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즐겁게 듣고자 원하오니이다.”
“唯然世尊! 願樂欲聞.”
“유연세존! 원락욕문.”
이 짧은 한마디 속에는 무수한 명제가 중첩되어 있다. ‘유연(唯然)’은 단순한 ‘예(唯)’라는 대답의 음사(音寫)에 ‘연(然)’을 붙인 것이다. 그러나 이 ‘예’는 붓다의 선포(케리그마)에 대한 보살들의 긍정이다. ‘그러하옵니다!’ 즉 ‘이와 같이’란 내용이 설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의 ‘열음’이다. 받아들이고 나면 우리의 마음이 편해진다. 긴장이 사라진다. 갈등구조들이 해소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마음은 진리를 즐겁게 들을 수 있게 된다. 진리는 즐기는 것이다. 그것은 향유(Enjoyment)의 대상이다. 존재는 곧 향유, 즐김인 것이다. 즐길 수 있을 때 비로소 진리는 들리는 것이다.
여기 ‘원락욕문(願樂欲聞)’의 본동사가 ‘청(聽)’에서 ‘문(聞)’으로 바뀐 사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이제 진리는 들리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라집역(羅什譯)의 오묘처인 것이다: “듣ᄌᆞᆸ고져 원요ᄒᆞᄉᆞᆸ노이다’ (세조역).
‘욕문(欲聞)’의 ‘욕(欲)’은 ‘욕한다’라는 동사라기보다는 영어의 ‘be going to’에 해당되는 조동사적 어법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 하고자’ 이다. 세조의 언해는 정확하다. ‘락(樂)’은 ‘욕문(欲聞)’을 수식한다.
‘원(願)’은 전체구문에 걸린다. 그렇다고 ‘원컨대’ 식으로 번역하는 것은 일본한문투이다. ‘즐겁게 듣고자 원하오니이다.’가 아름답고 바른 우리말 번역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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