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부모님의 나이에 대한 자식의 일희일비(一喜一悲)
4-21.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부모님의 나이는 알지 않으면 안 된다. 한 편으로 는 그로써 기쁜 마음이 들고, 한 편으로는 그로써 두려운 마음이 든다.” 4-21. 子曰: “父母之年, 不可不知也. 一則以喜, 一則以懼.” |
옛날에는 사람의 나이를 아는 것도 갑자(甲子)를 세어 아는 것이다. 지 금처럼 십진법에 의한 직선적 숫자로 출생연도만 알고 있으면 자동적으로 몇 살이라는 것이 산출되는 것이 아니다. ‘환갑(環甲)’이니 ‘진갑(進甲)’이니 하는 따위의 개념들이 모두 갑자의 순환적 흐름에서 생겨나는 개념이다. 갑자(甲子)의 한 싸이클을 돌아온 ‘환갑(還甲)’이야말로 고대인들에게는 인생 역정의 대기준이 되는 것이었다.
부모님의 나이는 애써 기억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왜 그런가? 부모님이 나이를 잡수셨다는 그 사실로 해서 우리는 기쁨과 슬픔을 항상 동시에 맛보게 되는 것이다. 같은 시간의 사실일지라도 그것을 해석하는 마음의 정감에는 항상 양면성이 도사리게 되는 것이다. 그 양면성을 심리학에서는 앰비밸런스(ambivalence)라고 부른다. 오래 사셨다는 사실[수고(壽考)]을 생각하면 기쁨이 앞서지만, 또 동시에 사실 날이 멀지 않았다는 유기체의 대원칙 앞에서 우리는 가슴을 졸이게 되는 것이다. 이 문장은 아주 평이한 사실에 대한 묘사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애틋한 느낌의 사실을 너무도 절묘하게 표현해내고 있는 명구에 속한다. 더구나 부모님을 어릴 때 일찍 여읜 공자로서야 남이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것만 보아도 부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노년의 공자는 어린 제자들에게 이 말을 간곡히 해주었을 것이다. 동양인들의 감정은 가깝고 비근한 데서부터 멀고 고원한 데로 유추되어 나간다. 부모님의 고령을 생각하는 이러한 앰비밸런스의 마음가짐이 곧 인(仁)의 본질이 아니고 무엇이랴! ‘불가부지야(不可不知也)’의 ‘야(也)’를 가볍게 읽어 내리면 이 문장은 전체가 4ㆍ4조로 되어 있다. 한문이나 우리말이나 4ㆍ4조의 형식이 가장 원초적인 음성학적 패턴을 형성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이 특히 「이인」편의 맛이다.
‘지(知)’는 기억한다는 것이다. 부모님의 나이를 항상 기억하고 있으면, 그 오래 사심을 기뻐하게 되고, 또 동시에 쇠하여 가심을 두려워하게 된다. 날짜를 아끼는 정성에 있어서 스스로 그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知, 猶記憶也. 常知父母之年, 則旣喜其壽, 又懼其衰, 而於愛日之誠, 自有不能已者.
‘애일(愛日)’이라는 말은 꽤 유명한 말로서 전한 말의 유학자 양웅(揚雄, 양 시옹, Yang Xiong, BC 53-AD 18)의 『법언(法言)」 「효지(孝至)」에 나온다. 이 책은 『논어』의 체제와 내용을 모방하여 쓴 문답체의 사상서이다.
부모의 넉넉함을 넉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넉넉치 못한 것이다. 부모를 섬김에 스스로 부족함을 안 자는 순(舜)일 것이다. 아무리 오랫동안이라도 오래일 수 없는 것이 부모를 섬기는 일이다. 효자는 날짜 적음을 안타까워 하여 하루라도 더 정성껏 봉양하려 한다.
裕父母之裕, 不裕矣. 事父母, 自知不足者, 其舜乎! 不可得而久者, 事親之謂也. 孝子愛日.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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