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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주희 - 꼬마 형이상학자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주희 - 꼬마 형이상학자

건방진방랑자 2022. 3. 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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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형이상학자

 

 

1133년 바람이 선선한 어느 날, 아버지와 나이 어린 아들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이때 아버지는 아들에게 애정이 가득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가르쳐줍니다.

 

보아라! 저것이 바로 하늘[]이란다.”

 

아마 아버지는 한자의 가장 기초가 되는 글자인 하늘, 즉 천()이라는 글자를 가르쳐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어린 아들은 당돌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아버지를 놀라게 합니다.

 

, 알겠습니다. 그런데 아버님, 하늘 위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어린 아들은 눈에 보이는 푸른 하늘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던 것입니다. 이 비범했던 아이가 훗날 신유학(新儒學, Neo-confucianism), 즉 새로운 유학 운동의 완성자로 성장하게 되지요. 그는 바로 주희(朱熹, 1130~1200)입니다. 방금 살펴본 이야기는 단순히 주희의 어린 시절 일화로만 여길 수 없습니다. 주희라는 사상가가 어떤 사유 경향을 가졌는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의 사유 경향은 어떤 거대한 체계의 시선으로 구체적인 삶을 바라보려는 형이상학적 경향입니다.

 

높은 산에 오르면 우리는 방금 전까지 거쳐온 곳을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됩니다. ‘, 내가 지나온 곳이 저 위치에 있었구나.’ 하물며 하늘에 올라가서 본다면 어떻겠습니까? 높은 산보다 자신이 있던 곳을 더욱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계(視界)가 열리겠지요. 그런데 어린 시절 주희는 하늘 너머에서 하늘까지도 내려다볼 수 있는 어떤 곳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곧 그가 기본적으로 형이상학적인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음을 잘 보여주는 예화이지요. 그러나 불행히도 주희는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자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청년기를 보내게 됩니다. 이런 방황 속에서 그는 불교에 빠지게 됩니다. 과거시험을 보러갈 때 주희의 책보에 대혜종고(大慧宗杲, 1089~1163) 선사(禪師)의 책이 있었다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115728세의 청년 주희는 65세의 늙은 유학자 이통(李侗, 1093~1163)과 숙명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주희는 이 노년의 유학자를 통해서 자신의 형이상학적 감수성을 다시 살리게 되었습니다.

 

모든 삶의 문제는 단지 마음의 문제로만 환원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내 마음을 벗어난 다양한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유한자(有限者)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희는 유한한 자신을 내려다볼 수 있는 형이상학적 지평을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어린 시절의 감수성을 되찾게 됩니다. 그는 세계의 질서를 무척 알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야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이것이 바로 주희의 근본적인 물음이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에 자신의 온 마음을 사로잡았던 불교 공부를 넘어서 새로운 유학을 꿈꾸던 선배 신유학자들의 사유에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스승 이통의 조언이 커다란 역할을 했지요. 주희의 스승 이통은 나종언(羅從彦, 1072~1135)의 제자였으며, 나종언의 스승 양시(楊時, 1053~1135)는 정호ㆍ정이 형제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은 인물입니다. 이런 계보를 통해 주희는 북송시대의 신유학자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선배 신유학자들에 대한 공부는 1175, 그의 나이 46세 되던 해에 완성됩니다. 그는 친구 여조겸(呂祖謙, 1137~1181)과 함께 선배 신유학자들의 철학을 근사록(近思錄)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합니다. 참으로 놀라운 점은 주희가 장재, 정호, 정이 등 쟁쟁한 선배 신유학자들의 철학을 정리하는 데 겨우 10일 가량 소요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선배 신유학자들의 철학을 종합적으로 체계화한 뒤, 주희는 더 거슬러 올라가 공자와 맹자의 유학 사상까지 새롭게 정리하려는 야심찬 계획에 착수합니다. 주희의 그 계획은 드디어 결실을 맺어 사서집주(四書集注)로 완성됩니다. 사서집주논어맹자중용(中庸)대학(大學)이 네 권의 책에 대한 주희 본인의 주석서입니다.

 

그런데 이 네 권의 책은 같은 시대에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논어맹자는 진 제국 시대 이전의 문헌이고, 중용(中庸)대학(大學)은 한 제국 시대의 문헌입니다. 시대적 배경이 달라서일까요? 논어맹자가 수양하는 주체의 차원에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는 반면, 중용대학은 사회나 세계의 관점에서 개인의 입장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주희가 사서집주를 통해 말한 것은, 세계 속에서 인간의 윤리적 행동을 통일적으로 사유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죽을 때까지 사서집주를 수정하는 작업을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던 것이지요. 이렇듯 주희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근사록사서집주입니다. 그 외에도 우리가 참고해야 할 자료가 두 가지 더 있습니다. 하나는 그가 직접 쓴 글들이 모두 수록되어 있는 주자문집(朱子文集)이고, 다른 하나는 제자들과의 대화를 기록한 주자어류(朱子語類)입니다. , 이제 본격적으로 주희가 구성했던 형이상학적 세계로 들어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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