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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시네필 다이어리, 아바타와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브리콜라주, 인류의 잃어버린 꿈의 조립법] - 3. 복종과 해방 사이 본문

책/철학(哲學)

시네필 다이어리, 아바타와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브리콜라주, 인류의 잃어버린 꿈의 조립법] - 3. 복종과 해방 사이

건방진방랑자 2021. 7. 2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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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복종과 해방 사이

 

 

언옵타늄을 자원으로만 바라보는 인간들에게 판도라는 단지 정복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아직 판도라에 대한 정보를 아바타 사용 매뉴얼정도로만 습득한 제이크도 처음엔 그랬다. 그는 건강한 다리를 얻기 위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노동이 바로 아바타 프로젝트의 일원이 되는 것임을 알았다.

 

그는 비참했다. 형의 비명횡사를 제대로 아파할 틈도 없이 형의 대체재로 아바타 프로그램에 투입되었다. 자신이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일(전투)도 이제는 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그가 형의 아바타, 아니 자신의 아바타가 될 생명체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연민과 비감이 교차한다. 너도 꼭 내 신세 같구나.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고, 그저 주어진 삶의 매뉴얼에 복종해야 하는 구나. 그가 지금 원하는 것은 오로지 빨리 임무를 완수하고 정상적 인간으로 되돌아가는 거뿐이다.

 

 

 

 

그런데 그가 나비족을 추방하기 위한 스파이 노릇을 하기 위해 아바타의 육신과 링크되는 순간, 그리하여 3미터가 넘는 나비족의 육신으로 변모하는 순간, 그는 뜻하지 않은 엄청난 해방감을 만끽한다. 걷기는커녕 혼자서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었던 그가 아바타의 육신을 입는순간, 그는 인간의 육신으로 마음껏 걷고 뛰고 구를 수 있었던 그 어느 때보다도 격정적인 희열을 맛본다.

 

그는 인간이 마실 수 없는 공기를 마시고, 인간이 뛸 수 없는 높이로 뛰고, 인간이 경험할 수 없는 감각의 촉수를 내장하게 된 것이다. 야만적이고 열등한 부족이라고 믿었던 원주민의 몸속에 들어가자마자 샘은 완전히 돌변한다. 그는 두 다리로 멀쩡하게 걸어 다니던 정상적 인간일 때조차도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감각의 차원과 조우한 것이다.

 

 

신화학의 초판을 쓰고 있을 때, 저는 너무나 신비스러운 문제와 마주쳤습니다. 대낮에는 샛별을 볼 수 있는 어떤 특별한 부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별건 대낮에 샛별을 본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그래서 천문학 전문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물론 그들은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낮에 샛별이 내뿜는 빛의 양을 알면, 일부 사람들이 샛별을 본다는 것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나중에 항해술에 대한 오래된 논문을 조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문명사회에 속한 옛날 선원들도 환한 대낮에 유성을 완벽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눈을 훈련시켰다면, 우리는 지금까지도 그렇게 볼 수 있었을 겁니다. (……) 문자가 없는 사람들은 주변 환경과 천연자원에 대해 엄청나게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잃어버렸습니다.

-레비스트로스, 임옥희 역, 신화와 의미, 이끌리오, 2000, 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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