도 상통), 본편의 18을 보완하는 성격도 있다. 부록격으로 추가 한 것이다.

 

이인편의 오리지날한 파편은 공자의 깊은 실존적 삶의 체험과 고뇌에서 우러나온 고백이라는 느낌이 감돈다. 5장과 9장은 어린 시절의 고생스러웠던 삶이나 14년 유랑의 궁핍스러웠던 체험을 연상시킨다. 3장은 항상 정치적 삶의 여로에서 비난에 부닥 쳤던 악연들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8장은 그의 삶의 실존적 결단의 단호함, 그리고 보 상없는 선행에 대한 무제약적 의지를 나타낸다. 이인의 공자는 매우 현세적이다. ‘지금 여기에서의 자신의 도덕적 삶의 절대적 권위를 확고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인(里仁)편의 오리지날한 층대인 1~14장을 보면 1~7은 인()에 관한 것을 집중적으로 모았고, 8~9는 도()를 주제로 하고 있으며 10~14는 군자(君子)적인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공자의 사상의 핵심은 인()이다. ()도 결국 인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그리고 인과 도를 실천하는 주체는 군자인 것이다. 이인편의 오리지날한 층대는 아마도 자공이 6년상을 지낼 적에 편찬된 것이 아닐까 하고 추정되기도 한다. 자공은 아마도 공문의 후학들이 인을 실천하는 군자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공자의 말씀 중에서 대표적인 격언 같은 것을 뽑아 놓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확실한 정황은 알 길이 없다.

 

 

본 편은 모두 2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凡二十六章.

 

 

주희의 말은 간결해서 좋지만, 이인편의 성격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좀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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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전문

공자 철학 / 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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