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증자는 아버지가 즐긴 음식을 먹지 못하다
7b-36. 증자의 아버지 증석【4a-19에 기출】은 양조(羊棗)를 너 무도 좋아하였다. 그래서 증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양 조를 먹으려고 하면 아버지 생각이 간절해져서 슬퍼지기 때문에 차마 양조를 먹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曾晳嗜羊棗, 而曾子不忍食羊棗. 맹자의 제자 공손추는 이 문제에 관하여 맹자께 여쭈었다: “선생님! 회자(膾炙)【‘회(膾)’는 우리나라 사람이 잘 먹는 잘게 썬 육회이다. 그리고 ‘자(炙)’는 양념하여 구운 고기이니 우리나라 불고기이다】와 양조를 비교하면 어느 것이 더 맛있을까요?” 公孫丑問曰: “膾炙與羊棗孰美?”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거야 물론 회자가 더 맛있겠지!” 孟子曰: “膾炙哉!” 공손추가 여쭈었다: “그렇다면 증자의 태도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버지 증석도 육회와 불고기를 너무도 맛있게 잡수신 분인데, 왜 증자는 육회와 불고기는 먹으면서 고욤만 안 먹었다는 것일까요?” 公孫丑曰: “然則曾子何爲食膾炙而不食羊棗?”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육회와 불고기는 이 세상사람들이면 누구든지 공통으로 좋아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욤은 오직 증자의 아버지 증석께서 홀로 좋아하신 기호물이었기 때문이다. 감정의 애착이 그 홀로임에서 생겨난 것이다. 이것은 부모님이나 군주의 이름을 하는 법칙과 비슷하다. 휘명(諱名)할 때에도 성(姓)은 휘하지 않는다. 그것은 성이 그 씨족의 공통의 것이기 때문이다. 명(名)은 그것이 특정인에게 홀로 쓰여진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휘하는 것이다(입에 담지 않는다).” 曰: “膾炙所同也, 羊棗所獨也. 諱名不諱姓, 姓所同也, 名所獨也.” |
조기는 대추의 이름이라 하였고, 주희는 『이아(爾雅)』의 곽박(郭璞)의 주를 따라, 열매가 작고, 검은색을 띠며 둥그니, 보통 ‘양시조(羊矢棗)’라고도 한다라고 하였다. 곽박은 흑색이라 하지 않고 자흑색(紫黑色)이라고 하였다. 이 견해에 따르면 양조는 어디까지나 대추(Zizyphus jujuba var. inermis)의 일종이다. 소진함(邵晉涵) 『이아정의(爾雅正義)』에는 양조는 대추의 총명[棗之總名]이라 하였다. 그런데 하작(何焯)의 『독서기(讀書記)』에는 양조는 대추가 아니고, 감의 작은 것이며, 처음에는 색깔이 황색이었다가 익으면 검게 되며 양시(羊矢)에 비슷하게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이 나무에 접을 붙이면 감이 된다고 했으니, 이것은 정확하게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고욤(Diospyros lotus var. typica)’이다. 그리고 노나라 지역에 이 고욤나무가 많다고 했다. 하작의 설에 따라 ‘고욤’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것 같다
아주 사소한 일상사인 것 같지만 많은 것을 얘기해주는, 그리고 그 비유의 기발함이 돋보이는 명프라그먼트라고 할 것이다. 섬세한 인간의 개별적 감정에 대한 존중, 그리고 그런 것을 포섭함으로써 인간의 보 편적 감정까지 포섭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맹자의 사상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것이다. 동시에 효라는 개별적 감정이 인간 보편도덕의 출발점이라는 사상도 암시되어 있다.
다음의 마지막 두 장은 역사담론이며 만장이 다시 질문자로 등장한다. 그리고 ‘만자(萬子)’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을 보아 만장의 학단에서 자기네 선생님인 만장을 높여서 기록한 파편이라는 것이 확실하다. 이 마지막 두 장의 느낌으로 볼 때 「진심 전체의 편집자가 만장학도였다는 사실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만장」편을 만들고 최종적으로 진심 을 편집하여 『맹자』라는 전체편집의 대단원을 장식한 것이다. 사서 중에서 『논어(論語)』나 『중용(中庸)』이나 『대학』이나 모두 뒤로 가면 좀 느슨해지는 느낌이 있다. 그러나 『맹자』만은 확고하게 그 느낌이 압축되어가고 치밀해져 간다. 『맹자』는 맹자의 생시에 맹자그룹에 의하여 확고하게 편집된 책이라는 느낌을 부정할 길이 없다. 고대역사에서 유례를 보기 어려운 완결형 편집 앤톨로지라 해야 할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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