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약(約)하는 사람은 실수가 적다
4-23.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약(約)으로써 잃는 자는 적다.” 4-23. 子曰: “以約失之者鮮矣.” |
‘약(約)’이란 경제적 검약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언어의 검약, 행동의 검약, 가치관의 총체적 검약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인간은 어차피 과불급이 없을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러나 항상 과(過)의 오류보다는 불급(不及)의 오류가 개선의 여지가 더 많다. 다시 말해서 노자가 말하는 허(虛)가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약(約)이란 불급(不及)보다도 훨씬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의도적인 검약이다.
공자의 사상은 결코 노자의 사상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모두 동시대의 시대 정신의 소산이라 생각된다. 여기 공자가 말하는 ‘약(約)’이나 노자가 말하는 ‘무위(無爲)’나 ‘무욕(無欲)’은 그 본질적인 함의에 있어서 대차가 없다. 현소포박(見素抱樸)하고 소사과욕(少私寡欲)하는 정신이 모두 깃들어져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제30대 대통령인 쿨릿지(John Calvin Coolidge, 1872~1933)는 말이 적고 행동이 검약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의 치세는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의 사이 기간을 점유하고 있다. 그의 생애는 검약과 검소와 꾸밈없는 태도, 불간섭주의로 일관했으며 치세기간 동안에 과시적인 정책이나 눈부신 업적을 남기지 않았다. ‘약(約)’의 한 전형적 인물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말이 적고 간결하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어느 날 백악관 출입기자들끼리 내기를 걸었다. 누구든지 쿨릿지 대통령으로 하여금 먼저 두 마디보다 더 많은 말을 하게 만드는 사람이 이기기로 한 것이다. 한 기자가 쿨릿지 대통령에게 이러 이러한 내기를 걸었다고 말을 꺼냈다. 대통령은 담담하게 두 단어를 내뱉었다: “유 로스트(You lost. 그대들은 이미 졌다).”
‘鮮’은 상성이다. ○ 사도가 말하였다: “잘난 체하며 스스로 방자하게 행동하지 않는 것을 ‘약(約)’이라 이른다.”
鮮, 上聲. ○ 謝氏曰: “不侈然以自放之謂約.”
윤언명이 말하였다: “대저 일을 약(約)하게 하면 실수가 적은 것이니, 다만 검약이라는 수준에서 한 말은 아니다.”
尹氏曰: “凡事約則鮮失, 非止謂儉約也.”
윤언명의 해설이 알맹이가 있다. 이 장의 내재적 맥락은 다음 장과 연결되는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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