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사람의 생명을 중시했던 공자의 모습
10-12. 공자의 집안 마구간에 불이 났다. 공자께서 조정에서 돌아오시어 이를 아시고 말씀하시었다: “사람이 상했느냐?” 그리고 말(馬)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셨다. 10-12. 廐焚. 子退朝, 曰: “傷人乎?” 不問馬. |
『논어』 중에서 공자의 휴매니즘(humanism) 정신을 나타내는 극적인 고사로서 잘 인용되는 유명한 구절이다. 여기 핵심적인 포인트는 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도 인명의 존엄성을 우선시하는 공자의 몸에 배어있는 정신이다. 인명을 너무도 천박하게 다루는 희랍이나 메소포타미아, 팔레스타인의 신화적 세계에 비하면, 너무도 상식적이고 은은한 인간존엄의 발로라 할 수 있다. 이 사건은 공자의 생애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것은 공자가 대신(대사구大司憲)으로서 활약할 때의 사건이었다(거魯 이전). 매일 출근을 말이 끄는 수레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말은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 더구나 말은 요즈음의 자가용 개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시에는 전차(戰車)의 동력이었으므로 생명과도 같이 소중한 재산이었다. 여기 마구간은 물론 자기집 마구간(가구)이다. 왕필(王弼)은 주를 달면서 이것은 자기집 마구간이 아닌 공가의 마구간(공구)이었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것은 맥락상 정확하지 아니 하다. 공자집 문간에 마구간이 따로 있었던 것이다. 창덕궁(비원) 안에 있는 연경당(演慶堂)에 가보면 장락문(長樂門) 안쪽으로 마구간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러한 느낌의 마구간이었을 것이다. 당시 공자의 성세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인명(人命)에 대해서만 묻고 말은 묻지 않으신 것이다.
내가 자라던 집도 큰 집이었는데, 항상 사고가 나면, 나의 자당께서도 사람의 일만 묻고 기물에 관해서는 묻지 않으셨다.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이 귀한 그릇을 깨거나 어떤 손을 끼치는 사고가 있어도, 사람 다친 것만 문제시 삼으셨다. 어찌 우리 어머니만 그러하랴! 대한민국의 모든 생각있는 어머니가 다 그러했다. 이토록 점잖고 사려깊은 문화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애완동물사랑 때문에 애완동물이 중시되고 오히려 사람이 경시되는 지경에 이른 것도 가치관의 한 전도현상이다. 어느 국회의원이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에게 특별세금을 물리자는 입법운동을 시도한 것으로 기억하는 데, 그것도 한 방법일 수가 있다. 애완동물중시풍조는 도가 지나치고 있다. 우리나라 공적 건물(관공서에서 우체국, 은행, 호텔, 식당에 이르기까지)에서 일체 애완동물의 출입은 금지시켜야 마땅하다. 아파트에서도 사적공간 이외의 장소(엘리베이터 등)에서는 애완동물의 존재를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을 인간과 이웃과 사회악의 제문제로 돌려주기를 간절히 앙망한다.
말을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람이 다쳤을까 두려워하는 뜻이 다급하여 말에 대해서는 물어볼 틈도 없었다. 대저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가축을 낮게 여기는 것은, 그 도리가 마땅히 이와 같다.
非不愛馬, 然恐傷人之意多, 故未暇問. 蓋貴人賤畜, 理當如此.
마지막 여담이지만, 육덕명은 『경전석문』에서 재미있는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아니 ‘불(不)’자를 앞으로 붙여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至不字絶句]. 그렇게 되면 ‘불(不)’은 문장 말미의 ‘부(否)’가 되고, 현대중국어의 ‘마(嗎)?’ 정도로 처리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혹시 사람이라도 다치지 않았느냐? 그리고 나서 말에 대해서 물으시었다[傷人乎否? 問馬].’
그런데 아무도 이 설을 취하는 자가 없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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