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장
내가 분할자란 말이냐?
제72장
1한 사람이 그에게 가로되, “나의 형제들에게 나의 아버지의 재산을 나에게 분할하도록 말해주소서.” 2그께서 그 사람에게 가라사대, “이 사람아! 누가 나를 분할자로 만들었단 말인가?” 3그는 그의 따르는 자들에게 몸을 돌려 그들에게 물었다: “나는 분할자가 아니로다. 그렇지 아니한가?”
1A person said to him, “Tell my brothers to divide my father's possessions with me.” 2He said to the person, “Mister, who made me a divider?” 3He turned to his followers and said to them, “I am not a divider, am I?”
이것은 불트만이 아포프테그마【긴 장면설정이 없이 어떤 주제를 간결하게 전달하는 대화나 논쟁, 그리고 전기적 사화, 영어로 ‘아포프템(apophthegm)’ 혹은 줄여서 ‘아포(apothegm)’이라고 한다】라는 양식으로 분류한 대화인데 누가에만 나오고 있지만 큐자료에 속한다. 누가와 마태를 잘 비교하여 보면, 마태의 문맥 속에도 이 아포프테그마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큐에 있었던 것을 마태가 생략한 것으로 본다.
(눅 12:13~15) 13무리 중에 한 사람이 이르되, “선생님! 내 형을 명하여 유업을 나와 나누게 하소서” 하니, 14이르시되, “이 사람아! 누가 나를 너희의 재판장이나 물건 나누는 자(분할자)로 세웠느냐?” 하시고, 15저희에게 이르시되,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아니 하니라” 하시더라.
누가는 도마의 자료에다가 ‘재판장’의 역할이라는 개념을 더했다. 그리고 거절의 이유를 예수가 친절하게 해설하고 있다. 도마에는 ‘형제들’이 복수로 되어있는데 누가에는 ‘형(brother)’ 즉 단수로 되어있다. 누가 12:14절의 재판장 운운하는 표현은 구약 출2:14의 표현과 비슷하다: “누가 당신을 우리의 우두머리로 삼고 우리의 재판장으로 세웠단 말이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부모의 유업이 형제들에게 온전하게 공동승계되는 습관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 ‘한 사람’이 그 공동승계된 전체 유산 중에서 자신의 의 분할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누가에서 이 사람(청년)은 예수를 이러한 재판의 권한이 있는 ‘랍비’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 예수는 그러한 랍비의, 법적으로 유효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예수는 근원적으로 그러한 법적문제 이전의, 그 청년이 요구하고 있는 바, 그 심적상태, 그 동기를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아니 하다’고 말함으로써 인간의 근본적인 ‘탐심’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도마의 대화는 누가보다 훨씬 더 간결하고 담박하다. 어떤 법적인 차원의 맥락이 개재되어 있질 않다. ‘무소유’라는 근원적인 주제가 배어있기는 하지만, 도마의 대화의 핵심은 예수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관한 것이다.
제16장에 예수는 ‘평화’를 던지러 온 것이 아니라 ‘충돌을 던지러 왔으며, 불과 칼과 싸움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16장의 메시지는 결코 본 장과 모순되지 아니 한다. 16장의 갈등은 ‘버림’을 위한 갈등이다. ‘소유’를 위한 갈등이 아니다. 여기 이 청년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탐욕의 충족, 개체적 소유를 위한 ‘분할’을 요구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예수는 그러한 분할을 위한 촉매적 역할을 담당할 생각이 없다. 본 장의 주제는 내가 노자의 ‘박(樸)’(통나무)을 들어 설명한 도마복음 61장의 주제와 일치한다: “나는 분열되지 않은 전체로부터 온 사람이다.” 분할과 소유는 죽음과 파멸을 몰고온다. 미분할과 무소유는 생명과 끊임없는 빛의 생산을 가져온다. 그것은 화이트헤드의 제자, 노드로프(F. S. C. Northrop, 1893~1992)의 말대로 ‘미분할된 심미적 시공간(undifferentiated aesthetic continuum)’이며, 동방적 ‘도(道, Tao)’의 세계이다.

▲ 카파도키아 위르귐(Ürgüp)지역의 대표적 심볼, 요정의 굴뚝 바위(fairy chimmers), 오른쪽부터 엄마, 아기, 아빠바위. 바위속에 사람이 살고 있다. 청동기 시대부터 내려오는 주거양식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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