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삼국지 이야기를 한다면서 삼국지에서 가장 멋진 장면이라는 적벽대전을 빼놓기는 아쉽다. 또 인물 분석이 촉한 위주로 되어 조조, 주유 이야기가 없는 것도 아쉬우니, 적벽대전의 이야기를 좀 하도록 하자. 먼저 조조를 조금 이야기하고 가도록 하자.
조조는 소양인으로 보인다. 은근히 태양 기운도 강해서 소양인인지 태양인인지 좀 헷갈리지만, 말년에 동작대를 만드는 일 같은 것을 보면 소양인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백성은 동작대 같은 것으로 위엄을 보여주어야 존경심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그 외에도 대중 심리의 파악에 뛰어난 모습을 여러 번 보인다. 특히 패전 후에 부하를 추스르는 방법들을 보면 감정을 움직이는 데 아주 능하다. 어쨌든 소양인이라도 태양 기운 또한 강하기에, 관우를 이해하고 존경한다. 관우와 코드가 맞는 것이다. 일단 솔직하고 직선적이라는 면에서 서로 통하는 면이 있다. 반면에 또 태양 기운이 잘못 작동할 때 나오는 비인의 모습도 종종 보인다. 조조가 젊은 시절에 동탁을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도망치는 장면부터 이야기해보자.
동탁을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도망치다가 아버지의 친구인 여백사의 집에 숨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여백사가 외출한 동안 하인들이 손님을 대접하려고 돼지를 잡는다. 조조가 방안에 있다가 밖에서 들려오는 “꼭꼭 묶어라, 칼을 잘 갈아라”라는 말을 듣고 오해를 한다. 하인들이 현상금을 노리고 자신을 잡으려 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뛰쳐나가 하인들을 죽이고 나서야 돼지를 잡으려 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미 엎지른 물, 할 수 없이 다시 도망을 간다. 이런 경솔함이 소양인의 과심(誇心)의 발로다.
여기까지는 수배당한 상황에서 있을 수 있는 오해라고 봐줄 수도 있다. 그러나 도망치다가 다시 돌아와 뒤늦게 돌아온 여백사까지 전 가족을 몰살시키는 장면에 이르면, 이건 좀 심하다. 자신은 큰일을 해야 할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인데, 이런 것이 바로 비인(鄙人)의 모습이다. 그렇게 아버지 친구까지 죽이고 살아남아 산산이 갈라진 나라를 통일하고 백성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면 결과적으로는 옳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인간은 비열한 인간이다. 꼭 태양인이 아니더라도 선천적으로 태양 기운이 어느 정도 섞여 있는 사람이 예를 무시하면 비인이 될 수 있다는 사례라 하겠다.
하지만 삼국지 전체로는 조조 역시 수양이 깊은 쪽의 모습을 더 많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모습이 적벽대전에서 보인다. 소양인은 패배를 받아들이는 데 약하다. 이를 조조가 어떻게 극복하는가를 적벽대전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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