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더라도 성실할 때
등산설(登山說)
강희맹(姜希孟)
魯民有子三人焉. 甲沈實而跛, 乙好奇而全, 丙輕浮而捷勇過人. 居常力作, 丙居常最, 而乙次之, 甲辛勤服役, 僅得滿課而無所怠.
一日, 乙與丙, 約登泰山日觀峯試力, 爭修屩屐, 甲亦飾裝. 乙與丙相視而笑曰: “泰山之峯, 出雲表, 俯天下, 非健脚力者, 不能陟, 豈跛者所能睥睨哉?” 甲哂曰: “聊且隨諸君末至, 萬幸也.”
三子至泰山下, 乙與丙戒甲曰: “吾曹飛騰絶壑, 曾不一瞬, 可且先行.” 甲唯唯. 丙在山下, 乙至山腰, 日已昏黑, 甲徐行不已, 直至山頂, 夜宿館下, 曉觀日輪湧海.
三子還家, 父各詢所得. 丙曰: “吾卽山麓, 天日尙早, 自恃猱捷, 傍谿曲徑, 足無不到, 妖花怪草, 靡不採掇, 彷徨未竟. 瞑色忽至, 曁宿巖下, 悲風聒耳, 澗水喧豗, 狐貍野豕, 旋繞啼呼, 悄然疚懷, 思欲騁吾力, 而畏虎豹且止.”
乙曰: “吾見衆峯排螺, 靑壁削鐵, 飛走凌高, 橫峯側嶺, 搜討靡遺, 峯愈多而愈峻. 脚力隨以疲薾, 甫及山腰而日已沒. 吾亦假息巖下, 雲霧瞑晦, 咫尺不辨, 衣屨冷濕, 上思山家則尙遙, 下思山足則亦遠, 姑安於此而不達矣.”
甲曰: “吾思吾足之偏跛, 慮吾行之偪側, 直尋一路, 竛竮不輟, 猶恐日力之不給, 奚暇傍行而遠矚乎? 盡心竭力, 躋攀分寸, 登陟未休, 而從者云已至絶處矣. 吾仰視天衢, 日馭可接, 俯瞰積蘇, 蒼蒼然不知所窮, 羣山若封, 衆壑如皺. 及乎落景沈海, 下界黑暗, 傍視則星辰交輝, 手理可鑑, 信可樂也. 臥未安寢, 而天鷄一叫, 東方啓明, 殷紅抹海, 金濤蹴天, 赤鳳金蛇, 攪擾其間. 俄而, 朱輪轉輾, 乍上乍下, 目未交睫, 而大明昇於大空矣, 眞絶奇也.”
父曰: “信有若等事也. 子路之勇, 冉求之藝, 而竟未達夫子之墻, 曾子竟以魯得之, 小子識之.”
噫! 進修德業之序, 成就功名之路, 凡自卑而升高, 自下而趍上者, 莫不皆然. 毋恃力以自畫, 毋怠力以自棄, 庶幾乎跛者之能自勉也, 毋忽. 『私淑齋集』 卷之九
해석
魯民有子三人焉.
노 나라 백성에 자식 세 명이 있었다.
甲沈實而跛, 乙好奇而全, 丙輕浮而捷勇過人.
첫째는 침착하면서도 성실했지만 절름발이였고 둘째는 호기스럽지만 몸은 온전했으며 셋째는 경박하지만 민첩하고 용맹하기가 남들을 뛰어넘었다.
居常力作, 丙居常最, 而乙次之, 甲辛勤服役, 僅得滿課而無所怠.
평상시 거처함에 힘을 씀에 셋째의 자리가 가장 뛰어났고 둘째가 그것에 다음이었으며 첫째는 매우 부지런히 처리하여 겨우 과업만을 채울 수 있어 게으를 게 없었다.
一日, 乙與丙, 約登泰山日觀峯試力, 爭修屩屐, 甲亦飾裝.
하루는 둘째와 셋째가 태산(泰山) 일관봉(日觀峯)에 올라 힘을 시험하길 약속하고 다투듯 나막신을 수리하니 첫째 또한 행장(行裝)을 꾸렸다.
