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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스트 교육학 - 30. ④강: 친숙해질 때 뻔해진다 본문

연재/배움과 삶

트위스트 교육학 - 30. ④강: 친숙해질 때 뻔해진다

건방진방랑자 2019. 10. 2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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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 친숙해질 때 뻔해진다

 

 

이제 트위스트 교육학 강의는 반환점을 돌아 2강만을 남겨두고 있다. 17번째 후기에서 이 강의를 듣는다는 것은 동섭레스트를 오르는 일과 같다고 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정상에 오르는 이유는 정상에 머무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내려오기 위해서다. 애써 올라가서 높은 시좌를 확보했고 현실을 한 걸음 빗겨 서서 관조할 수 있게 되었는데, 우린 거기에만 머무를 수 없고 다시 원점으로 복귀해야만 한다. 그러니 누군가는 올라가면 또 내려가야 할 것을 뭐 하러 애써서 올라가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할지라도, 정상에 오르는 동안 느꼈을 수많은 감정과 두근거림, 그리고 정상에 오르는 순간의 성취감이 나를 휘저어 놓는다. 그 순간 여태껏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비로소 생각하게 되고, 누리지도 못한 것들을 누리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3강 첫 번째 후기에선 반환점을 돌고 나면 이전의 나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고 말한 것이다.

 

 

2013년 지리산 종주 때 천왕봉에서 내려올 때 사진. 올라감은 내려가기 위함이다.

 

 

 

친숙해짐과 여자 친구와의 헤어짐

 

동섭쌤은 이런 이야기에 덧붙여 존재가 달라진 후엔 어떻게 되는지, 김영민 선생의 글을 인용하며 밝힌다.

 

 

매사, 친숙해지면 매력을 잃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우리가 인문학에 골몰하는 것은, 아마도 가장 친숙한 것 속에서 느끼는 가장 낯선 매력 때문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늘 반복되면서도 진지하고, 늘 언급되면서도 쉽사리 그 속내를 보이지 않는 것 -김영민

 

 

위에 인용한 글을 읽어 보면, 우리가 너무도 잘 안다고 생각했던 친숙함이란 단어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여태껏 친숙하다는 걸 친하다는 뜻처럼 긍정적이며 가치중립적인 말로만 생각했었는데, 위 인용문에선 대단히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기 때문이다.

친숙하다는 말은 달리 말하면 뻔해졌다는 말이다. 뻔해졌다는 건 타인의 변화에 눈을 감고, 자신의 들끓는 감정을 무시하며, 세상의 변화무쌍함에 관심을 닫아버렸다는 것이다. 여자 친구를 사귀는 것이 그렇다. 사귄 횟수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어느덧 여자 친구의 표정만 봐도 말만 들어도 감정이 모두 이해되고 어떤 마음인지 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지 안다는 생각이 드니 여자 친구의 깊은 마음까지 들여다 볼 이유가 없어지더라. 하지만 결국 헤어지고 나서야 다 안다는 생각이야말로 얼마나 큰 착각인 줄을 알게 됐다. 여자 친구는 수시로 나에게 미세한 표정과 말투로 여러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음에도 나는 그런 것들을 친숙하다는 이유로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어느덧 일상처럼 친숙해졌다. 친숙함이란 말 돌아보기.

 

 

 

친숙해짐은 동영상을 사진으로 보는 것

 

이처럼 그 때의 나처럼 세상과 사람을 뻔하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온갖 무료함을 맛본 듯 입을 최대한 벌리고 하품을 할 것이고, 사람에 대한 관심을 잃은 듯 썩은 동태눈마냥 흐리멍덩하게 바라볼 것이며, “사람은 다 똑같아”, “세상은 늘 그 모양이야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을 것이다. 그가 보는 것들은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을 것이기에, 어떤 기대도 불러일으키지 못할 테니 말이다. 그러니 하루하루 지루함을 참아내며 살아간다는 게 곤욕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자 친구와 헤어진 에피소드를 통해서도 말했다시피, 그건 어디까지나 스스로 눈을 감고, 감정을 끊고, 관심을 닫아버렸기에 그리 된 것일 뿐이다. 세상은 언제고 똑같은 적이 없었으며, 사람은 한시도 그대로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우린 눈으로 다채롭게 변화하는 현실을 보면서도 보고 싶은 대로만 보려했고, 귀로 수많은 말들을 들으면서도 듣고 싶은 대로만 들으려 한다. 그런 상황이니 매사, 친숙해지면 매력을 잃게 된 것이고 그에 따라 동영상처럼 끊임없이 흘러가는 세상이 한 컷의 사진처럼 현장의 생생함은 제거되고 비현실적인 고정된 느낌만 남은 것이다. 이건 김영민 선생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은 말하자면 사진snapshot(영원한 아이)이 아니라 개방성과 갱신성更新性을 매개로 하는 데생(순간순간을 사는 아이)에 비유할 수 있겠다.”라는 말과 같다.

 

 

자연이든 사람이든 그 변화하는 모습, 그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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