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신이 지은 용산시 감상하기
古木寒雲裏 秋山白雨邊 | 고목은 찬 구름 속에 서 있고 가을산에 하얀 비 내리더니, |
暮江風浪起 漁子急回船 | 저물녘 강에서 풍랑 일어나자 어부가 황급히 배를 돌리네. |
위에서 쭉 얘기했다시피 김득신은 노둔했기 때문에 예리해진 사람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가 쓴 시는 어떨까? 그걸 『소화시평』 권하 84번에선 두 편이나 볼 수 있으니 이번 편의 가치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시는 1구와 2구는 시적 화자가 놓인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찬 구름 속에 서 있는 고목, 하얀 비가 내리는 가을산이라고 명사만을 쭉 나열하고 있다. 이건 마치 백광훈의 「홍경사(弘慶寺)」를 떠올리게 하는 구절이다. 이 배경을 통해 조금은 스산한, 그러면서도 왠지 외로운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 배경 속에 3구에선 갑자기 시선을 한강으로 돌린다. 한강을 보니 그곳에서 저물녘의 풍랑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하긴 비가 내리고 있는 상황이니 풍랑이 일어나는 것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가을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한강에서 일어나는 풍랑은 마치 삶이란 바다에서 여러 풍파에 휩싸이는 인간을 묘사한 것 같아 인생의 비애가 매우 극대화된다. 그런 극대화된 심리는 그대로 4구에 반영되어 물고기를 잡던 어부는 무에 맘이 급해졌는지 배를 돌리고 있다.
저번 후기에서 唐詩와 宋詩의 차이점에 대해 얘기했었다. 그 기준으로 이 시를 보면 당연히 당시풍으로 분류될 수 있다. 시를 읽은 것만으로도 용산과 한강 어부의 상황이 그려지니 말이다. 그렇기에 이 시는 그 당시에 사람들에게 회자될 정도로 유명해졌다는 말을 한 것이다.
▲ 부악36경. 일본 후지산과 엄청나게 솟아오른 과장된 파도가 눈에 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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