乙與丙相視而笑曰: “泰山之峯, 出雲表, 俯天下, 非健脚力者, 不能陟, 豈跛者所能睥睨哉?”
둘째와 셋째가 서로 보며 “태산의 일관봉은 구름 겉으로 튀어나와 천하를 굽어보는 곳이라 다리 힘이 건강하지 못한 이는 오를 수 없는데 어찌 절름발이가 위세 부릴 수 있는 곳이겠나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甲哂曰: “聊且隨諸君末至, 萬幸也.”
첫째가 “의지하며 장차 그대들의 끝을 따라 도달하더라도 천만다행이지.”라고 비웃었다.
三子至泰山下, 乙與丙戒甲曰: “吾曹飛騰絶壑, 曾不一瞬, 可且先行.” 甲唯唯.
세 자식이 태산의 아래에 도착해 둘째와 셋째가 첫째를 “우리들은 깎아지른 골짜기도 날 듯 오름이 일찍이 한 번 눈깜빡할 사이도 안 되니 장차 형 먼저 가는 게 좋겠어.”라고 경계하니 첫째는 “그래 그래!”라고 했다.
丙在山下, 乙至山腰, 日已昏黑, 甲徐行不已, 直至山頂, 夜宿館下, 曉觀日輪湧海.
셋째는 산 아래에 있었고 둘째는 산 허리에 도착하니 해는 이미 뉘엿뉘엿 저물었고 첫째는 천천히 걷길 멈추지 않아 곧장 산 정상에 이르러 밤에 관에서 묵고서 새벽에 태양이 바다에서 용솟음치는 걸 보았다.
三子還家, 父各詢所得.
세 자식이 집에 돌아오자 아버지께서 각각 터득한 걸 물었다.
丙曰: “吾卽山麓, 天日尙早, 自恃猱捷, 傍谿曲徑, 足無不到, 妖花怪草, 靡不採掇, 彷徨未竟.
셋째가 말했다. “저는 산기슭에 이르니 하늘의 해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스스로 원숭이 같은 날쌤을 믿어 시냇가[傍谿]와 굽은 길[曲徑]이라도 발로 가보지 않은 데가 없었고 화사한 꽃과 기괴한 풀도 채취해보지 않음이 없어 방황함에 끝이 없었어요.
瞑色忽至, 曁宿巖下, 悲風聒耳, 澗水喧豗, 狐貍野豕, 旋繞啼呼, 悄然疚懷, 思欲騁吾力, 而畏虎豹且止.”
어둔 빛이 갑자기 이르러 바위 아래서 자는데 서글픈 바람이 귀에 떠들어대고 시냇물이 시끌벅적하며 여우와 승냥이와 멧돼지가 에워싸며 울어대니 근심스레 서러워져[疚懷] 나의 힘을 다해 달릴까 생각하다가 범과 표범이 무서워 장차 그만뒀어요.”
乙曰: “吾見衆峯排螺, 靑壁削鐵, 飛走凌高, 橫峯側嶺, 搜討靡遺, 峯愈多而愈峻.
둘째가 말했다. “저는 뭇 봉우리가 소라처럼 나열되었고 푸른 절벽이 깎아지른 쇠 같은 걸 보고서 날 듯 달려 높은 데를 오르고 비낀 봉우리와 치우친 산고개를 수색하고 탐색하길 빠뜨리지 않으니 봉우리는 더욱 많아 더욱 험준했어요.
脚力隨以疲薾, 甫及山腰而日已沒.
다리 힘이 곧바로 피곤해져 겨우 산 허리에 이르자 해는 이미 졌지요.
吾亦假息巖下, 雲霧瞑晦, 咫尺不辨, 衣屨冷濕, 上思山家則尙遙, 下思山足則亦遠, 姑安於此而不達矣.”
저는 또한 바위 아래서 빌려서 묵는데 구름과 안개가 어둑어둑해 지척을 분간하질 못하겠고 옷과 나막신은 차갑고 눅눅해져 오르자니 산촌의 집은 아직도 아득할 게 생각났고 내려가자니 산자락 또한 까막함이 생각나서 짐짓 이곳에 편안해하며 도달하질 않았어요.”
