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밭 갊에 굶주림이 그 가운데 있다
15-31.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는 도(道)를 도모하나 밥을 도모하지는 않는다. 밭을 삶에 굶주림이 그 가운데 있도다. 배움을 사랑함에 녹(祿)이 그 가운데 있도다. 군자는 도(道)를 걱정할지언정 가난함을 걱정하지는 아니 한다.” 15-31. 子曰: “君子謀道不謀食. 耕也, 餒在其中矣; 學也, 祿在其中矣. 君子憂道不憂貧.” |
참으로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 금언이다. 문장의 구성을 잘 뜯어보면 천재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머리[首]에 ‘모도불모식(謀道不謀食)’을 놓고, 꼬리[尾]에 ‘우도불우빈(憂道不憂貧)’을 놓아 도(道)를 공통의 주제로 하면서 ‘식(食)과 ‘빈(貧)’이라는 개념을 변주(變奏)시키고 있는 것이다.
‘경야(耕也), 뇌재기중의(餒在其中矣)’와 ‘학야(學也), 녹재기중의(祿在其中矣)’라는 대구를 통해 학문과 밭을 개념적으로 일치시키고 있지만 밭 속에서는 배불리 먹을 수도 있지만 굶주림의 가능성이 상재하고, 배움 속에는 오히려 ‘녹(祿)’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암시함으로써 배움을 격려하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 다. 노골적으로 ‘경(耕)ㆍ뇌(餒)’와 ‘학(學)ㆍ녹(餒)’이 대비된다는 뜻은 아니다(황소는 너무 과하게 해석).
현재 편해에서도 얘기했듯이 짤막하지만 매우 함축적이고 아름다운 공자의 로기온자료들이 나열되어 있다. 제24장에서 마지막 제41장까지 d그룹으로 분류된 이 로기온은 일관된 주제로 모아진 것이 아닌 잡찬(雜纂)이며 그 글자수가 짧다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26(11자), 27(12자), 28(8자), 29(8자), 35(6자), 36(6자), 37(9자), 38(4자), 39(7자), 40(5자). 이것은 이 파편들이 죽간(竹簡) 일조(一條)에 쓰여졌던 내용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오히려 이러한 파편은 상당히 오래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런 의미에서도 우리는 상론ㆍ하론이라는 고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논어』를 전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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