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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스트 교육학 - 20. ③강: 모르는 걸 모른다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 본문

연재/배움과 삶

트위스트 교육학 - 20. ③강: 모르는 걸 모른다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

건방진방랑자 2019. 10. 2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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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모르는 걸 모른다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

 

 

세 번째 강의의 제목은 지금 왜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가 필요한가?’이다. 이 제목에 대해서는 올해 초 경인교대 강의 때, 에피소드를 들으며 인상이 남았기에 잘 기억하고 있다.

 

 

경인교대에서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지 웃펐다.

 

 

 

칭송 받지 않는 교사칭송 받는 교사로 바뀌다

 

어느 학교에서 동섭쌤에게 강의 요청이 왔단다. 그래서 이 때 발작적으로 떠오른 제목인 지금 왜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가 필요한가?’라는 제목을 알려줬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일상적인 이야기이니, 감동도 재미도 없다. 하지만 이후에 벌어진 일은, ‘밥이 벌처럼 날아가고, 튼튼한 갓끈도 썩은 새끼처럼 끊어질 정도(噴飯如飛蜂, 絶纓如拉朽.-연암의 표현)’로 한바탕 웃어젖힐 수 있는 웃픈 이야기다.

강의를 요청하며 제목까지 받아 적었던 선생님이 동섭쌤에게 다시 확인 차 전화를 하면서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때 이런 얘기들이 오간다.

 

 

요청쌤: “박동섭 교수님 잘 지내고 계시죠. 몇 월, 몇 일, 몇 시에 강의가 있는 거 잊진 않으셨나 확인 차 전화드렸습니다.”

동섭쌤: “당연하죠. 준비 잘 하고 있습니다.”

요청쌤: “근데 강의 제목이 지금 왜 칭송받는 교사가 필요한가?’인 게 맞는 거죠?”

동섭쌤: (순간 귀를 의심하며 침묵이 흐른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후에) “강의 제목은 그게 아니라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때론 자세한 설명이 오히려 자질구레할 수도 있다. 그땐 이 한 마디면 충분하다.

 

 

박동섭, 그는 누구인가? 그로 말할 것 같으면 대학생 때는 연극에 심취하여 4년 내내 8편의 연극에 참여한 식지 않는 정열의 소유자이며, 지금은 두 아이의 아빠이자 이동연구소 소장으로 매일 250배를 하루도 거르지 않는 끈기의 화신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연극을 하며 익힌 복식호흡형 발성법으로 이미 좌중을 압도하는 파워 있는 강의를 할 수 있으며, 250배로 다져진 체력으로 그 전날까지 곱창을 먹으며 뒤풀이를 새벽까지 할지라도 그 다음 날부터 3일간 18시간 진행되는 연수를 뚝딱 진행할 수 있다.

이런 그가 그 선생님과 통화하면서 발음이 꼬였거나,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칭송받는 교사로 잘못 말했을 확률은 지하철 2호선과 8호선이 충돌할 확률(준규쌤 표현)’보다 훨씬 낮다고 할 수 있다.

 

 

그가 말을 실수했을 확률은 0.000001%에 가깝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익숙함, 당연함이란 함정

 

그런데도 왜 그 선생님은 그와 같이 들은 것일까? 아마도 이것이야말로 사람은 듣고 싶은 대로 듣고, 보고 싶은 대로 본다를 제대로 나타내주는 예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당연히 칭송받는 교사가 필요하고, 능력 있는 교사가 필요하며, 혁신학교가 좋은 학교이며, 학생중심수업을 할 수 있는 교사가 좋은 교사라는 것에 이견을 달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건 개인적으로든, 시스템적으로든 노력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무도 당연하게 그 선생님은 그런 상황에 맞춰 동섭쌤의 말을 들으려 했던 것이다.

