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군자는 극단이 아닌 의에 따라 처신한다
4-10.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는 세상 일에 관하여서는 가까이 할 것도 없고 멀리 할 것도 없다. 오로지 의로움에 따를 뿐이다.” 4-10. 子曰: “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 |
이 장의 해석에 관해서도 심하게 많은 논란이 있다. 문자가 소략하고 그 함의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출전을 활용하여 그 진의를 밝히려 하지만, 그러한 인용학(citology)의 한계는 분명한 것이다.
적(適)이라는 것은 긍정의 언사요, 막(莫)이라는 것은 부정의 언사다. 적(適)이란 가까이 함이요, 막(莫)이란 멀리함이다. 무적(無適)과 무막(無莫)이라는 것은 중용에 대한 양단(兩端)이다.
군자(君子)는 위(位)를 얻은 벼슬아치를 가리키는 위(位)를 얻지 못한 도덕군자를 가리키든지 간에 인간세를 지도하는 위치에 있는 리더들이다. 이렇게 리더의 의식을 가진 자는 세상일에 대하여 어떤 공적인 기준을 가져야 한다는 것 이다. 여기 ‘천하(天下)’란 문자 그대로 ‘하늘 아래’며, 이것은 ‘천지(天地)’와 대비되는 것으로 ‘인간세(人間世)’를 가리킨다. 군자(君子)와 천하(天下)의 관계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무적(無適). 무막(無莫)’이라 하는 표현은, 사적 감정에 치우쳐 세상일을 긍정하고 부정하는 경향성을 경계한 말이다. 세상일에는 가까이 할 필요도 없고 멀리 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직 천하(天下)의 대공(大公)인 의(義)를 존중할 뿐이다. 의로움에 따라 세상일을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비(比)’는 ‘따른다’는 뜻이다.
‘適’은 정력(丁歷) 반이다. ‘比’는 필이(必二) 반이다. ‘적(適)’은 오로지 주인으로 삼는다[專主]는 뜻이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말하기를 ‘내 과연 누구를 주인으로 삼아 따를꼬?’라고 했는데 바로 여기 용법과 통한다. ‘막(莫)’은 불긍(不肯: 긍정치 않는다)이다. ‘비(比)’는 따른다는 뜻이다.
適, 丁歷反. 比, 必二反. ○ 適, 專主也. 『春秋傳』曰“吾誰適從” 是也. 莫, 不肯也. 比, 從也.
희가 든 용례는 『춘추좌씨전』 희공(公) 5년 봄(春) 기사에 나온다. 진 (晋)나라의 충신 사위(士蔿)가 하는 말이다: ‘한 나라에 세 임금이 있으니, 내 누구를 주인 삼아 따를꼬[일국삼공(一國三公), 오수적종(吾誰適從)]?’
○ 사량좌가 말하였다: “‘적(適)’이란 가(可)함이요, ‘막(莫)’이란 불가(不可)함이다. 군자는 세상일에 관하여서는 가함도 없고 불가함도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만약 도로써 세상일을 주도하지 않는다면, 미치광이가 날뛰고 제멋대로 방자해지는 세상이 되어버릴 것이 아닌가? 이것이 바로 불로지학(佛老之學)이 스스로 일컫기를 마음에 집착이 없어 변화하는 세태에 자유롭게 응할 수 있다 하면서 끝내 성인에게 죄를 얻고야만 까닭이다. 성인의 학문은 이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가함도 없고 불가함도 없다(「미자」 8)고 말씀하시지만 그 사이에 대의[義]가 존(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군자의 마음이 세상일에 있어서 한편으로 쏠려서 되겠는가?”
○ 謝氏曰: “適, 可也. 莫, 不可也. 無可無不可, 苟無道以主之, 不幾於猖狂自恣乎? 此佛ㆍ老之學, 所以自謂心無所住而能應變, 而卒得罪於聖人也. 聖人之學不然, 於無可無不可之間, 有義存焉. 然則君子之心, 果有所倚乎?”
사량좌의 주석이 본 장의 이해에 있어서는 정곡을 얻었다. 공자는 세상 일에 관하여서는 ‘무가무불가(無可無不可)’했다는 이야기가 공자 자신의 말로서 「미자(微子)」 8에 나오고 있다. 벼슬하게 되면 하고 그만두게 되면 그만두고, 오래 머물 자리면 오래 머물고 빨리 떠나야 할 자리이면 빨리 떠나가고, 그렇게 치우침이나 고집함이 없이 살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원칙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원칙은 정의의 구현이다. 신유가의 사람들이 노장사상이나 불학을 비판하는 가장 핵심 포인트는 항상 노불이 초윤리적(trans-ethical)이라는 것이다. 윤리적이어야 할 사태에 윤리적 기준을 근원적으로 망가뜨려 윤리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세기 한국불교의 사회적 행태를 고찰한다면 그러한 유가의 비판도 반드시 적(的)을 벗어났다고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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