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대승의 바른 종지
대승정중분(大乘正宗分)
3-1.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이르시되: “뭇 보살 마하살들이 반드시 이와 같이 그 마음을 항복받을지어다:
佛告須菩堤: ”諸菩薩摩訶薩, 應如是降伏其心.
불고수보리: ”제보살마하살, 응여시항복기심.
소명태자의 분의 이름은 적합치 못하다. 왜냐하면 『금강경』의 본경에 해당되는 부분(13분 2절까지)에서 이 ‘대승(大乘)’이라는 표현은 나타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 최초의 혁명적 보살운동이 아직 ‘대승’이라는 규합개념(organizing concept)으로 ‘소승’과 대비되기 이전의 소박한 진리를 이 경(經)은 설(說)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강경』에서의 대승은 오직 ‘보살’일 뿐이요, ‘선남선녀’일 뿐이요, ‘더 이상 없는 수레(agrayāna)’며, ‘가장 뛰어난 수레(Śreṣṭha-yāna)’며 ‘보살의 수레(bodhisattva-yāna)’일 뿐이다. 단지 소명태자는 후대에 형성된 개념을 통해 그 종지를 명료히 하고자 했을 뿐이다【‘대승(大乘)’이라는 표현은 라집본(羅什本)에서 15분 2절에 한번 등장하지만 그것도 산스크리트 원문에는 ‘mahāyāna’로 되어 있지 않다】.
‘정종(正宗)’이라 함은 ‘바르고 으뜸됨’이다. 바로 이 제3분이야말로 가장 바르고 으뜸되는 대승의 종지(宗旨)를 밝히는 장이라는 뜻이다. 우리말 훈으로 종(宗)을 ‘마루’라 한다. 이것은 ‘클라이막스’라는 뜻도 된다. 다시 말해서 『금강경』은 바로 이 제3분에서 정점을 형성한다. 『금강경』의 모든 것이 여기서 쏟아져 나온다. 사실 제3분 이후의 문장은 제3분의 내용을 펼친 것이다.
일본에는 ‘스모오(相撲)’라는 운동경기가 있다. 우리의 ‘씨름’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서구적 의미에서의 운동경기라기보다는 하나의 제식이다. 스모오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기나긴 제식이 진행된다. 엄숙하고 긴장되고, 수천수만의 관중이 밀집해서 쳐다본다. 그리고 ‘요코즈나(よこづな, 横綱)’라는 최고의 스모오토리가 나오기까지는 낮은 급의 수많은 경기가 진행된다. 그런데 막상 요코즈나의 스모오는 아주 허망하게 끝난다. 아주 시시하게 끝난다. 스모오는 둥근 선을 쳐놓고 그 밖으로 사람을 밀쳐내기만 해도 끝나고, 그냥 엎어지기만 해도 끝난다. 보통 아주 짧은 몇십 초 안에 끝난다. 몇 라운드나 가는, 볼거리가 있는 서양의 권투경기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그런데 왜 스모오는 세계적으로 그렇게 열광적인 인기가 있는 경기가 되고 있을까?
이 제3분을 읽는 초심자는 아마도 허망한 스모오 경기를 바라보는 심정으로 이 분을 넘기게 될 것이다. 겨우 이 한마디였다니! 그러나 바로 이 분에서 하늘과 땅이 뒤바뀌는 심령의 체험을 할 수 없다면 그대는 아마도 『금강경』을 덮어야 할지도 모른다. 먼 훗날 그러한 체험이 다시 나에게 다가올 때까지 『금강경』 읽기를 미루어야 할지도 모른다.
일본사람들은 정종(正宗)을 ‘마사무네(まさむね)’라고 하는데 그것은 바로 그들의 술이름이다. 우리가 ‘정종’이라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정종은 ‘바르고 으뜸가는 최고의 술’이라는 뜻이다. 술은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정종은 들이키는 순간에 곧바로 취하지는 않는다. 들이키는 순간에는 맛이 없다. 그러나 취기는 서서히 달아오르게 마련이다.
제3분, 이 정종분을, 정종 마시듯이 마셔라! 비록 아무런 맛이 없을지라도 서서히 그대들은 남은 생애를 통하여 이 정종분(正宗分)의 취기를 음미하게 될 것이다.
이제 부처님은 수보리에게 고(告)한다. 그리고 또 다시 한 번 뭇 보살, 뭇 마하살들(훌륭한 사람들)은 이와 같이 마음을 항복받을 것이라는 선포를 한다. ‘이와 같이’의 내용이 이제 2절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앞으로 오는 2절과 3절은 1절의 ‘이와 같이’를 부연하는 내용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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