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은 다른 것이다
이 정도에서 본격적으로 ‘다르다’에 대한 이해로 들어가보자. 우리는 흔히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한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 틀린 것은 서로 맞지 않는 것,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둘 중 하나가 옳고 다른 하나가 그릇되어서 틀리거나, 아니면 둘 다 옳고 그른 차원의 문제가 아닌데도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정사각형의 타일은 같은 모양이며 서로 맞는다. 그러나 원형의 타일이나 정오각형의 타일은 서로 같은 것이지만 딱 들어맞게 바닥을 덮을 수 없다. 반면 우리의 성벽을 보면 서로 모양이 제각각인 돌들로 쌓았지만 아주 견고하게 맞아 들어간다. 즉 ‘같다/다르다’와 ‘맞다/틀리다’는 다른 문제이다. 서로 다른 것끼리 맞을 수 있을 때, 사회적 조직이나 공학적 구조나 더 안전해진다. 같은 모양의 벽돌로 쌓은 구조물은 특정 방향의 힘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옛 성벽은 어느 방향의 힘에도 균등한 정도의 저항력을 지닌다. 다른 것끼리 맞는 세상이 좋은 세상인 것이다.
더 나아가 ‘맞다/틀리다’와 ‘같다/다르다’가 ‘옳다/그르다’나 ‘좋다/나쁘다’로까지 확대 해석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옳다/그르다’ ‘좋다/나쁘다’ ‘맞다/틀리다’ ‘같다/다르다’라는 네 쌍의 표현은 전혀 다른 것을 말하고 있으며, 엄격히 구분해야 할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생각하고, 다른 것이 있으면 바로 우열을 따지고자 한다. 또 그 우열을 쉽게 선악과 연결해버린다. 더 나아가 서로 틀리면 한쪽이 그르다는 단정을 지어버린다. 세상의 모든 갈등의 원인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때로는 그런 잘못을 피하려고 다른 것을 같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기도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
“다른 것은 다른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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