甲曰: “吾思吾足之偏跛, 慮吾行之偪側, 直尋一路, 竛竮不輟, 猶恐日力之不給, 奚暇傍行而遠矚乎?
첫째가 말했다. “저는 제 다리의 기울어짐을 생각하고 제 걸음의 기우뚱함을 고려해 곧장 한 길을 찾아 비틀대며 걷길 그치질 않아도 오히려 해가 비치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어느 겨를에 사잇길로 다니며 멀리 보겠나요?
盡心竭力, 躋攀分寸, 登陟未休, 而從者云已至絶處矣.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해 한 푼 한 치라도 오르고 더위잡아 오르길 쉬지 않으니 따라온 이가 ‘이미 정상인 곳에 이르렀소.’라고 말했죠.
吾仰視天衢, 日馭可接, 俯瞰積蘇, 蒼蒼然不知所窮, 羣山若封, 衆壑如皺.
제가 우러러 하늘을 보니 태양[日馭]은 닿을 수 있을 거 같고 쌓인 마른 풀【적소(積蘇): 쌓아 둔 마른 풀이란 말로, 높은 데 올라 바라보는 산천이 그와 같다는 말이다. 『열자』 「주목왕(周穆王)」에 “그 궁궐과 정자가 흙더미와 땔감용 풀더미 같았다[其宮榭若累塊積蘇焉].” 하였다.】을 굽어보니 푸르디 푸름이 다한 곳을 알지 못할 정도였으며 뭇 산은 봉우리 같고 뭇 골짜기는 주름 같았어요.
及乎落景沈海, 下界黑暗, 傍視則星辰交輝, 手理可鑑, 信可樂也.
석양이 바다에 잠김에 이르러 산밑 세계는 어둑컴컴해져 곁에서 보면 별들이 번갈아 빛나 손금[手理]을 볼 만할 정도이니 참으로 즐길 만했지요.
臥未安寢, 而天鷄一叫, 東方啓明, 殷紅抹海, 金濤蹴天, 赤鳳金蛇, 攪擾其間.
누워 침소에서 편안할 새도 없이 천계(天鷄)【천계(天鷄): 도도(桃都)라는 거목 위에 서식한다는 전설상의 닭으로, 해가 처음 뜰 때 이 닭이 울면 천하의 모든 닭이 뒤따라 울기 시작한다고 한다. 『述異記』 卷下】가 한 번 울자 동쪽이 비로소 밝아지며 은은한 붉은빛이 바다에 흩뿌려지며 금빛 파도가 하늘까지 치솟고 붉은 봉황과 금빛 뱀이 그 사이에서 꿈틀꿈틀 댔어요.
俄而, 朱輪轉輾, 乍上乍下, 目未交睫, 而大明昇於大空矣, 眞絶奇也.”
이윽고 붉은 바퀴가 엎치락뒤치락 오르락내리락 눈을 깜빡하지도 않았는데 엄청 밝은 게 커다란 공중에 오르니 참으로 빼어난 기이함이었죠.”
父曰: “信有若等事也. 子路之勇, 冉求之藝, 而竟未達夫子之墻, 曾子竟以魯得之, 小子識之.”
아버지께서 “너희들의 일이 있었음을 믿으마. 자로의 용맹함과 염구의 다재다능함에도 끝내 부자의 담장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증자는 끝내 노둔함으로 그걸 터득했으니 너희들은 그걸 알려무나.”라고 말씀하셨다.
噫! 進修德業之序, 成就功名之路, 凡自卑而升高, 自下而趍上者, 莫不皆然.
아! 덕업(德業)을 닦는 차례와 공명을 성취하는 길이란 대체로 낮은 데서부터 높은 곳에 오르고 아래로부터 위에 다다르는 것이 모두 그렇지 않음이 없다.
毋恃力以自畫, 毋怠力以自棄, 庶幾乎跛者之能自勉也, 毋忽. 『私淑齋集』 卷之九
힘을 믿고 스스로 금 긋지 않고 힘에 게을러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절름발이가 스스로 힘쓸 수 있는 데에 가까워질 것이니 소홀히 하지 말라.
▲ 첫째와 같은 우직함으로 5박 6일간 지리산을 종주했던 우리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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