그때 동섭쌤은 지금 왜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가 필요한가?”라고 분명히 말했고 그 선생님은 그 제목을 토씨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분명하게 들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강의 제목을 분명히 들어야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고, 안내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선생님에겐 미처 상상도 할 수 없는 어휘꾸러미가 귀를 통해 들려왔던 것이다. 그건 두 말할 나위 없이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라는 어휘꾸러미이고, 설령 그 어휘꾸러미가 있었다 해도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이해하기엔 힘에 부쳤을 것이다. 그러니 그걸 듣는 순간 감당할 수 없어 내가 잘못 들었을 거야라고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아 가련하구나, 내가 안다는 것들이여! 내가 듣고 싶은 것들이여!

그런데 이때가 중요하다.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것까지야 인간의 아주 자연적인 방어기제이니 말이다. 살아온 대로 생각하고 그러다 보면 그 생각이 나의 오랜 생각인 양 착각하여, 또 그대로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바로 그때가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순간이자, 새로운 어휘꾸러미를 받아들일 수 있는 순간이다. 존심이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다시 한 번 묻는다고 해서 무식이 탄로 나는 것도 아니니, 이를 꽉 물고 교수님 제목을 잘 못 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해주세요라고 요청하면 된다. 그러면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가장 쉬운 말이 가장 하기 어려운 말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미안합니다’, ‘가르쳐 주세요’, ‘보고 싶어따위의 말들은 쉬운 말임에도 쉽게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이럴 때 군대에선 "잘못 들었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하고, 다시 얘길 듣는다. 그런데 사회에선 그게 좀 힘들긴 하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그래서 그 선생님은 차마 그런 말을 하지 못하고,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어휘꾸러미로 대충 짜 맞추었던 것이다. 그게 바로 지금 왜 칭송받는 교사가 필요한가라는 말이다. 그건 어느 누가 들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되려 너무나 판에 박혀 인두로 상상력이 샘솟는 구멍을 지저 놓은 것(준규쌤 표현)’ 같은 그런 제목이다. 이런 상황과 너무도 비슷한 영상을 어제 동섭쌤이 강의 도중에 보여줬다. 그러면 우선 이 영상을 감상하기로 하자.

 

 

 

 

이 영상은 통신사 직원과 할머니의 대화를 보여준다. 통신사 직원은 고객 대응 매뉴얼에 따라 이야기를 기계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할머니는 그런 이야기와 상관없이 자신이 듣고 싶은 대로만 들으려 하고 있다. 통신사 직원은 불이 났다는 표현을 쓴 적이 한 번도 없음에도 할머니는 불이 났다는 말로 들으려 하고, 직원이 유플러스 인터넷 업체라는 말을 여러 번 했음에도 할머니는 그런 어휘꾸러미가 없어 흘려듣고 있다. 그때 말은 말로서 의미를 갖는다기보다 그저 개가 짓는 소리이거나, 바람소리와 하등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동섭쌤은 할머니는 불을 엄청 싫어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라는 웃긴 평을 하기도 했는데, 여러모로 이 영상은 여러 현상(매뉴얼의 폐해,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인간)을 보여주는 자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강의 속으로 들어갑니다.

 

 

 

3캠프에 오르기 위해선 버터야 한다

 

3강의 문을 열면서, 제목에 대한 에피소드로 한참 썰을 풀었다. 작은 소동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이 짧은 일화에도 수많은 것들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건 비유하자면, ‘밥알에도 우주가 있다는 그런 황당한 이야기라고나 할까.

어찌 되었든 이렇게 작은 일화들을 풀어내며 그 안의 의미를 탐구해나가는 과정을 기술해 봤다. 그리고 그렇게 기술해 나가다보니 아주 일상적인 상황이 얼마나 황당한지도 알게 됐고, 자연히 낯설게 볼 수 있게 됐다. 그래서 3강의 이야기는 기술이 곧 처방이다라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지금 당장은 어휘꾸러미가 없어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절망감이 들더라도, 포기하거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휘꾸러미로 대충 얼버무리려 하지 말고 버텨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기술이 곧 처방이다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며, 그 말을 통해 왜 지금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가 필요한지 알게 되니 말이다.

그런 각오가 되었다면, 이제 동섭레스트의 제3캠프를 향해 발걸음을 떼어보자.

 

 

열심히 올라가 보자. 제3캠프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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