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백을 위해 복수하려는 예양, 예양을 인정한 양자
예양전(豫讓傳)
김시습(金時習)
豫讓, 晉人也. 嘗事范中行氏, 中行氏不齒. 又事智伯, 智伯乃寵遇. 智伯伐趙, 趙襄子率韓魏之兵, 以伐智伯, 盡滅智氏之族.
豫讓欲爲之報讎, 乃曰: “士爲知己死, 女爲悅己容, 智伯知我, 欲爲智伯報仇” 乃詐爲刑人, 挾匕首, 入襄子宮中塗廁, 襄子如廁心驚, 遂獲讓, 左右欲殺之. 襄子曰: “眞義士也, 勿殺. 吾謹避之耳. 今智伯無後, 而其臣如此, 天下無雙之士也.”
後又漆身爲癩, 呑炭爲啞, 行乞於市, 其妻不識, 其友識之. 乃泣而語曰: “以子之才, 臣事趙孟, 必得近幸, 子乃爲所欲爲, 顧不易耶. 何乃自苦如此?”
讓曰: “不然. 旣已委質爲臣, 而又求殺之, 是懷二心也. 凡吾所爲者極難耳, 吾所以如此者, 將以愧天下後世爲人臣而懷二心者也.”
後又伏於橋下, 襄子至橋, 馬驚, 又獲讓. 問曰: “子先事范中行氏, 智伯盡滅范氏, 而子不報仇, 而反臣事之. 智伯又死, 而子欲報仇, 何也?” 讓曰: “范氏以衆人遇我, 我故衆人報之; 智伯以國士待我, 我故國士報之.”
襄子感其言, 泣而將殺之, 讓曰: “願脫衣以許斬之, 以遂報志, 死無愧矣.” 襄子嘉之, 使人許之. 讓三躍而斬之曰: “吾今報矣” 乃伏劍而死. 死之日, 趙之義士, 盡來而哭之. 『梅月堂文集』 卷之二十
해석
豫讓, 晉人也.
예양은 진나라 사람이다.
嘗事范中行氏, 中行氏不齒.
일찍이 범중행씨를 섬겼는데 중행씨가 끼게 하지 않았다.
又事智伯, 智伯乃寵遇.
또한 지백을 섬겨 지백이 곧 총애하며 예우했다.
智伯伐趙, 趙襄子率韓魏之兵,
지백이 조나라를 칠 때 조양자가 한나라와 위나라의 병사를 거느리고서
以伐智伯, 盡滅智氏之族.
지백을 쳤고 모든 지씨의 일족을 전멸시켰다.
豫讓欲爲之報讎, 乃曰:
예양은 그를 위해 복수하고자 하며 말했다.
“士爲知己死, 女爲悅己容,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죽고 여자는 자기를 좋아해주는 이를 위해 받아들여주는데,
智伯知我, 欲爲智伯報仇”
지백이 나를 알아줬으니 지백을 위해 원수를 갚고자 한다.”
乃詐爲刑人, 挾匕首,
곧바로 거짓 죄수가 되어 비수를 끼고
入襄子宮中塗廁, 襄子如廁心驚,
양자 집의 측간에 들어가니 양자는 측간에 가다가 마음으로 놀라
遂獲讓, 左右欲殺之.
드디어 예양을 포획해 좌우에서 그를 죽이려 했다.
襄子曰: “眞義士也, 勿殺. 吾謹避之耳.
양자가 말했다. “참으로 의로운 선비니 죽이지 말라. 내가 삼가 그를 피할 뿐이다.
今智伯無後, 而其臣如此, 天下無雙之士也.”
이제 지백은 후손이 없는데 신하가 이와 같다면 천하의 둘도 없는 선비로다.”
後又漆身爲癩, 呑炭爲啞,
훗날 또한 몸에 옻칠하고 나병환자가 되었고 숯을 삼켜 벙어리가 되어
行乞於市, 其妻不識, 其友識之.
다니며 저자에서 구걸하니 아내는 알지 못했지만 친구는 그를 알아봤다.
乃泣而語曰: “以子之才,
곧 눈물 흘리며 말했다. “자네의 재주로
臣事趙孟, 必得近幸,
신하가 되어 조맹【조맹: 조양자(趙襄子)를 가리킨다. 조양자가 지백(智伯)을 멸하자, 지백의 신하 예양(豫讓)이 원수를 갚기 위하여 비수(匕首)를 품고 다리 아래에 엎드리어 양자(襄子)를 기다렸는데, 양자의 말[馬]이 먼저 놀랐다. 그래서 수색하여 예양을 잡아 죽였다. 《통감(通鑑)》에 보인다.】을 섬기면 반드시 가까워지고 총애를 받아
子乃爲所欲爲, 顧不易耶.
자네는 하고자 하는 걸 한다면 도리어 쉽지 않겠는가.
何乃自苦如此?”
어째서 스스로 괴롭히길 이와 같이 하는가?”
讓曰: “不然.
예양이 말했다. “그렇지 않네.
旣已委質爲臣, 而又求殺之,
이미 폐백을 바치고 신하가 되었는데 또한 그를 죽이길 구한다면
是懷二心也.
이는 두 마음을 품은 것이지.
凡吾所爲者極難耳, 吾所以如此者,
대체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뿐인데 내가 이와 같이 하는 이유는
將以愧天下後世爲人臣而懷二心者也.”
장차 천하 후세의 신하가 되어 두 마음을 품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고자 함이네.”
後又伏於橋下, 襄子至橋,
훗날 또한 다리 밑에 숨어 있었는데 양자가 다리에 이르러
馬驚, 又獲讓.
말이 놀라자 또한 예양을 포획했다.
問曰: “子先事范中行氏,
양자가 물었다. “자네는 먼저 범중행씨를 섬겼는데
智伯盡滅范氏, 而子不報仇, 而反臣事之.
지백이 범씨를 모두 멸망시켰음에도 자네는 원수를 갚지 않았고 도리어 신하가 되어 그를 섬겼네.
智伯又死, 而子欲報仇, 何也?”
지백은 또한 죽자 자네는 원수를 갚고자 하니, 왜 그런가?”
讓曰: “范氏以衆人遇我, 我故衆人報之;
예양이 말했다. “범씨는 뭇 사람으로 나를 예우하여 나는 짐짓 뭇 사람으로 그에게 보답했고
智伯以國士待我, 我故國士報之.”
지백은 국사로 나를 대우하여 나는 짐짓 국사로 그에게 보답했습니다.”
襄子感其言, 泣而將殺之,
양자는 그 말에 감격해 눈물을 흘리며 장차 그를 죽이려 하니,
讓曰: “願脫衣以許斬之,
예양이 말했다. “원컨대 옷을 벗어 그걸 베어주길 허락해주셔서
以遂報志, 死無愧矣.”
복수의 뜻을 완수하게 해주신다면 죽어도 부끄럼이 없겠습니다.”
襄子嘉之, 使人許之.
양자는 그 뜻을 좋다고 여기고 사람에게 그걸 허락했다.
讓三躍而斬之曰: “吾今報矣”
예양이 세 번 밟고 그걸 베며 “내가 이제 복수했다.”고 말하며
乃伏劍而死.
곧 검에 엎드려 죽었다.
死之日, 趙之義士, 盡來而哭之. 『梅月堂文集』 卷之二十
죽는 날 조나라의 의로운 선비들이 모두 와서 통곡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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