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9. 서구인들의 세 가지 신의 관념
화이트헤드는 그의 유기체적 우주론의 구상을 밝힌 대저, 『과정과 실재』의 마지막 장에서 서구인들의 전통적인 신의 관념을 세 가지로 분류하여 요약하고 있다.
그 첫째가 황제의 이미지로서의 신(God in the image of an imperial ruler)이다. 서구세계가 기독교를 받아들였을 때는 마침 시저가 세계를 정복한 후였으며, 따라서 서구신학의 표준 텍스트는 시저의 법률가들에 의하여 편찬되었다. 그리고 서구교회는 전적으로 시저에게 속해있던 속성들을 신에게 부여했던 것이다. 이집트ㆍ페르시아ㆍ로마의 황제와 같은 이미지로 신을 만들어 내는 뿌리깊은 우상숭배의 전통이 이미 그 초창기로부터 확립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두 번째가 도덕적 에너지를 의인화한 이미지로서의 신(God in the image of a personification of moral energy)이다. 이것은 유대교 전통에 있어서의 예언자상으로 대변된다.
그리고 그 세 번째가 궁극적 철학원리의 이미지로서의 신(God in the image of an ultimate philosophical principle)이다.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부동의 사동자(the Unmoved Mover)의 개념이 잘 대변해주고 있다.
황제의 이미지로서의 신 | God in the image of an imperial ruler |
도덕적 에너지를 의인화한 이미지로서의 신 | God in the image of a personification of moral energy |
궁극적 철학원리의 이미지로서의 신 | God in the image of an ultimate philosophical principle |
<서구인들의 전통적인 신의 관념>
화이트헤드의 신은 현실적 존재(Actual Entity)이다. 그것은 창조성(Creativity)과 영원적 객체(Eternal Object)들을 매개하는 기능을 갖는 현실적 존재이다. 그것은 세계 밖에 군림하는 어떤 영원한 명사적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이 세계 속에 내재하는 부사적 존재라 할 수 있다. 신은 모든 창조에 앞서(before) 있는 것이 아니며 모든 창조와 더불어(with) 있을 뿐이다. 그것은 모든 새로움의 원천이다. 그것은 이 세계와 대칭적 관계에 있다. 세계가 끊임없이 생성중에 있는 불완전한 것이라면 신 또한 끊임없이 이 세계를 보완하는 생성중의 존재이다. 이 세계가 물리적 파악에서부터 개념적 파악으로 나아간다면, 신은 거꾸로 개념적 파악에서부터 물리적 파악으로 나아간다. 이런 맥락에서 신과 세계는 대칭적(the mirror image)이다. 신이 이 세계를 창조한다고 말한다면 동시에 이 세계는 신을 창조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A. N. Whitehead, Process and Reality, corrected edition (New York : The Free Press, 1978), pp.342~351.】.
화이트헤드의 신의 개념은 매우 난해하다. 우리말로 그것을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책으로서는 사계의 권위인 문창옥의 두 책을 들 수 있다.
① 문창옥, 『화이트 헤드철학의 모험』(서울: 통나무, 2002), pp.101~124, ‘화이트헤드의 철학과 종교’와
② 문창옥, 『화이트헤드과정철학의 이해』(서울 : 통나무, 1999), pp.85~112, ‘형성적 요소: 창조성, 영원적 객체, 신’을 보라.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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