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전달 단계에서 소양인이 범하는 오류
소양인은 정보 전달 과정에서 오류를 범하기 쉽다. 소양인은 다른 사람에게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도 잘하고, 남에게 전하는 것도 잘한다. 남에게 받아들이는 것을 잘한다는 것은 눈치가 빠르다는 것이고, 전달하는 것을 잘한다는 것은 상대가 알아듣기 쉽게 전달한다는 의미다. 감성에 예민하다는 것이 이렇게 작용한다. 그런데 문제는, 소양인은 정보를 받아들일 때 그 정보에 대한 상대의 느낌을 받아들이고, 정보를 전달할 때 그 정보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느낌의 전달이라는 것이 부정확한 것 같지만, 사실은 아주 효율적인 전달 방법인 경우도 많다. 느낌이 실린 정보 전달은 그 정보에 대한 평가, 그 정보의 중요성, 정보 전체에서 중요시할 부분 등, 2차적 정보까지 한꺼번에 전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부정확해 보이는 소양인 식의 정보 전달을 사람들이 편하고 쉽게 받아들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태도 때문에 소양인이 자신도 모르는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양인이 누군가를 오래 기다렸을 때, 게다가 그 기다림이 굉장히 지겨웠을 때, 막상 상대를 보게 되면 대뜸 “한 시간도 더 기다렸어요!”라고 내뱉는다. 시계를 보지도 않고서 한 시간도 더 되었을 것이라는 느낌만으로 그렇게 말한다. 실제로는 30분도 안 되었는데, 물론 악의적인 거짓말이 아니다. 자신은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또는 상대에게 강하게 전달하려는 것이다. 자신도 그게 정확한 사실이 아니라는 생각은 어렴풋이 들지만, 그냥 무시한다. ‘그래 내가 좀 강조했다. 너도 그러면 될 것 아니냐’는 느낌의 냄새도 좀 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말하기 싫은(또는 말할 능력도 없는) 음인(陰人)들은 거기에 상처를 입곤 한다.
이런 경우는 사소한 경우다. 상대의 말버릇을 이해하면 넘어갈 수 있는 문제니까. 그러나 이러한 감정의 바닥에 잘못된 선입견이 깔려 있는 경우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작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인제(李仁濟, 1948~) 후보의 보좌관이 “경선장에 노무현(盧武鉉, 1946~2009) 후보 지지운동을 하러 온 노사모 회원들 수십 명이 고급호텔에서 숙박했는데, 그 돈이 어디에서 나온 것이냐”라며 공격했다. 그런데 사실 노사모 회원들은 여관과 여인숙의 중간 수준쯤 되는 숙소에서 한 방에 7,8명씩 칼잠을 잤으며, 그 비용은 참가자들이 회비를 모아서 처리했음이 밝혀진다. 결과적으로 이인제 진영 전체가 사실을 왜곡해서 치사하게 음해나 하는 집단으로 비춰지게 되고, 이인제 의원의 도덕성에 상당한 상처를 입히게 된다.
소양인이 치명적인 정보 왜곡을 범하는 경우는 일반적인 인식이 깨지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작년의 후보 경선 과정까지는 자발적 지지자들이 자기 돈을 써가며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 아니었다.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은 정치가로부터 사례비를 받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며, 그 정치가를 지지하는 정도가 강해서 사례비를 받지 않는 경우라도 선거운동에 드는 실경비는 정치가가 지불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인제 진영은 이를 기준으로 생각한 것이다.
노사모 회원들이 적게는 수십 명, 많을 때는 2,3백 명씩 경선장에 몰려다니는데, 자기 돈을 써가며 그럴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일반론을 절대적인 전제로 깔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사고방식으로는 당연히 그 돈이 어디에서 나오는지가 의심스럽다. 결국 노무현 진영이 실제로는 우리보다 돈을 더 쓰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되고, 그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나타낸 것이다.
여기가 문제가 된다. 분노의 감정을 정보 전달에 싣지 않았다면, “수십 명의 노사모 회원들의 숙박비용은 어디에서 나왔는가?”까지만 언급했을 것이다. 그 정도라면 있을 수 있는 공격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고, 실제로 회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임이 밝혀졌어도 이인제 진영의 도덕적 타격은 없었을 것이다. 또 하나, 만일 그 비용이 이인제 진영의 의심대로 노무현(盧武鉉, 1946~2009) 후보 진영에서 나온 돈이라면 호화 호텔이 아니라 싼 여관이었다는 점은 그대로 묻혀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결국 이인제 진영은 사실 확인 없이 자신들의 일반적인 상식을 믿었다. 그리고 그 비용은 노무현 진영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확신한 것이다. 이 경우 소양인은 흔히 사소한 과장은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수십 명이 호화 호텔에서 잤을 것이라는 건 그들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 몇 명은 호화 호텔에서 잔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전체가 호화 호텔에서 잤다고 밀어붙였다. 그런 정도의 과장은 노사모의 활동자금이 노무현의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것만 밝혀진다면 별것 아닌 과장이라고 가볍게 생각한 것이다.
소양인은 상대 쪽에 오류가 있다고 믿고 공격할 때 정보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그 정보에서 자신이 느낀 감정을 기준으로 정보 내용을 부풀리는 것이다. 만일 진짜로 상대에게 오류가 있을 때는, 과장 자체는 별 무리 없이 넘어간다. 그러나 상대가 옳고 이쪽이 착각했을 때나 과장 자체가 너무 심했을 경우에는, 과장 때문에 훨씬 더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보이게 된다. 결국 도덕성에 아주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동안 소양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단순한 다수 지지나 관행, 일반론을 보편이라고 믿으면 여러 가지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정보 전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장의 오류 역시 같은 이유다. 결국 과심(誇心)의 극복이 관건이며, 이를 위해서는 늘 어디까지가 사실이며 어디부터가 내 감정인가를 구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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