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횡거가 학당의 서쪽 창문에 새긴 글
서명(西銘)
장재(張載)
乾稱父, 坤稱母, 予玆藐焉, 乃混然中處. 故天地之塞, 吾其體, 天地之帥, 吾其性, 民吾同胞, 物吾與也.
大君者吾父母宗子, 其大臣宗子之家相也. 尊高年所以長其長, 慈孤弱所以幼吾幼, 聖其合德, 賢其秀者也, 凡天下疲癃殘疾惸獨鰥寡, 皆吾兄弟之顚連而無告者也.
于時保之, 子之翼也, 樂且不憂, 純乎孝者也. 違曰悖德, 害仁曰賊, 濟惡者不才, 其踐形惟肖者也. 知化則善述其事, 窮神則善繼其志. 不愧屋漏爲無忝, 存心養性, 爲匪懈.
惡旨酒, 崇伯子之顧養, 育英才, 穎封人之錫類. 不弛勞而底豫, 舜其功也, 無所逃而待烹, 申生其恭也. 體其受而歸全者, 參乎, 勇於從而順令者, 伯奇也.
富貴福澤, 將以厚吾之生也, 貧賤憂戚, 庸玉汝於成也, 存吾順事, 沒吾寧也.
해석
乾稱父, 坤稱母,
하늘을 아버지라 칭하고 땅을 어머니라 칭하니,
予玆藐焉, 乃混然中處.
나의 몸 작아서 곧 섞인 듯이 가운데에 처해 있네.
故天地之塞, 吾其體,
그러므로 천지 사이에 막힌 기(氣)는 나의 몸이고
天地之帥, 吾其性,
천지의 장수인 이치는 나의 본성이니
民吾同胞, 物吾與也.
백성들은 나의 동포이고 사물은 나와 함께 하는 것들이다.
大君者吾父母宗子,
임금이란 사람은 나의 부모의 종가집 맏아들이고
其大臣宗子之家相也.
신하는 종가집의 가신(家臣)이다.
尊高年所以長其長,
나이가 많은 이를 존대함은 어른을 어른으로 대우하는 것이고
慈孤弱所以幼吾幼,
고아이거나 약한 이를 사랑함은 나의 어린이를 어린이로 대우하는 것이니,
聖其合德, 賢其秀者也,
성인은 천지와 덕을 합하고 현인은 빼어난 사람이며
凡天下疲癃殘疾惸獨鰥寡,
대체로 천하의 피로한 사람과 남은 병이 있는 사람들과 고아ㆍ늙어서 자식이 없는 사람ㆍ홀아비⋅과부는
皆吾兄弟之顚連而無告者也.
모두 우리의 형제 중 곤궁하여 고할 곳 없는 사람들이로다.
于時保之, 子之翼也,
이때에 잘 보호함이 자식의 받듦이고
樂且不憂, 純乎孝者也.
즐거워하고 또한 걱정이 없음은 효도의 순수한 것이다.
違曰悖德, 害仁曰賊,
이것을 어기는 것을 ‘덕을 어그러 뜨린다’고 하고 인을 해치는 것을 ‘적(賊)’이라 하며
濟惡者不才, 其踐形惟肖者也.
악을 이루는 사람은 인재가 아니고 형체를 실천함이 오직 어진 사람이다.
知化則善述其事, 窮神則善繼其志.
조화를 알면 잘 그 일을 기술하고 정신을 궁리하면 잘 그 뜻을 계승하니
不愧屋漏爲無忝,
서북쪽 귀퉁이의 신위가 있는 은밀한 장소에서도 부끄러운 것을 하지 않음이 부모를 욕되지 않게 하는 것이고
存心養性, 爲匪懈.
양심을 보존하고 본성을 길러 나태해지지 않는 것이다.
惡旨酒, 崇伯子之顧養,
술을 맛보기 싫어하는 것은 숭백의 아들인 우왕(禹王)【숭백자(崇伯子): 숭백(崇伯)이란 ‘숭(崇)’이란 땅에 제후로 봉해진 ‘우(禹)’임금의 아버지 ‘곤(鯀)’을 말하며, 여기서 ‘숭백의 아들’이란 바로 하왕조를 건국한 ‘우(禹)’를 지칭한다. 우왕(禹王)은 아버지를 이어 홍수를 다스렸는데 의적(儀狄)이 술을 만들어 올리자, 이것을 마셔보고 ‘후세에 반드시 이 술 때문에 나라를 잃는 자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고선 다신 술을 마시지 않았다.】의 봉양함을 돌아보는 것이고
育英才, 穎封人之錫類.
영재를 기르는 것은 영봉인【영봉인(潁封人) : 영고숙(潁考叔)을 말한다. 석류(錫類)는 족류(族類)를 주는 것이라고 하고 선(善)한 자손을 주는 것이라 하기도 한다. 정(鄭) 나라 장공(莊公)이 자기의 어머니를 성영(城潁)에 유치(幽置)시키고 “죽기 전에는 만나지 않는다.”고 맹세했으나, 얼마 안 가서 뉘우치게 되었다. 영고숙이 그 틈을 이용하여 장공을 면회하자, 장공은 음식을 내놓았다. 영고숙은 고기국을 아끼고 먹지 않았더니, 장공이 이유를 묻자, 영고숙은 “소인은 모친이 계신데, 소인의 음식은 항상 먹지만 임금의 음식은 일찍이 맛보지 못했습니다.”고 하여, 장공의 마음을 감동케 해서 결국 모자 상봉케 하였다.】의 족류(族類)를 주는 것이다.
不弛勞而底豫, 舜其功也,
수고로움을 해이하게 하지 않아 기쁘게 한 것은 순임금의 공이고
無所逃而待烹, 申生其恭也.
도망갈 곳 없어 기다려 팽형(烹刑)을 당한 것은 신생【신생(申生): 춘추시대(春秋時代) 진헌공(晉獻公)의 세자였는데 후모(後母)인 여희(驪姬)의 참소를 받아 죽을 상황이 되었다. 신생은 자신의 무죄를 밝힐 경우 후모가 죄를 받아 아버지의 마음을 상하게 되기 떄문에 주위의 권고를 물리치고 팽형(烹刑)을 당해서 죽었다.】의 공손함이다.
體其受而歸全者, 參乎,
받은 몸을 온전한 채로 죽은 이는 증삼이고
勇於從而順令者, 伯奇也.
부모님을 따름에 용기 있었고 명령에 순종한 이는 백기【백기(伯奇): 주선왕(周宣王) 때 신하 윤길보(尹吉甫)의 아들이다. 어머니가 죽자 계모(繼母)가 그 아들 백봉(伯封)을 장자로 세우고자 백기를 무함하였다. 이에 윤길보가 노하여 백기를 들판으로 쫓아내니 백기는 연잎을 엮어 옷해입고 마름꽃을 따서 먹으며 죄 없이 쫓겨난 것을 슬퍼하여 「리상조(履霜操)」란 노래를 지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였다. 이에 윤길보가 뒤늦게 깨달아 백기를 다시 불러오고 후처를 죽였다. 『초학기(初學記)』 권 2】다.
富貴福澤, 將以厚吾之生也,
부귀와 복의 은택은 장차 나의 삶을 넉넉하게 해주는 것이고
貧賤憂戚, 庸玉汝於成也,
빈천과 걱정과 근심은 이에 너를 옥으로 만들어주려는 것이다.
存吾順事, 沒吾寧也.
나를 보존하고 일에 순종하며 나의 편안함에서 마치리라.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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