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사람에겐 항상스러움이 있어야 한다
子曰: “南人有言曰: ‘人而無恆, 不可以作巫醫.’ 善夫!”
恆, 胡登反. 夫, 音扶.
○ 南人, 南國之人. 恆, 常久也. 巫, 所以交鬼神. 醫, 所以寄死生. 故雖賤役, 而猶不可以無常, 孔子稱其言而善之.
“不恆其德, 或承之羞.”
此『易』「恆卦九三」爻辭. 承, 進也.
子曰: “不占而已矣.”
復加“子曰”, 以別『易』文也, 其義未詳.
楊氏曰: “君子於『易』苟玩其占, 則知無常之取羞矣. 其爲無常也, 蓋亦不占而已矣.” 意亦略通.
해석
子曰: “南人有言曰: ‘人而無恆, 不可以作巫醫.’ 善夫!”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남쪽 사람들의 말에 ‘사람이 항상스러움이 없으면 무당이나 의원도 될 수 없다.’라는 게 있으니, 좋구나!”
恆, 胡登反. 夫, 音扶.
○ 南人, 南國之人. 恆, 常久也.
남인(南人)은 남쪽 나라의 사람이다. 항(恆)은 항상하고 오래하는 것이다.
巫, 所以交鬼神. 醫, 所以寄死生.
무(巫)는 귀신과 사귀는 사람이다. 의(醫)는 생사(生死)를 맡은 사람이다.
故雖賤役,
그러므로 비록 천한 일이라 해도
而猶不可以無常,
오히려 항상스러움이 없을 수 없기에
孔子稱其言而善之.
공자는 그 말을 칭찬하며 좋다고 한 것이다.
○ 일상의 보통 사람들은 성인(聖人)이나 군자(君子), 혹은 선인(善人)이 되기가 쉽지 않다. 다만 항상 스스로를 잡아 지키지 않는다면 마음이 외물에 흔들려 위태한 상황에 처하게 되므로 맹자는 항심(恒心)을 지니라고 가르쳤다. 공자는 항심(恒心)이란 말을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논어’ ‘자로(子路)’의 이 장(章)에서 ‘항(恒)’을 강조했다.
남인(南人)은 남국 사람이다. 언(言)은 속담(俗談)을 가리킨다. 무항(無恒)은 항상 붙잡아 지키는 바가 없음이다. 불가이(不可以)는 ‘∼할 수가 없다’이다. 무(巫)는 신탁(神託)을 전하는 무당(巫堂), 의(醫)는 의술(醫術)로 질병을 고치는 사람이다. 예전에는 무(巫)가 의(醫)도 맡았으므로 무의(巫醫)를 숙어로 보아도 좋다. 불가이작무의(不可以作巫醫)에 대해 주자는 ‘항상의 마음이 없는 사람은 무당이나 의원 같은 천한 직역도 할 수 없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한나라의 정현(鄭玄)과 조선의 정약용은 ‘항상의 마음이 없는 사람은 무당과 의원이라 해도 그를 어찌할 수가 없다’라고 풀이했다. ‘남인(南人)의 언(言)’은 ‘예기(禮記)’에도 인용되어 있는데 거기서는 정현(鄭玄)의 풀이와 같다. 단, 조선의 학자들은 대개 주자의 설을 따랐으므로 여기서는 주자의 풀이를 앞에 소개했다. 선부(善夫)는 남인(南人)의 말이 훌륭하다고 인정한 말이다.
조선 전기의 강희맹(姜希孟)은 ‘등산설(登山說)’이란 우언(寓言)에서 누구든 항상의 마음을 가져야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가르쳤다. 곧, 노(魯)나라 삼형제가 태산(泰山)에 오르기로 하였는데 다리가 불편하지만 착실했던 갑(甲)만이 꾸준히 오르고 올라 장엄하고 찬란한 광경을 보았다고 했다. 항심(恒心)을 지녀 스스로 노력하는 것만이 성공의 비결이다. 이 쉬운 이치를 무시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가장 큰 약점이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不恆其德, 或承之羞.”
‘덕을 항상스럽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부끄러움을 당하게 된다.’라고 했다.
此『易』「恆卦九三」爻辭.
이것은 『주역』「항쾌구삼」의 효사다.
承, 進也.
승(承)은 다가온다는 것이다.
子曰: “不占而已矣.”
공자께서 “이런 사람들은 점을 치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말씀하셨다.
復加“子曰”, 以別『易』文也,
다시 ‘자왈(子曰)’을 첨가하여 『주역』의 문장과 구별하였는데
其義未詳.
그 뜻은 자세하지 않다.
楊氏曰: “君子於『易』苟玩其占,
양시(楊時)가 말했다. “군자가 『주역』에 대하여 진실로 점괘를 음미해본다면
則知無常之取羞矣.
항상스러움이 없어 수치를 당하게 된다는 것을 안다.
其爲無常也, 蓋亦不占而已矣.”
항상스러움이 없는 것을 하는 것은 대체로 또한 점 보지 않았기 때문일 뿐이다.”
意亦略通.
뜻이 또한 대략 통한다.
○ 공자는 ‘역(易)’ 즉 ‘주역(周易)’의 64괘 가운데 항괘(恒卦)에 나오는 ‘불항기덕(不恒其德)이면 혹승지수(或承之羞)라’는 말을 제시한 후 ‘항(恒)’을 다시 강조했다. 승(承)은 수(受), 수(羞)는 치(恥)다. 자왈(子曰) 이하는 공자의 논평이다. 부점이이의(不占而已矣)는 점을 치지 않더라도 덕을 변함없이 지키지 못하면 모욕당하리란 사실을 잘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공자는 책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위편삼절(韋編三絶)’의 성어를 남길 만큼 ‘주역’을 많이 읽었다. ‘주역’은 음(陰)이나 양(陽)을 표시하는 효(爻)를 세 개씩 겹쳐 8개의 소성괘(小成卦)를 이루고, 소성괘를 위와 아래로 두어 64개의 대성괘(大成卦)를 만들었다. 이것이 64괘다. 64괘의 각 괘는 점칠 때 참고하는 괘사(卦辭)를 지닌다. 항괘(恒卦)는 위에서 우레가 진동하고 아래에서 바람이 부는 것을 상징하며, 함부로 방소(方所)를 바꾸지 말라는 가르침을 준다. 또 64괘는 각각 6효(爻)로 이루어지고, 각 효도 점칠 때 참고하는 효사(爻辭)를 지닌다. 여섯 효는 아래부터 초효, 2효, 3효, 4효, 5효, 상효라 하고 양(陽)의 효는 9의 수, 음(陰)의 효는 6의 수로 대표된다. 항괘의 세 번째 효는 양이다. 그것을 가리킬 때 9의 수를 말하고 세 번째 효임을 나타내어 구삼효(九三爻)라 부른다. 항괘 구삼효의 효사가 ‘불항기덕(不恒其德)이면 혹승지수(或承之羞)라’이다. 이 효사는 가치기준을 고수(固守)하는 항덕(恒德)을 지니라고 강조한다.
인간의 공동체적인 삶에는 보편적 가치 기준이 존재한다. 그 기준을 내재화하지 않고 분별없이 행동한다면 남들과 조화를 이룰 수 없다. 항덕(恒德)은 삶의 기본 원리인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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