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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노희락의 심리학, 프롤로그 - 3. 살림의 문화, 죽임의 문화: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다른가 본문

책/철학(哲學)

애노희락의 심리학, 프롤로그 - 3. 살림의 문화, 죽임의 문화: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다른가

건방진방랑자 2021. 12. 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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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살림의 문화, 죽임의 문화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다른가

 

이런 이야기를 예도 없이 원론만으로 이어나가면 너무 어려워진다. 독자들도 읽기가 힘들겠지만, 쓰는 사람도 뭐라고 써야 정확히 전달될 지 막막하다. 아직 체질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으니 체질이 다른 사람을 예로 들 수는 없고, 여기서는 남녀 문제를 예로 들도록 하자. 주제는 다른 것 사이의 평등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이다.

 

필자는 남녀차별도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존재하는 것은 단지 젠더(Gender)일 뿐, 섹스(Sex)차이는 없다라는 식의 과격한 남녀동등 역시 배격한다. 분명히 남녀는 생리적으로 다르며, 그 생리적 차이로 인한 심리적 차이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 차이 때문에 남자는 이런 일만을, 여자는 이런 일만을 해야 한다는 것은 곤란하다. 그러나 같은 일을 해도 남자에게 더 쉬운 방식, 여자에게 더 쉬운 방식은 분명히 존재한다.

 

살림이라는 말의 반대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뭐라 대답할까? 보통 살림을 영어로 ‘housekeeping’이라고 번역한다. 그것은 살림의 외부 형태만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그리고 그런 의미라면 반대말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말 살림살림이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철학이 들어가서 만들어진 말이다. 살림의 반대말은 죽임이다. , 우리말 살림에는 살게 만드는 것, 활기 있게 만드는 것, 쓸모 있게 만드는 것이라는 의미들이 들어 있다. , ‘housekeeping’ 만을 말할 때는 [살림]으로, 살리는 것이라는 의미가 같이 포함될 때는 {살림}으로 표현하면서 조금 더 이야기를 이어가보자.

 

전업주부들이 자신들을 비하해서 집에서 [살림]이나 하는 여자라고 말하지만, [살림]을 제대로 하는 일이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시장과 시공무원이 해야 할 일은 시의 [살림]이다. 대통령과 장관이 해야 할 일은 나라의 [살림]이다. 그 기본이 [살림]{살림}답게 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살림}감각[살림]에서 길러지는가를 좀 멀리,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부터 찾아보자. 인간은 원래 자연계에서 그렇게 우세종이 아니었다. 날카로운 이빨이나 발톱도 없고, 두터운 피부도 없다. 발도 그리 빠르지 않고, 번식력이 유난히 강한 것도 아니고, 잘 숨는 재주가 있거나 독성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나마 유리하다는 것이 집단생활을 하면서 머리를 좀 쓸 줄 안다는 정도였다.

 

둥지 밖은 항상 먹느냐 먹히느냐의 전쟁터이다. 그 상황에서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지 않으면서 먹이를 구하려면 사소한 감정적인 동요가 집중력을 해치는 것을 막아야 하며, 동료들과의 협조를 중시해야 하고, 개인적 특성은 집단을 위해 무시되어야 한다. 모든 대화는 정보 교환이나 문제 해결에 집중된다. 그렇게 인간은 살아남았다. 그것이 {죽임}의 문화이다. 죽지 않고 적을 죽이는 것, 그것을 위해 개인적 특성의 발현을 죽이는 것, 정확성과 효율성이 모든 의사소통의 기본이 되는 것, 그것이 둥지 밖 문화의 기본이다.

 

둥지 안에 오면 상황이 바뀐다. 둥지 밖에서는 필요한 것을 구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둥지 안에서는 있는 것을 아끼고 재활용하는 것이 기본이 된다. 특히 장마나 강추위가 계속되어 밖으로 나갈 수 없을 때 생존은 [살림]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살림]에는 {살림}감각이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또 둥지 안은 상대적으로 적의 공격에서 안전하므로 몸과 마음의 치료가 이뤄진다. 즉 몸의 치료와 더불어 외부에서의 공동 투쟁 중에 공동체 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한 심리적 갈등을 완화하고 해소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 모든 것이 {살림}이다. 개인의 정서를 살리고, 기를 살리고, 물건의 쓸모를 살리고,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생명을 살린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인간은 우세종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기에, 생존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쪽이 있으면 그쪽으로 열심히 진화했고, 남녀의 분화 역시 그 결과이다. 즉 임신, 출산, 육아 때문에 둥지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야 하는 여성에게는 {살림}에 필요한 기능이 강화되었고, 둥지 밖에서 식량 조달을 위해 보내는 시간이 많은 남성에게서는 {죽임}의 문화에 어울리는 기능들이 강화된 것이다.

 

오랜 진화를 거치면서 결국은 두뇌 구조 자체도 남녀 간에 차이를 나타내게 된다. 뇌의 우반구과 좌반구의 기능 발달 차이, 뇌량의 크기 등에서 남녀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뇌의 구조나 호르몬 분비의 차이 등의 생리적 차이가 기능, 심리 등에서 차이를 나타내게 된다.

 

남녀의 차이 자체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것은 이 정도로 하자. 이런 주제들을 다룬 좋은 책들이 많으니 더 궁금한 사람들은 그 책에 맡기고, {살림}의 문화와 {죽임}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기로 하자.

 

권하는 책의 목록이다. 우선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라는 책을 권하고 싶다. 남녀간의 생리적, 심리적인 차이에 대한 여러 가지 의학적 내용들과 실증적인 연구 사례들을 토대로 한 책이다. 꽤 오랫동안 연구되었지만, 전투적 여성해방론자들의 압력으로 발표될 수 없었던 여러 결과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이론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그런 차이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에 대한 사례들도 풍부하다. 생생한 사례 위주의 더 실전적인 책으로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읽어볼 만하다. 부부 문제에 대한 오랜 상담 경험에서 나온 아주 실전적인 책으로 현재 부부 문제로 곤경을 치르고 있는 분들께는 이 책이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

 

{살림}의 문화라는 개념은 김지하 님의 책에서 얻은 것이 많다. 아예 책 제목이 살림이라고 되어 있어 이 부분을 주로 다룬 수필집이 있다. 또 개인적으로 {살림}의 문화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주었던 장택희씨(원불교에서 도형이라는 법명으로 환경운동을 하는 분이다)라는 분이 쓴 살림의 논리라는 책이 내게는 도움이 많이 되었다. 녹색평론사에 서 나온 책인데 {살림}의 문화를 기본으로 한 환경운동에 관한 이야기라서 {살림}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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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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