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군자와 소인의 생각
4-11.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는 큰 덕을 생각하고 소인은 안온한 삶의 터를 생각한다. 군자는 두루 적용되는 법을 생각하고 소인은 작은 혜택을 생각한다.” 4-11. 子曰: “君子懷德, 小人懷土; 君子懷刑, 小人懷惠.” |
이 장은 문구의 해석에 있어서는 크게 난해할 것이 없다. 그러나 해석은 크게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뉜다. 그 첫째 번 입장은 전통적 해석으로 고주나 신주나 크게 차이가 없다. 이 전통적 해석에 대한 반론은 에도의 유학자 소라이(荻生徂徠)에 의하여 제기된 것이다.
‘회(懷)’라는 것은 ‘생각한다’, ‘그리워한다’는 뜻이다. 즉 무엇을 삶의 중심테마로서, 가치관으로서 간직한다는 뜻이다. 덕(德)이란 큰 덕이다. 즉 보편적인 삶의 가치다. 주희는 주(注)하여 ‘회(懷)’이란 ‘나의 존재에 고유한 선한 본질을 보존하는 것[謂存其固有之善]’이라고 했다.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회덕분기점(懷德分岐點)이라는 곳이 나온다. 대전에 들어가기 전에 호남고속도로가 갈리는 곳이다. 이 회덕이란 곳은 원래 우암 송시열(宋時烈) 선생의 후예들이 많이 살던 곳이다. 이 지역은 백제 때에는 우술(雨述) 또는 오천(杇淺)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고, 신라 때에는 비풍(比豊)으로 불리었다가, 고려 초에 회덕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회덕읍지(懷德邑誌)』(규장각도서)에 기록되어 있다. 이 지명도 바로 이 『논어』의 이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토(土)’란 ‘삶의 터전’이라는 뜻이다. 안온한 자기만의 삶의 반경을 의미한다. ‘회토(懷土)’를 주자는 ‘자기가 사는 곳의 편안함에 탐닉하는 것을 말한다[謂溺其所處之安]’라고 해석했는데 좋은 해석이다. 연관된 공자의 말이 「헌문」 3에도 있다.
‘형(刑)’이란 단순한 ‘형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사회질서, 즉 법(法) 일반을 의미한다. ‘혜(惠)’란 개인적인 커넥션에 의한 혜택, 즉 법망의 구멍(loophole)을 의미하거나, 자신에게 이로운 은택, 즉 ‘봐줌’의 관용을 의미한다. 군자는 사회기강으로서의 보편적인 법질서를 생각하지만, 소인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되는 법망의 구멍이나 빽줄에 의한 은혜만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대강의 뜻은 고주나 신주나 크게 다름이 없다.
그런데 소라이(荻生徂徠)는 이러한 전통적 해석을 뒤엎는 새로운 독법을 제시한다. ‘군자회덕(君子懷德)’과 ‘소인회토(小人懷土)’는 조건절과 주절의 관계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군자회덕(君子懷德)’과 ‘군자회형(君子懷刑)’은 「위정(爲政)」 3의 사유패턴과 마찬가지로 덕치(德治)와 법치(法治)의 대비적 관계로 병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군자회덕(君子懷德)’은 좋은 정치를 말하는 것이요, ‘군자회형(君子懷刑)’은 나쁜 정치를 말하는 것이다.
조건절(If) | 주절(then) | |
덕치(德治) (좋은 정치) |
군자회덕(君子懷德) | 소인회토(小人懷土) |
법치(法治) (나쁜 정치) |
군자회형(君子懷刑) | 소인회혜(小人懷惠) |
군자가 큰 덕을 그리워하면 소인들은 그러한 좋은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각 자 자기가 살고 있는 삶의 터전 속에서 편안하게 삶을 영위해나가지만, 만약 군 자가 형벌을 줄 생각만 하면 소인들은 그 형벌을 피해나갈 혜택 즉 빽줄만을 생각하게 될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소라이의 해석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소 라이가 이렇게 조건절과 주절의 패턴으로 『논어』의 문장을 해석하는 가장 중유 한 이유는 이렇게 해석해야 제도사적ㆍ정치사적 의미가 드러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떤 인간의 내면적 덕성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선왕지도(先王之道)와 관련된 어떤 제도적 의미로서 파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해석을 취하지 않는다.
소라이는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에 대한 해석을 지나치게 제도사적인 2원론의 틀 속에서 규정한다. 즉 군자(君子)는 지배자요 권력자요 통치자이며, 소인(小人)은 피지배자며 권력이 없는 민초요 피치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2원론적 틀은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에 대한 의미를 너무 편협하고 상투적으로 만드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공자가 말하는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은 위(位)를 얻은 자와 위(位)를 얻지 못한 자라고 하는 정치권력상의 위계질서적 계층으로 나눌 수가 없다. 그 위(位)의 한계나 범위와 그 가동성이 규정하기가 매우 모호하기 때문이다. 공자가 말하는 군자(君子)ㆍ소인(小人)이란 모두 같은 위계서열 속에서 단지 다른 도덕적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되어야만, 그 소인(小人)의 개념이 진정한 경멸이나 증오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그 군자(君子)의 개념이 진정한 존경이나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공자의 언명에는 이러한 보편주의가 분명히 내장되어 있는 것이다. 이 명제가 소라이처럼 해석되면 이것은 단순히 군자(君子)의 덕정(德政)과 학정(虐政)에 관한 좁은 규정에 지나지 않게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 「이인(里仁)」편의 구문은 우리말로 하면 4ㆍ4조의 패턴을 가지고 있는데【4글자가 형성하는 한 구절이 4개 있는 문장 구성】, 이 4ㆍ4조의 구문이 모두 독립적으로 의미를 갖는 맥락으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공자는 군자와 소인의 개념을, 동일한 가치차원에서 대비해 가면서 폭넓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군자나 소인이나 모두 사(士)일 뿐이다. 여기 군자와 소인의 대비에서 공자가 특별히 경계하고 있는 것은 소아적인 사(실무행정담당가)들의 보편성이 결핍된 가치관이나 지역적인 편익주의(regionalistic favoritism), 그리고 빽줄을 이용한 법망의 기피 등의 악습에 기인한 세태일 것이다.
그리고 덕(德)과 토(土), 형(刑)과 혜(惠)는 쌍성자(雙聲字)이다. 즉 최초의 자음이 상통하는 글자들이다. 덕(德)과 토(土)에는 t가 형(刑)과 혜(惠)에는 h가 공통된다.
‘회(懷)’는 생각하며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회덕(懷德)’이란 나의 존재에 고유하게 있는 선을 보존하는 것을 일컫는다. ‘회토(懷土)’란 자기가 사는 곳의 편안함에 탐닉하는 것을 일컫는다. ‘회형(懷刑)’이란 법을 두려워하는 것을 일컫는다. ‘회혜(懷惠)’란 이익을 탐하는 것을 일컫는다. 군자와 소인의 취향(삶의 걸어가는 방향)이 같지 않은 것은 공(公)과 사(私)의 사이일 뿐이다.
懷, 思念也. 懷德, 謂存其固有之善. 懷土, 謂溺其所處之安. 懷刑, 謂畏法. 懷惠, 謂貪利. 君子小人趣向不同, 公私之間而已.
○ 윤언명이 말하였다: “선을 좋아하고 불선을 싫어함은 군자됨의 까닭이요, 구차스럽게 편안히 살려하고 항상 이득을 보려고 힘쓰는 것은 소인됨의 까닭이다.”
○ 尹氏曰: “樂善惡不善, 所以爲君子; 苟安務得, 所以爲小人.”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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