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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한글역주, 옹야 제육 - 23. 변해가는 세태를 개탄하다 본문

고전/논어

논어한글역주, 옹야 제육 - 23. 변해가는 세태를 개탄하다

건방진방랑자 2021. 6. 24.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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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변해가는 세태를 개탄하다

 

 

6-23.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모난 고() 술잔이 모나지 않으면, 어찌 고라 할 수 있으리오! 어찌 고라 할 수 있으리오!”
6-23. 子曰: “觚不觚, 觚哉! 觚哉!”

 

()는 술잔의 이름이다. 나팔모양으로 생긴 술잔인데, 손잡이 쪽은 좁고 입술을 대는 테두리 쪽은 넓다. 손잡는 곳에 빙둘러 아름다운 문양이 조각 되어 있다. 고주는 마음의 설을 들어, ‘()는 예기(禮器)인데, 1승들이를 작()이라 하고, 3승들이를 고()라 한다고 풀이해놓고 있다.

 

의례특생궤식례(特牲饋食禮)의 정현주에 의하면, ()1승이고, ()2승이며, ()3승이고, ()4, ()5승이라고 되어있다. 그런데 이 승이라는 것이 우리 상식적 계산으로는 한 되정도 되는 것인데 고가 2되나 3도가 된다면 술잔치고는 좀 크다. 옛날에는 술이 대체로 도가 높지 않았다. 10° 이하의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술 습관이 천천히 많이 마시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렇다 해도 산() 같으면 반 말인데 너무 크다. 그래서 이 승()에 대한 부피의 계산법이 우리의 되보다는 적은 것으로 혹자는 추정하고 있다. 소라이(荻生徂徠)는 고대의 2승이 일본기준으로 178(一合七勺八)이라고 추산했는데 그렇다면 그리 많은 분량이 아니다.

 

()라는 술잔은 청동기로 만든 것인데 은나라 때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것은 손으로 잡는 잘룩한 부분과 상 위에 올려놓는 하단 테두리는 동그란 원형이지만 상단 테두리 부분, 그러니까 입술을 대는 아가리 부분은 4각이었다. 그런데 이런 모양을 만들기가 힘드니까 나중에는 점점 전체를 동그랗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공자는 섬세 한 감각의 전통주의자(traditionalist)이기도 했다. 변한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을 것이다. 역시 옛날의 각진 술잔이 듬직하고 품위가 더 있었다. 그래서 술 잘 먹는 공자는 어느 술자리에선가 순간 투덜거렸을 것이다: “각진 옛 고() 모양이 좋았지. 아니, 각 이 안 진 요새 술잔을, 그걸 고라구 할 수 있나?” 이러한 공자의 푸념을 어느 제자인가 기록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추상적 테제만을 이렇게 간결하게 기록했다는 데 논어기록자들의 놀라운 감성이 있다. 구질구질한 주변상황을 디테 일하게 내러티브 형식으로 기술했다면 논어는 오늘의 논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설화집이나 민담모음밖에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든지 그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애매한 채로 간결하게 적혀있기 때문에 그 영원한 해석의 가능성이 존()하는 것이다.

 

보통 주석들이 변하는 세태에 있어서 명()과 실()의 부동(不同)을 개탄한 것이라 하고, 또는 부천(浮淺)해져만 가는 세태를 한탄한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 모남이라는 것에 대한 어떤 심미적 감성, 그 원초성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여기 배어있지 않나 하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모난 고() 술잔은 그 모난 모습에 개성이 있다. 그러니까 인간도 자기 나름대로의 어떤 개성이 유지되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모난 것은 모난 대로 아름답다. 그것이 다 둥글둥글하게 닳아빠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주의자로서 보수성의 발로라고 이 메시지를 간주하기보다는, 어떤 원초적인 모남, 문명에 의하여 닳아빠지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크루드니스(crudeness)’에 대한 심미적 예찬이 여기 공자의 메시지에 배어있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보는 것이다.

 

 

()’라고 발음한다. ()’는 모난 것이다. 고를 혹자는 술그릇[酒器]이라고 하기도 하고, 혹자는 글씨를 쓰는 목간(木簡)이라고 하는데, 요는 기물로 서 모가 난 것이다. ‘불고()’라고 한 것은 당대의 세상이 그 옛 제멋을 잃고 모가 나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고재()! 고재(願哉)!’라고 하신 것은, 도저히 고()가 될 수 없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 音孤. , 棱也, 或曰酒器, 或曰木簡, 皆器之有棱者也. 不觚者, 蓋當時失其制而不爲棱也. 觚哉觚哉, 言不得爲觚也.

 

정이천이 말하였다: “()로서 그 마땅한 형태의 멋[形制]을 잃어버리면 기실 고가 아닌 것이다. 하나의 그릇을 들어 말해도 천하의 기물이 다 그렇지 아니 한 것이 없다. 그러므로 임금으로서 임금의 도를 잃어버리면 임금이 아닌 자가 되어버리는 것이요, 신하로서 신하의 마땅한 직분을 잃어버리면 곧 허위(虛位)의 인간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程子曰: “觚而失其形制, 則非觚也. 擧一器, 而天下之物莫不皆然. 故君而失其君之道, 則爲不君; 臣而失其臣之職, 則爲虛位.”

 

범순부가 말하였다: “사람으로서 인()하지 못하면 사람이 아니요, 나라로서 바르게 다스려지지 아니 하면 나라가 아닌 것이다.”

范氏曰: “人而不仁則非人, 國而不治則不國矣.”

 

 

자치통감을 오랜 세월 동안 편찬한 범순부의 말이 폐부를 찌른다. 나라로서 바르게 다스려지지 아니 하면 나라가 아니다. 과연 한번 반성해보자! 이 분단국가의 현실을! 남이든 북이든 과연 이 꼴을 나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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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철학 / 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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