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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한글역주 - 후기 본문

고전/맹자

맹자한글역주 - 후기

건방진방랑자 2023. 1. 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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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後記)

 

 

드디어 끝났다. 카프카의 변신처럼 온몸이 오그라들고 회생키 어려운 동토의 느낌이 되어가는데, 원고지를 달리는 펜촉조차 관우의 청룡언월 도보다도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제 대망의 막은 내려졌다. 길고 긴 칠흑의 여로는 막을 내렸지만 희망의 빛줄기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진실로 확신하는 것은 살아 숨 쉬는 맹자가 우리 곁에 다가와 절망 속에서 신음하는 우리의 등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맹자는 본서로부터 다시 읽혀야 한다. 이것은 나의 작업에 대한 과장된 선포가 아니라, 너무도 기초적인 사실에 대한 평이한 진술이다. 여태까지 한국인에게 맹자가 완정(完整)한 모습으로 읽힌 적이 없다. 조선의 유자, 어느 누구도 맹자를 다 읽지 못했다. 주희가 읽은 맹자는 본서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대한민국의 사람들이 맹자를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읽지 않고 맹자를 운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내 책을 읽는 학자들은 내 책을 읽었다는 것을 밝히기를 두려워한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나 기존 관념에 손상이 가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그놈의 알량한 학벌의 배척감을 견디기 어려워하거나, 타인의 권위나 공로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순결한 마음이 부족하거나 하여튼 여러 이유로 내 책을 참고문헌에 한 줄 넣는 것조차 금기로 여긴다. 우리나라 학계의 가소로운 통위(通僞)라 할 것이다. 이 책을 아니 보고 그 누가 유교에 대한 논문을 쓸 수 있으리오? 정직한 것이 그다지도 두렵단 말인가? 그러나 두려워 말라! 어떤 이유에서 내 책의 존재감을 명기하든 않든간에, 제발 맹자그 텍스트만은 제대로 읽고 말해다오. 맹자의 격렬한 삶과 격동의 언어와 격정의 꿈을 만방에 선포해다오! 도올은 사라져도 좋다!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도 좋다. 그러나 맹자만은 이제부터 한민족의 살아있는 문화, 그 창진(創進)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 우리 삶의 모든 가치의 기저가 원천이 되어야 한다. 맹자는 이제 중국의 맹자가 아니라, 우리의 현재적 체험 속에 살아있는 우리의 맹자!

 

정말 힘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볼 때마다 하루하루 내 머리는 깨달음으로 농축되어 가는데, 하루하루 주름살이 늘고 안색이 저 서해안의 낙조 갯벌처럼 황혼의 빛으로 물들어가는 것이 여실하다. 그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냐! 하루하루 앎의 환희가 약동치는데 그토록 눈에 보이게 인간의 몸의 한계를 절감케 되다니! 어려서 외웠던 소년이 성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이라는 구절이 이제 새삼 간절한 가슴의 절절한 허무를 파고든다. 젊은 학도들이여! 그 왕성한 기력이 충천할 때, 더욱더 정진하 기를 비노라. 일촌(一寸)의 광음(光陰)도 허비치 말지어다.

 

본 역주는 나의 지혜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요, 수없는 위대한 선학(先學)들의 업적에 힘입은 것이다. 조기 주, 주희 집주, 초순의 맹자정의(孟子正義)는 나에게 무한한 계발의 자료를 제공해주었다. 그 외로 열거할 수 있는 책이란 한우충동(汗牛充棟)하는 것이나, 본서를 집필하는 데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번역서만을 여기 소개한다.

 

1. 楊伯峻 譯注. 孟子譯注. 北京: 中華書局, 1992.

2. 謝冰瑩 等. 新譯四書讀本, 台北: 三民書局, 1970.

3. 宇野精一. 孟子. 全釋漢文大系 2. 東京: 集英社, 1983.

4. 小林勝人 譯注. 孟子. 東京: 岩波書店, 2010.

5. 湯淺幸孫. 孟子. 世界文學大系 69. 東京: 筑摩書房, 1968.

6. 金谷治. 孟子. 東京: 朝日新聞社, 1975.

7. 內野熊一郞 著. 孟子. 新譯漢文大系 4. 東京: 明治書院, 2008.

8. 成百曉 譯註. 孟子集註. 서울: 傳統文化硏究會, 1993.

9. 車柱環 譯. 東洋智慧, 世界文學全集 60. 서울: 乙酉文化社, 1964.

10. 金谷治 著. 孟子. 岩波新書 598. 東京: 岩波書店, 1973.

11. 渡邊卓 著. 古代中國思想硏究, 東京: 創文社, 1973.

12. 澤田多喜男 著. 論語考索. 東京: 知泉書館, 2009.

13. 貝塚茂樹. 孟子. 講談社學術文庫 1976. 東京: 講談社, 2011.

14. 丁若鏞 著. 李篪衡 譯註. 茶山孟子要義. 서울: 現代實學社, 1994.

 

이 중에서 내가 가장 많이 참고한 책은 13이다.

1인 양 뿨쥔(楊伯峻)의 역주는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파악케 해준다. 그 백화번역이 탁월하게 평이하고 아름답다. 주석도 깊이가 있으며 문법에 대한 이해가 명료하다.

그리고 3인 우노 세이이찌(宇野精一)는 내가 다닌 동경대학교 중국철학과의 노석학이셨는데 나는 직접 배우지는 못했다. 우노의 설명방식이 매우 자세하며 매장마다 보설(補說)을 첨가하여 논쟁이 될 수 있는 문제들을 지적하였다. 세부적으로 애매한 곳까지 친절하게 주석하여 대의를 파악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명저라 할 수 있다.

4의 코바야시 카쯘도(小林勝人)의 번역은 매우 탁월한 일본어를 구사하고 있으며 공력이 엄청 들어간 작업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맹자의 각 방면에 관한 그의 사색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5의 유아사 유키마고(湯淺幸孫)의 번역은 애매한 구석이 없는 매우 평이한 일본어로 되어 있어 대의를 파악하는 데 많은 참고가 된다. 번역문장을 구성하는데 구체적인 도움을 주었다.

6의 카나야 오사무(內野熊一郞)맹자는 개설서인데 맹자라는 텍스트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리고 11의 와타나베 타카시(渡邊卓)의 연구서도 맹자사상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12는 사와다 타키오(澤田多喜男)의 논문모음집인데 그중 맹자에 관한 부분은 만장의 역사담론을 재구성하는 데 새로운 견해와 참신한 감동을 나에게 전해주었다.

14의 이지형(李篪衡)의 역주는 다산 맹자요의의 충실한 번역이다. 많은 참고가 되었다.

 

 

2012517

858

서울낙송암에서 탈고

 

 

 

 

인용

목차 / 맹자

중용 강의

논어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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