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다르다’와 ‘틀리다’
다름은 동등하다
인간을 유형으로 분류한다는 것이 위험한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유형을 접하면 이를 우월한 것과 열등한 것으로 구분하려 들기 때문이다. 역사에 있어 이런 폐해가 가장 크게 드러난 것은 유럽의 제국주의가 한참 기승을 부릴 때의 일이다. 많은 수의 인류학자들이 아시아인이나 아프리카인이 백인보다 열등한 종족이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애를 썼다. 유럽에서 평등을 찾아간 사람들이 세웠다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역사를 약간만 거슬러 올라가도, 흑인 아이와 백인아이의 지적 능력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주장을 펴는 학자들을 수두룩하게 만나게 된다. 이런 사이비 학자들의 연구가 인류에 공헌한 것은 단 한 가지다. 그들의 왜곡된 주장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통계 처리란 조그만 실수로도 엄청난 왜곡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남녀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마초주의자와 전투적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는 남녀 문제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벌어진다. 마초주의자는 남자만의 기준을 인간의 기준으로 삼으려 한다. 전투적 페미니스트는 여성의 특성을 인간의 특성으로 착각한다. 사람들은 ‘다른’ 것을 ‘다른’ 것으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둘 중 하나는 옳고 다른 하나는 틀린 것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한쪽이 더 좋은 것이고 다른 쪽은 덜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을 바꾸지 못하면, 이 책에서 열심히 사상체질에 관해 이야기 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 자신의 체질에 대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체질의 특성은 치우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의 목적은 하나도 달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도, 자신의 수양 정도를 높일 수도 없다. 자신의 치우침을 아는 것이 체질에 대한 이해의 첫걸음이다. 그 치우침이 잘못된 것이나 열등한 것이 아니라, 그저 출발점을 그곳에 잡았을 뿐임을 느끼는 것이 체질에 대한 이해의 그 다음 걸음이 된다. 그리고 그런 이해는 ‘다른 것은 다른 것일 뿐이다’를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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