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형식화된 예악을 일갈하다
17-11.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예(禮)다 예(禮)다라고 말하지만, 어찌 그것이 옥백(玉帛)을 말하는 것이겠느뇨? 악(樂)이다, 악(樂)이다라고 말하지만, 어찌 그것이 종고(鐘鼓)를 말하는 것이겠느뇨?” 17-11. 子曰: “禮云禮云, 玉帛云乎哉? 樂云樂云, 鐘鼓云乎哉?” |
에른스트 카시러(Ernst Cassirer, 1874~1945)의 말대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기실 상징(symbols)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것은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 인간은 그 이름을 파악하는 내면의 개념이 없이는 사물을 인식하지 못한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인간이 상징을 창조해낸다는 데 있다. 인간은 언어를 만들었고, 언어에 기초한 문명을 만들었는데 그 문명은 알고 보면 하나의 상징체계일 뿐이다.
여기 옥(玉)이다 백(帛)이다 하는 것도 일차적으로 외교전례상에서 반드시 문제되는 상징이었다. 군주들이 만날 때는 옥을 교환하는데, 그것은 반드시 아름 다운 비단[帛]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여기 ‘종(鐘)’은 우리나라 국악원에서 연주되고 있는 편종(編鐘)을 가리킨다. 12율 4청성을 내는 16개의 종이 두 단으로 된 나무틀에 매달려 있다. 아랫단은 바른손으로 치고 윗단은 왼손으로 친다. ‘고(鼓)’는 북이며 혁부(革部)에 속하는 피명악기(皮鳴樂器)로서 고대제례악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공자는 이러한 심볼리즘 그 자체에 삶의 궁극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상징체계의 화엄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징이 나타내고자 하는 어떤 삶의 의미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의미가 상징적 논리 속에 구조 지워지는 의미가 아니라, 그 상징성을 초월하는 근원적인 어떤 직(直)한 정감의 세계를 항상 지향하고 있다고 공자는 말하고 있다. 상징성과 고정성을 뛰어넘는 예악(禮樂)의 궁극적 의미를 말한 유명한 장이지만, 그 문장의 수사법도 참으로 아름답다고 할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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